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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죽어도 등교
송헌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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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죽어도 등교>

 요즘 관심 있게 보는 책은 단편 모음 소설이다. 단편 영화를 만들고 시나리오를 쓰는 처지에서 단편소설은 나에게 영감을 주기도 한다. 김금희 작가의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최은영 작가의 '내게 무해한 사람'이 최근에 재밌게 읽은 단편소설이다. '곧 죽어도 등교'도 단편이라 끌렸고 장르 소설, 장르 영화를 좋아해서 읽기 시작했다. 주를 이루는 장르는 공포 쪽이고 로맨스와 추리 스릴러도 포함되어있다. 책 뒤편에 보면 학교가 지겨워? 학교가 지루해? NO! 라고 적혀있다. 이 문구가 책의 의미와 분위기를 함축해서 나타내고 있다. 내 학창시절 때 똑같은 시간표와 야자, 버스, 집, 반복되는 루트 속에서 꿈을 찾으라는 어른들의 압박감이 더해졌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른들의 말은 현실을 직시 하라는 말로 들었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좋았던 점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2년이 지난 시점에서 학창시절을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특히 지방에서도 시골에 속한 우리 동네는 (서울에 가기 전까지는 우리 동네가 시골인지 몰랐다) 고등학교에서 에어컨을 먼저 틀어주는 학교가 있다면 소문이 일주일 만에 돌곤 했었다. 그래서 책 중간에 에어컨 얘기도 공감이 많이 되었고, 여중 여고를 나와서 공감이 되지 못한 지점이라고 한다면 로맨스 장르의 소설이었다. 하지만 재미는 있었다. 제한적인 공간에서 짜임이 체계적인 스토리가 단편의 장점이다. 그만큼 결말을 보면서 생각해 봐야 하는 것도 나름 단편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다. 



[밀실 연애편지 사건]

 

 단편의 힘이라는 것은 이런게 아닌가 싶다. 술술 읽히는 이야기고 사물함을 통해 고백하는 아이의 순수한 마음 또한 보면서 흐뭇한 웃음이 나왔다. 순수함과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캐릭터의 심정도 보이는 장면이었다. 이름을 바꾸면서 부르는 부분도 좋았다. 초여름에서 한여름으로, 종범에서 정봄으로. 한 명은 눈치가 없고 한 명은 표현하기가 어려운 상극인 캐릭터 둘이 만났지만 성장하고 자신의 마음을 확인해보게 만들어 주기도 하다. 종범이는 남성미가 넘치는 아이인데 속으로는 여리고 감수성을 가지고 있으며 한 아이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편지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는 행동을 보면서 아련하고 상처 또한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사건이 조금씩 풀리면서 결말을 예상했다. 이런 식의 단편들은 결말이 극과 극으로 나뉜다. '밀실 연애편지 사건'은 좋은 결말을 가졌다. 정봄(종범)이의 웃는 모습은 따스한 햇볕이 드리우는 모습처럼 보인다.


[우리]

 

 9편의 단편 중에서 제일 좋았고 의미가 있었던 단편이었다. 이 단편의 강점은 문제의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영화 속에서 사회 문제들을 보여주듯. 우리는 공동체 속에서 살고 있고, 사회를 나가도 조직화 체계에서 살고 있다. 우리라는 단편 속에서 믿을 수 없다는 것 자체가 공포심을 유발한다고 보여주고 있다. 공동체 속에서는 누구 하나 잘난 사람 없고 착한 사람 나쁜 사람 가를 수가 없다는 것 또한 보인다. 한 반에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은 꼭 있다. 난 이 학생이 소설 속에서 자신의 이익만 얻은 채 학생들을 등을 돌린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자신의 업보는 다시 되돌아오는 법인데 말이다. 그로부터 공동체는 분열되고 독단적인 행동을 한다. 특히 리더가 없으면 더 심해진다. '우리'라는 단편 소설 속 상황 자체가 학생들에게는 견디지 못하는 상황이다. 누군가는 사라지고, 죽게 되는 상황 속에서 얼마나 정신이 강해질 수 있을까. 결말 또한 열린 결말 이여서 생각할만한 지점이 많은 단편이다.


