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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ㅣ 러시아 고전산책 6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고일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톨스토이는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이 상상 가능한 범위내에서 죽음이란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아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 책에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과 세 죽음, 그리고 주인과 하인이라는 세 단편이 수록되있다. 물론 가장 죽음에 다가서는 인간의 모습을 잘 표현한 작품은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고, 나머지 이야기들도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인간의 여러 모습들을 돌아보도록 해준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의식하면서 살아갈까? 대개는 죽음보다는 당장의 삶의 현실적이라 불리는 문제들에 연연해 있는게 태반이지 아닐까? 오늘은 뭘하고 누굴 만나고, 뭘 얻고 잃을지 계산하는 가운데, 열등감에 빠지기도 하고, 우울감에 취하기도 하는 둥 죽음은 그 어디에도 자신의 삶에서 그림자조차 보이지가 않는다.. 운명을 개선하는 것은 가능하다지만 단 하나 피할 수 없는 절대적이면서도 공평한 이 파국을 우리는 놀랍게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잘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죽으면 죽는거지 뭐..머릿속에서 매우 단순한 개념으로만 인식되고 있을 뿐 그 실체를 돋보기로 보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죽음은 실상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이 자신의 코앞에 닥쳐야만 그 사실을 온 몸과 마음으로 깨닫는다. 동시에 그러다 삶을 대하는 관점이 뒤바뀌기도 한다.. 죽음을 보고 있는 삶과 죽음을 보지 않는 삶은 근본적으로 차원을 달리하는데, 그건 아마도 죽음만이 삶의 진정한 모습를 드러내주는 유일한 절대 진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죽음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시도하지 않고 단순히 삶의 겉모양만 신경쓰면 살아가서는 그 어떤 무게 있는 가치나 진실도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다는 말이다. 이반 일리치의 최후는 그런거 같다. 어떤 식의 삶이 옳은지는 알 수 없지만, 죽음을 두고 생각해본다면 어떤 모습의 삶이 부질없는 지는 너무 명확한 일이 아닐까? 죽음은 삶을 비추는 맑은 거울 같은 거라서 그 어떤 거짓도 마지막에는 소용이 없게 되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