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ㅣ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평점 :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가에 의해 깊은 상처를 입고 다시는 회복 할 수 없게 되버린다면, 나는 그것을 쉽게 용서할 수 있을까? 당장이라도 눈 앞에서 그런일이 벌어지고, 나한테 그 누군가를 바로 죽일 수 있는 기회 또는 능력이 주어진다면 난 과연 그 사람을 죽이지 않을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리고 과거는 절대로 되돌릴수가 없다. 한번 죽은 사람은 영원히 죽은 사람이다. 인간을 가두는 것은 결국 바꿀수 없는 자신의 과거들이다. 나는 모르겠다. 언제든지 나도 특정 상황에 처하면 사람을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누군가를 지키는 것이든 누군가에 대한 복수이든 간에. 진짜 악당같은 놈은 어쩔 것인가? 하지만 세상에 과연 정말 악당이라 할 만한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만약 있다하더라도 그건 결국 타고난 그의 비정상적인 본성 탓인데, 그 사람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결국 이도 저도 어쩔수가 없다. 진짜 악당이 아니라면 약한 인간의 본성 탓인데, 기회를 주지 않을 수 없고, 타고나기를 비정상적인 유전자 탓이라면 역시 무조건 죽이는 것은 옳지 않다. 범죄란 결국 어느정도는 사회의 책임이다. 누구나 범죄자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사형은 역시 답이 아닌거 같다. 살아서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죗값을 치르게 하는 편이 나아보인다. 사형이란 결국 인간의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해버리는 짓이고, 다수의 이익만을 위한 횡포란 느낌이다. 물론 용서란 쉬운 일이 아닌거 같다. 소설내의 범인이 그러하고, 주인공이 그러하듯이. 시원한 복수와 따뜻한 용서, 둘다 가벼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둘다 사랑에 의한 것이다. 깊을 수록, 선택하기 어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