[연기]

 

 제목만 봤을 때는 연기가 자욱한 학교 안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건가, 아니면 연기 (ACTING)을 하는 것인가 의문점이 들었다. 단편을 읽고 나서는 둘 다 포함되어있는 듯하다. 연기가 자욱하다는 것은 밤에 아무도 모르게 은신처를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닌가 싶다. 후자는 벌레들이 교장 선생님의 육체를 가장하는 것이다. 초반까지는 여름에 에어컨을 잘 틀어주는 학교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밤이 되고 에어컨을 끄고 오지 못했다고 인지한 순간 공포소설로 바뀌게 된다. 학교라는 장소를 잘 써서 스토리를 짠 듯하다. 이 단편이 좋았던 부분이 있는데 두 명의 학생들이 학교로 들어오게 된 순간 보게 되는 장면들을 서술한 부분이다. 이미지가 충격적이어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공포감이 더 조성되고 학생들이 공격을 당하고 잠시 숨을 고를 때 찾아가게 되는 장소들의 연관 점도 좋았다. 인희가 다쳤을 때 나가 보건실로 가게 되는 장면에서 볼 수 있다. 사람은 겉과 속이 다르다. 계란후라이의 흰자와 노른자가 섞이듯. 


[비공개 안건]

 

 비공개 안건으로 시작된 귀신 찾기는 성공인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다. 승아와 수연만 알고 있는 진실이 밝혀질 가능성이 높을 거 같은 두려움도 생기게 된다. 그 진실이 밝혀지게 되면 웃게 되는 사람이 누구일까. 이 단편은 귀신을 보는 학생들의 순수함과 믿음 때문인지 결말을 보고 나서 슬픈 감정이 먼저 왔다. 이 단편은 두 개의 이야기가 서술되고 있고 나중에 한 개의 이야기로 합쳐지는 구조이다. 한 개는 학생들의 시점이고 또 다른 한 개는 승아의 시점으로 보인다. 선생님 몰래 비공개 안건을 얘기하는 학생들에게는 탐정이 된 듯 조사하는 시도들이 속되고 세속적인 것 없는 모습으로 보인다. 그에 반해 승아의 이야기는 이상과는 거리가 먼 현실에 부딪힌 이야기다. 폭행을 일삼는 코치의 행동은 현실에서도 볼 수 있고 말을 하지 못하고 방관하는 사람들 또한 존재하는 현실이다. 두 개의 이야기가 만나게 되지만 그 끝은 갈라서게 되는 지점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 않을까.


[신나는 나라 이야기]

 

 단편이지만 더 세분화된 이야기들이 모여있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 몇 장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뷰티인사이드 느낌이 많이 들었고 영화 속에서 많이 본 소재였다. 하지만 스토리가 재미있고 잘 짜여 있는 단편이었다. 나라 아빠에 대한 죄를 갚기 위해 시작된 학교생활은 고단하고 힘들어 보였다. 시작부터 끝나기까지 나라 몸속에 들어가 있는 생명체가 나라의 과거를 인지한 순간 더욱 자신의 목표가 확고해지게 되고 그때부터 일이 잘 풀리게 되는 것도 보인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러브라인도 웃음이 나왔고 학교라는 공간에서 나올만한 소재는 다 나왔다고 생각이 들 만큼 읽다 보면 익숙해서 쉽게 읽을 수 있는 단편이다. 결말 부분을 보면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 나가 듯 이제 생명체는 우울하고 부정적인 사람들의 몸에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인 듯하다. 특히 나라 몸속에서 빠져나가면서 이제 나라는 웃으면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 거다. 


