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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군중은 무지한가? 아니면 시대를 바꿀 힘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는, 때론 군중의 놀라운 힘을 보기도 하고, 때론 아둔함 모습을 보기도 한다. 어떤 사태에 대해 군중들은 놀라운 결집력을 보여 상황을 변혁하기도 하고, 합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해할 수 없는 선택과 행동을 선보이기도 한다.
르봉은 프랑스 혁명에서 군중들이 보여준 모습을 주목하여, 군중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한다. 그는 훌륭한 사회학자이면서도, 한편으론 훌륭한 과학자였다. 과학의 방법론을 사회에 적용시킨다. 사회과학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귀납적 관찰을 통해, 연역적 원리를 추론하고, 추론한 원리르 바탕으로 결과를 예상한다. 르봉은 군중들을 고나찰대상으로 삼고, 분석했다. 그리고 군중에 대한 일반적 원리를 도출했다. 군중의 원리에 대해 다룬 책이 '군중심리'이다. 우리는 흔히, 사회과학의 아버지로, '실증주의'를 제안한 '콩트'를 꼽는다. 하지만 르봉 역시 콩트와 비슷한 학자의 학자이며, 콩트와 교류한 적이 있다. '군중심리'또한 사회과학의 시초 중 하나로 보아도 무방하다.
군중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같은 공간에 있는 무리인가? 같은 신분의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을 의미하는가? 모두 아니라고 말 할 수 있다. 군중은 '무의식'을 기반으로 일시적으로 형되는 익명의 집단을 의미한다. 군중의 형성 조건에는 공간의 공유, 유사한 신분은 해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지식인, 노동자 구별할 것 없이 누구나 군중이 된다. 군중이 형성되면, 군중들의 이성은 약화되며, 비합리적 요소가 강화된다. 쉽게 말하면,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비합리적인 판단은 지식의 부족에서 유래된 것이 아니다. 지식인이 군중이 될 경우에도 비합리적인 판단은 지식의 부족에서 유래된 것이 아니다. 지식인이 군중이 될 경우에도 비합리적 선택을 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군중이 되는 사건이 지식인들의 전문 분야가 아닌, 비전문 분야이기 때문이다. 비전문 분야에 대해서는 지식인들과 군중의 구별은 사라진다.
군중은 급진적인 행동을 한다. 그 이유는 2가지이다. 첫 번째는 군중은 다수에 속하기 때문이다. 다수이기에 옳다는 믿음은 강해진다. 두 번째는 책임전가이다. 본인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에, 행복에 있어 가감없다. 군중의 행동은 급진적 현명이다. 큰 변화를 유발한다. 반면에 군중의 행동을 유발하는 사상은 오랜 세월이 걸려 형성된다. 군중에게 아무리 논리적인 철학을 가르쳐도 소용이 없다. 군중에게 퍼뜨리기 위해서는 복잡한 사상을, 간단하고, 오랜 시간동안 서서히, 가급적이며 이미지로 전파해야 한다. 루소의 사상이 소백년 지나 프랑스 혁명으로, 마르크스의 사상이 수 백년 흘러 러시아 혁명으로 이어진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군중은 비합리적이지만, 시대를 바꾸는 힘이 내재되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난 시대의 지도자들은 군중들을 잘 이해한 시림학자이다. 군중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3가지가 필요하다. 확언, 반복, 위엄이다. 확언은 단순하지만 강한 어조의 문장을 의미한다. 논리적으로 결함이 있어도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애초에 군중들은 검토할 능력도, 의지도 없기 때문이다. 반복은 끊임없이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을 의미한다.히틀러의 충실한 선동가, 괴벨스가 선전, 연설을 통해 독일 굼민들에게 민족주의를 심어준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위엄이다. 군중들에게 지도자에게 초월적 능력이 있다는 이미지를 주어야 한다. 군중은 지도자에게 경외심을 느껴야한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막스베버의 '소명으로서의 정치'와 같은 책들에서 이미 지도자의 '위엄'에 대해 다룬 바가 있다. 실제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치 않다. 군중들에게 지도자는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시켜주어야 한다. 이 3가지 요소를 통해 군중들이 움직인다.
군중을 움직이는 '무의식'의 정체는 무엇인가? 르봉은 유전자에 내재된 '민족성'이라고 보았다. 무의식은 민족의 역사에 따라 형성된다. 따라서 민족마다 내재된 무의식이 다르다. 사회제도는 무의식의 발현에 불과하다. 르봉에 따르면 사회제도는 무의식을 반영해야한다. 따라서 급진적이며 인위적인 사회제도는 실패하기 마련이다. 역사성이 내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제도가 그 민족에 맞는 제도이다.
현대에 와서 르봉의 '군중심리'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 민족성에 대한 부분이다. 이미 사회는 민족 기반에서 세계화 사회로 변화되었다. 또한 민족의 무의식에 대한 관점은 민족에 대한 차별을 유발하는 가능성이 있으며, 실제로 히틀러, 무솔리니와 같은 독재자들은 ;군중심리'를 읽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계점이 존재한다고 해서, 책의 가치가 퇴색되는건 아니다. 나는 인간 또한 텍스트의 일부로 이해한다. 만나는 사람에게서 단점이 보인다고, 그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게 아니다. 사람을 만날 때 장점을 보는 것처럼, 책도 마찬가지이다. '군중심리'는 군중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에 대해 배울 수 있다. 군중은 분명 '비합리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 만큼 강한 힘을 갖고 있다. 어떤 훌륭한 개인도 군중의 힘을 뛰어넘지 못한다.
현대에 와서 군중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어왔다. 군중 전체를 계몽시켜, 모두가 참여하는 삶을 살게 할 것인가. 아니면 소수의 엘리트를 양성하여, 군중들은 비합리적이다 라는 전제를 인정하고, 군중들의 폭발적인 힘을 이끌 것인지. 이에 대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사회는 소수의 엘리트들을 양성하느 것에 초점이 가 있었다. 그러나 군중들의 잠재적인 힘을 이끄는 것도, 올바른 길로 이끄는 것도, 실패했다고, 나는 판단한다. 군중심리는 해답을 말해주지 않는다. 사회과학의 특성이다. 어떠한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사태를 파악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 해답을 이야기하지 않고, 선택지를 제시할 뿐이다.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앞으로의 군중들에게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