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디 할머니, 다시 땅을 밟다.

156층 비구디 할머니 (반양장) ㅣ 미래아이 저학년문고 25
델핀 페레 지음, 세바스티앙 무랭 그림, 양진희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20년 2월

이 할머니 좀 봐.....돈 좀 있는 할머니네.

스카프는 사계절 유행을 타지 않는 애니멀 프린트에 푸른 코트, 깔 맞춤한 저 안경.

우리 어머님처럼 염색하지 않은 저 은발은 멋쟁이들만 할 수 있는 건데!

무채색 거리에 바삐 움직는 사람들과 대비되는 저 경쾌한 할머니의 걸음걸이.

어머 저 강아지 좀 봐. 저런 강아지 종이 뭐더라....불독? 프렌치 불독 그런 건가?

할머니의 표정은 더더욱 여유있고, 당당해 보인다. 뭔가 특별하고도 대단해 보이는 이 할머니의 정체는 무엇일까?

할머니는 거대한 도시의 빌딩들 중에서도 단연 더 웅장해 보이는 빌딩에 살고 있다.

156층에서 바라보는 도심이 정말 예뻤다는 걸 보면

할머니는 누구보다 행복하다는 것을 이야기 해 주고 싶었던 걸까.

프렌치 불독이 할머니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귀염둥이 보물이었다는 구절은

이 할머니가 언젠가는 그 외로움에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점이 예견되었으나.

이건 저학년 아이들의 책이니까.

아이들에게는 그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 있는 것만 으로도 엄청 행복하고 대단한 분이라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여튼 이 할머니에게는 돈도 있고, 시간도 있고, 156층 통창에서 바라보는 야경도 독차지 할 수 있는 행복을 가졌지만.

늘 그렇듯 이야기의 시작은 행복한 시간들이 끝난 것처럼 슬픈 일이 일어나면서부터 이다.

예고없이 찾아 온 강아지 알퐁스의 죽음이

비구디 할머니의 모든 것을 바꿔놓는데.

모든 것을 함께 했던 알퐁스의 빈자리는 할머니에겐 슬픔과 절망으로 다가 오는 듯하다.

치과에서 마트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할머니의 눈물은 보는 내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누구도 만나지 않고,

홀로 그 슬픔 속에 빠져버린 할머니에게 조금은 황당한 사건하나가 발생하는데.

이후 할머니의 삶은 다시 바뀌었다는 말로 마무리하겠다.

이게 다행인지, 아닌 지는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길.

누군가를 잃고, 다시 살아가야만 하는 삶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피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일 앞에서.

비구니 할머니처럼 적당히 슬퍼한 뒤,

적당한 시기에 툴툴 털 일이 일어나길 빌어본다.

너무 오래 지나지 않아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