[신의 사탕]


 신이 주신 선물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 단편이다. 어쩌면 프랑과 봉봉의 단면이 이 마을을 덮어버린 것인지 라는 생각도 든다. 이 마을의 사람들은 진실 된 사람일까. 겉보기에는 정상적일지 모르나 후반부로 갈수록 겉모습이 밝혀지듯 속으로는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친절을 가장한 위선이 잘 보이는 단편이었다. 문제점을 잘 보여주기도 하지만 안타깝고 안쓰러웠다. 사람은 누구나 욕망하고 원하는 것이 있다. 케이 또한 허약한 자신의 몸을 가지고 있고 예전에 왕따를 당해서 이번에는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이 마을에 오게 되면서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지만 방관하게 되고 동조되는 장면들은 수긍 되기도 하다. 그럴수록 꿈에서조차 프랑과 봉봉과 같은 상황을 겪게 되고 파국을 맞게 되는 결말로 이어진다. 어쩌면 그 욕망에 의해 부풀어진 마음은 자신의 껍데기에 불과하고 껍데기보다 약한 마음은 속으로 숨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공포 소설 중에서 제일 소름 끼치는 단편이었다.


[고딩 연애 수사 전선]


 이 단편은 재밌었지만 조금 오글거렸다. 하이틴 영화들이 줄지어 생각이 났다. 특히 내용은 다르지만, 분위기가 퀸카로 살아남는 법하고 비슷하다. 남사친이 좋아하고 있는 여자의 썸남 찾아주려다 졸지에 자신의 썸남 고백을 받게 된다니. 그래도 이 이야기를 학교에서 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로맨스, 추리, 스릴러가 한데 어우러진 단편이라 정말 재밌게 봤다. 여중 여고를 나와서 하이틴 로맨스 영화, 책을 보면 공감도 안 가고 잘 모르지만, 또 학교에서 하는 로맨스는 색다른 느낌이 있다. 뭔가 풋풋하고 아직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들에서 웃음을 유발한다. 마지막 결말을 보면서 2편이 너무 기대되고(나올진 모르겠다) 지아와 현석이가 같이 공부하는 모습도 상상된다. 또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거지만 잘생긴 남자가 전교 1등을 좋아한다는 설정은 참 재미있었다. 공부 잘하는 여자가 좋다니!


[11월의 마지막 경기]


 11월의 마지막 경기를 읽는 동안 마음이 답답하고 안쓰럽고 슬펐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서일까. 그 경기는 연습할 때보다 활기차 보였고 슬퍼 보였고 제일 열정이 넘치는 순간이었다. 장을 위해서 복수를 하는 장면은 친절한 금자씨도 생각이 났다. 현실적인 문제들이 많이 담겨 있어서 한편으로는 잔혹하다. 위선에 가득 찬 어른들은 순수한(장) 아이들을 파괴하고 있다. 모범이 될 모습들은 보여주지 않고 본보기의 그릇이 못 되는 행동만 보여주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뉴스에서도 많이 보도되고 있고 폭력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 자체가 현실이다. 나이, 경력이 많다고 밀어붙이는 행동은 옳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약자의 소리가 더 중요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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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나 읽을걸 - 고전 속에 박제된 그녀들과 너무나 주관적인 수다를 떠는 시간
유즈키 아사코 지음, 박제이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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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나 읽을걸>

  고전이라고 하면 지금 시점으로부터 100여 년도 넘는 시대부터 지금까지 읽히고 있는 책이다. 그래서 그럴까 '고전'. 이 단어만 들어도 "빨리 읽어봐야겠다." 이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막상 읽은 책들을 추려 내보면 별로 되지 않는다. 학창 시절 때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었는데, 이마저도 내 의지로 읽었던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너무 재밌었고 그 시대에 쓰이는 게 가능한 주제인가? 어찌 이 시대와 딱 맞으며, 소름 돋을 정도로 이 시대에 필요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 뒤로 조지오웰의 1984와 동물농장, 제임스 M.케인의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등 고전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기 전 내가 고전을 많이 안 읽었었고 책을 읽는 데 어렵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졌었다. 너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책을 읽은 뒤에는 오히려 고전 책들을 더 찾아보게끔 만들어 주었고, 절반이 넘는 소설에서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의 진심어린 다른 면모를 알게 해주었다. 제일 좋았던 지점은 작가 유즈키 아사코의 개인적인 경험을 서두에 간략하게 설명한 뒤 짧은 줄거리 소개와 작가의 느낀 점들의 구성이 좋았다. 수필의 좋은 점이 여기서 드러난다. 작가의 경험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들의 경험만 써내려가는 수필도 있다. 이 책의 다른점은 앞에 소개된 경험과 뒤에 고전들이 이어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추측해보지만 작가는 앞서 말한 경험을 쓰면서 이와 비슷한 고전 책들을 찾아본 듯하다. 아니면 먼저 고전을 선정한 뒤에 경험을 썼을지도 모른다. 고전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주인공의 시점에 따라가기 마련이다. 주인공이 선 악을 구분하고 독자들은 구분 점에 따라 캐릭터를 단정을 지어버린다. 작가는 이 부분에 대해 편협된 시선이 아닌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아직 책을 읽지 못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책을 다 읽고 덮은 순간 절대 시간 낭비 했다는 생각은 안 들 것이다. 



