1987 그날 - 6.10민주항쟁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유승하 지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 창비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87 그날.

화려하다 못해 눈부신 꽃들은 딱 이맘 때 쯤....반짝 오는 추위에 잠시 겸손의 시간을 갖는다. 4월 중순이 넘어가는 이 시기에 겨울 같은 매서운 바람과 봄꽃의 이미지는 묘하게 아름답다. 조금 슬프기도 하지만 너무 아름다워서 ‘예쁘다’를 나도 모르게 연신 내뱉는다. 참 이런 모순도 없다.
흩날리는 벚꽃과 어떻게든 벼텨 보려는 낮은 꽃의 안간힘이 한편으론 요즘 같은 이 시기가 딱 그렇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이렇게
‘겸손할 시간’, ‘감사의 시간’을 갖고 있다.

코로나19이전 양심의 가책 없이 자유로웠던 시간을,
33년전 그들의 희생과 우리의 외침으로 얻은 민주화. 다시 새겨야 할 시간이다.

제주 4.3 사건부터 4.19민주화 운동, 5.18, 6.10 민주항쟁 등 이 작은 땅덩어리에 어쩜이리 서글프고 억울한 일들이 많았는지. ‘내 팔자야-’라며 입버릇처럼 하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함께 생각난다.



창비에서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시리즈를 출간했다.
제주 4.3 사건 /김홍모 [비창]
4.19혁명 / 윤태호 [사일구]
5.18 민주화운동 / 마영신 [아무리 얘기해도]
6.10 민주항쟁 / 유승하 [1987 그날]

만화라도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이다.
늘 이시기에 다시 곱씹어 읽는 한강의 ‘소년에게’와 함께 나란히 두고, 나는 또 연이어 책을 읽으며 낮에는 아이 찾는 엄마가 되었다가, 저녁에는 시청 안, 형, 누님과 함께 부상자를 돌보며 잔심부름을 하던 꼬마가 되었다.

‘아닌 걸 알지만’ 나설 수 있는 힘은 누구보다 큰 뜻이 있어서가 아니다. 앞으로 살아야 할 내 삶이기도 하고, 내 자식 내 부모와 가족이 살아야 할 세상이기에 마땅히 그러했을 것이다.

까까머리 학생들로부터 시작된 시위가 얼마 되지 않았던 대학생들의 시위로,
내 가족이 피에 물들고, 이유 없는 실종과 사망 사고에 우리는 보호 받아야 할 정부로부터 빨갱이란 누명으로 외면 받아야 했다.
얼굴없는 사건 수사, 범인 없는 현장 검증, 이유 없는 재판 지연 등.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권력을 등에 업고 참말이 되었던 세상.

하지만 100명의 혜승이가. 또 100명의 나리가 또 100명의 한열이가, 100명의 종철이가.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그날.
모두가 함께 했던 그날의 이야기이다.

[-우리들 사제, 목사, 승려, 여성, 민주 정치인,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문인, 교육자, 문화예술인 언론출판이, 청년 등 민주시민들을 하나 되어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몸 바쳐야 한다는 뜻에서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설립을 발기하는 바이다.]

실제 민주항쟁 현장에서의 경험을 생생하게 그려낸 유승하 작가의 그림에는 회사원들을 넥타이부터 시위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성금과 도움의 손길. 평범한 당시 사람들의 이야기가 세세하게 표현되었다.

목과 눈 코끝이 찡했던 최루탄의 그 맛. 비비면 더 따갑다고 말씀하시던 엄마의 목소리도 함께 생생하다.

마지막으로.
그날,
그들의 희생에, 고개 숙여 명복을 빕니다.
참 고맙습니다.

저 또한 함께 지켜내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