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마릴리온 J.R.R. 톨킨 시리즈 (일러스트판) 6
존 로날드 로웰 톨킨 지음, 테드 네이스미스 그림, 김보원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톨킨은 참으로 대단하다.

실마릴리온을 읽으면서, 어찌 한 사람의 창작으로 이정도의 세계를 창조해낼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경과 비교해보자면, 유일신이라 할 수 있는 요정들의 말로 "일루바타르"가 천사들과 비슷한 급이라고 생각되는 "아이누"들에게 어떤 주제들을 주고 음악을 만들게 하면서 그 음악들로 이 세상을 만들며, 거기에 사탄 격인 "멜코르"가 등장하여 신세계의 아름다운 창조를 방해한다. 와중에 일루바타르는 자신들의 자손 요정과 인간을 그 세상에 내어보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세상에서 멜코르와 발라(이 세상으로 내려온 아이누들), 발라를 따르는 마이아(발라들보다 한 급 아래의 아이누들로 발라들을 돕는다)들과 멜코르의 꾀임에 넘어간 마이아들, 코르의 무리들과 요정 인간들의 싸움... 반지의 제왕 전 시대, 아니, 그 태초부터 반지의 시대까지의 이야기를 신화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 실마릴리온이다.

 

아... 정말 대단하다. 톨킨은 이 세계를 창조하면서 대륙의 모양을 (현재의 지구) 몇번이나 바꿨으며 때에 따라 충분한 지리요건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요정들의 말, 난쟁이의 말, 아이누들의 말, 인간들의 말들을 고안해 냈고, 그 신화시대로부터 37000년의 시간을 이어오며 "반지의 제왕"의 배경 시대인 태양 제3시대를 거쳐 제4시대까지 이야기를 그려낸다. 여기에 등장하는 발라들과 수많은 요정영웅과 인간영웅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동시간에 인간과 요정과 발라들의 많은 이야기들이 진행되고 이것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 책의 총 페이지 수는 대략 570쪽 정도. 하지만 이중에 100쪽 정도를 두장의 지도와 중요 인물들의 계보도(족보)와 수많은 고유명사들의 간단한 해설과 색인으로 배정했다. 그만큼 많은 발라와 요정과 인간과 난쟁이와 모르고스(멜코르의 다른 이름)가 창조해 낸 악한 것들과 여러 지역들과 건물들 배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때문에 주의 깊게 읽지않으면 도대체 누가 누구고 어디가 어디고 뭐가 뭔지를 모를 지경이 된다. 그래서 권미에 지도와 계보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첨지로 첨부된 지도와 계보도를 수없이 쳐다보게 된다.

 

초반엔, 빽빽하게 거의 문단도 안보이다시피 채운 글자들 속에서 아이누들의 많은 이름들을 억지로 머릿속에 채워넣다가 온통 뒤죽박죽 헷갈리게된다. 그리고 엘프들의 등장 후에는 비슷비슷한 그들의 이름과 계보때문에 온통 정신없고... 그래도 그렇게 반정도 읽으니 대충 머리에 들어온다. 여전히 각종 지명들이 나오게 되면, 생소한 언어로 된 지명들이 잘 떠오르지않아 지도를 자주 쳐다보겐 되지만서도...

 

이 책을 보면, 그토록 재밌게 봤던 '반지의 제왕'의 각종 배경들을 알게된다. 사우론이 멜코르의 가장 큰 추종자 마이아였다는 사실이나, 아라고른(아라곤)의 계보, 요정들의 언어로 미스란디르 인간들은 "간달프"라고 부르는 마법사가 어디로부터 왔는가, 나즈굴들은 왜 사우론에게 복종하나, 발로그는 무엇인가 등등. 물론 반지의 제왕이 워낙 알려져있기에 그 배경지식으로서 실마릴리온을 볼 수도 있겠지만, 실마릴리온 그 자체로도 참으로 엄청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물론, 반지의 제왕과 연계해서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는 것만은 강조할 수 밖에 없다)

 

다만, 워낙 많은 고유명사의 등장과, 실제로 이런 두께의 책 서너권은 충분히 쓰고도 남을 이야기들이 빽빽하게 들어있는 데다가, 원전에 충실하다보니 꽤나 어려운 단어들, 문체... 꽤나 각오해야만 제대로 볼 수 있지않을까.

 

(그나저나, 내가 책 사자마자 천원 할인쿠폰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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