프랑스 문학


프랑스 문학에서는 주로 팜파탈과 수도원의 단어는 꼭 들어가 있다. 수도원은 프랑스 부유층이 시집보내기 전까지 딸을 맡기는 곳이라고 한다. 수도원에 들어갔다고 하면 전형적인 프랑스인으로 살아가기 마련인데, '아내들의 학교'에서 아르놀프는 아녜스를 정숙한 아내로 키우려고 노력을 한다. 정성 들인 노력과는 달리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려는 아녜스. 아녜스뿐만 아니다. '위험한 관계'에서 메르테유 후작 부인은 표면적으로 악역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글을 읽다 보면 오히려 수도원을 가지 못해서 일어난 반감이라고 설명이 된다. 메르테유 후작 부인은 좋지 않은 결말을 맞는다.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어렸을 적 상황들이 영향을 미치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작가가 말하듯 악역으로 단정 지을 수 없는 캐릭터다. 수 많은 프랑스 문학에서도 나는 '목로주점'과 '나나'가 마음에 든다. 책이 좋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캐릭터를 분석한 작가의 글이 좋았다. 소박한 삶이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제르베즈와 팜파탈이 되어버린 나나. 둘의 지향점은 다르나 한쪽 구석에 자리 잡은 서글픔이 느껴져서 안타까운 인물들이다. 그런데도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서는 점이 좋다. 이 점은 우리와는 다른 자유로운 모습이다.


 지금 우리는 왜 이런 야심과 열정을 싫어할까? 아마도 다른 감정을 죽이는 데 익숙하기 때문은 아닐까? 맹렬히 애쓰며 살아가는 모습이 꼴사납다는 생각 아래 깔린 본심은 아마도 '우리가 참고 있으니 너도 참아야 해'가 아닐까? 고전을 읽노라면 해방감을 느끼는 순간이 몇 번이고 찾아온다. 지금보다 훨씬 더 자유롭지 못했던 시대에 이토록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아간 주인공들. 그것만으로도 구원을 받고 용기를 얻는다. p.64



일본 문학


일본 문학에 나열된 고전들을 읽다 보니 한두 권 빼고는 들어본 적도 없는 책은 물론이고 읽어보지도 않았다. 워낙 일본은 개인주의가 강한 나라이고 다른 사람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혼자서 하려고 하는 성향들이 보인다. 또한, 일본은 가정음식들도 유래되어서 내려오기 때문에, 수필과 자기계발서 책에서 요리에 관련된 것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작가 또한 요리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고전을 소개할 때와 끝을 맺을 때도 요리와 레시피를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음식으로 사랑을, 우정을 사람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제일 인상 깊었던 작품은 '스물 네 개의 눈동자' 였다. 열두 제자의 눈동자는 후에 처음 선생님과 만났을 때의 반짝임은 사라지고 더이상 뜨지 못하거나 눈물을 흘리게 된다. 추억으로 변해버린 반짝거리는 순간으로 다시 걸어갈 수 있도록. 또 다른 작품으로 '누마 고모'가 좋았다. 소문의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누마 고모가 소문을 신경 쓰지 않고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가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누마 고모를 진정 이해해주는 사람은 한 번 도 본적 없는 다름 아닌 어린아이였다. 


