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미의 이름>은 고등학생때부터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초반 몇장에 중도하차했던 기억이 있다. <바우돌리노>역시 쉬운 소설은 아니었다. 얼핏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그나마 대중을 위해 쓴 소설이라고 하는데, 도무지 이건 역사적 배경지식이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소설에 대한 이해와 그 재미를 절반 이하로 밖에 느낄 수 없을 정도 였다. 그렇다고 완전 못 읽을 정도는 아니고, 적당히 4분 1쯤이 넘어가면 대충 이런 중세시대의 순수한 거짓말쟁이의 이야기구나 싶은 감은 온다. 그러고보면 어디서 딱히 재미가 있었다고 할 수 있는건지 모르겠다. 굉장한 모험담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인물들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냥 뭐랄까, 작가의 엄청난 지식이 느껴지는 재미랄까. 내가 그 시대를 전혀 알지도 못하고, 당연히 본적도 없지만 <바우돌리노>를 읽다보면 알 수 없는 그 시대의 생생함이 느껴져온다. 과장되지 않은 사실적인 내용들 하나하나가 그런 실체감을 전달해주는 것 같다. 읽다보면 그리고 알겠지만 정말 유머스러운 소설이다. 장르는 역사이지만 코메디로 분류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게다가 대사나 내용면에서도 그 깊이가 상당하다. 장편이지만 무리없이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도 많았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들 때문에 더 매력적이었던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