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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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세상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라고 생각한다. 물리적이든, 심리적이든, 미미하든, 거대하든지간에 어떤식으로든지 결국에 다 연결이 되 있기 마련이다. 이유란 것은 연결이란 말과도 그래서 같다. 나도 이유가 있다라는 주장은 나도 어딘가에 연결되있을 뿐이다란 말이다. 다시 말해, 이유란 것은 약간의 체념섞인 운명론과도 닿아있다. 어딘가에서 움직이니 결국 나도 움직일 수 밖에 없다라는게 되버린다. <이유>라는 미야베의 소설은 약간은 독특한 무인칭 시점으로 마치 잡지의 특집기사를 읽는 듯한 느낌으로 전개된다. 하나의 살인사건에 수많은 관련 인물들이 등장하며 그 하나하나가 각자의 신세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현대 일본사회, 특히 가족과 관련된 문제들을 여실없이 드러내주고 있다. 읽다보면 이 사람은 이렇게 저 사람은 저렇게 사건에 연결이 되는구나라는 식의 재미가 좀 있는 편이다. 물론 너무 다양한 군상의 출현으로 읽다가 좀 머리가 어질해지기도 한다. 이건 또 누구야란 식으로 한 사람의 얘기가 다 끝나기도 전에 서너 사람의 얘기가 새로 또 시작되는 식이다. 사람들의 저마다의 사정들은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인간적이다. 사건자체는 약간 비현실적이란 느낌도 있지만, 뭐 정말 실제로 어떤 큰 사건이 벌어진다면 거기에 관련된 사람마다 다 다른 이유를 지니고 있을거란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제는 그런 저마다의 이유가 과연 누구에게는 그저 변명이고, 또 누구에게는 운명처럼 또는 강한 족쇄처럼 끊을 수 없는 힘을 지닌 것인가의 차이인것 같다. 그런 이유라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살인범만을 문제라고 삼기에도 힘이 든다는 생각이 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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