하기 싫은 일은 내팽개치고, 보기 싫은 사람은 만나지 말아보자. 누구나 씁쓸한 기분을 맛보며 살아가는 법이지만, 가끔은 좋아하는 것들만 늘어놓고 시원한 방에서 어린애처럼 자유롭게 나만의 꿀 같은 시간을 담뿍 맛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p.97 



영문학


그나마 많이 읽어봤고, 들어 본 문학 작품들이 모여있다. 특히 영문학은 등장인물들도 많을뿐더러 그 관계도 복잡하다. 이 책은 고전 문학 속 여주인공들의 진심을 볼 수 있지만, 영문학에서는 남자주인공들 또한 진심 어린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여주인공들하고 연관도 있으며 성찰과 성장을 하는 캐릭터들이다. '오만과 편견'에서 수많은 여성과는 다른 모습과 성격을 가지고 있는 엘리자베스를 사랑하고 오만하다고 알려진 다아시. 이 다아시와 엘리자베스가 어떻게 오만과 편견을 극복하느냐가 이 문학에서 주요 쟁점이다. 하지만 엘리자베스가 주어진 현실에 안주해 하고 평범한 생활을 했으면 지루했을 생각도 든다. 역시 문학의 캐릭터들은 자유분방하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입체적인 성격이 있어야 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에서 앨리스의 호기심으로 인해 발견된 이상한 나라. 마치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을 연상시키는 '남아있는 나날'에서 품격을 중시하는 스티븐스에게 노인은 과거는 돌아보지 말고 남아있는 나날을 즐겁게 보내라고 말하는 장면. '1984' 에서 텔레스크린의 감시하에 자유를 찾는 윈스턴과 줄리아. 이들은 남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다. 자신을 의지하고 삶을 개척해나가려는 모습들이 이건 '나'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러나 귀찮더라도 작은 의문에 일일이 맞서서 서투르나마 끝까지 말하는 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이 스트레스야말로 아직 누구에게도 내 마음이 지배당하지 않았다는 증거니깐 p.199



미국 문학


영문학과 더불어 많이 읽어봤고 들어본 문학들이 나열되어 있다. 영화로도 각색이 많이 되었고, 지금까지도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는 작품들이다. 당시 시대상을 알고 읽으면 더 재미있는 것이 고전 문학이다. '주홍글씨'에서 종교를 의지하고 사는 사람들한테 불륜이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다. 주인공 헤스터는 불륜을 저질러 주홍글씨로 A자 낙인이 찍힌다. 작가는 이런 말을 한다. 매혹적인 여자는 추문이 따른다. 하지만 그 추문을 이겨낸 헤스터는 자신에게 찍힌 낙인이 마을 사람들의 존경으로 바뀌게 된다. '캐롤' 시대상도 살펴보면, 동성애를 인정해주고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대는 아니다. 그만큼 이 문학에서는 시대상이 크게 작용한다. 캐롤은 먹구름 같던 자신의 삶에서 테레즈를 만나 진정으로 사랑을 찾고 빛을 본 것이다. '분노의 포도' 시대상도 보면, 미국은 1930년대 모래폭풍으로 대거 이주가 시작된 시점이다. 일자리도 찾기 힘들고 계속 이주를 해야 했던 상황에서 가족이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미국의 참혹한 농촌 생활을 보여주지만 이런 공동체 의식이 빛을 보이게 한 생각도 든다.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었던 미국의 상황을 보여주는 문학이다. 사랑을 원했던 개츠비를 유일하게 이해해 주는 닉. 그렇게 부와 명성을 가지고 있었던 개츠비의 장례식장에 아무도 오지 않는 장면은 사람들은 또 다른 개츠비 같은 사람을 찾는 건 아닐까. 


내가 서양 고전소설을 좋아하는 한 가지 이유는 등장인물의 '지나침' 대문이다. 화가 나면 상대방에게 장장 한 페이지에 걸쳐 할 말, 못 할 말 마구 퍼붓지 않나, 충격을 받으면 갑자기 기절해버리지 않나, 실연을 당하면 병으로 쓰러지지 않나, 하인에게 닥치는 대로 화풀이를 하지 않나, 욕심이나 증오 같은 감정을 몇 년이고 끈질기게 질질 끌지 않나, 생각해보면 지금보다 수명도 훨씬 짧았고 오락이나 선택지가 적었던 시대라 감정만이 유일한 이정표니, 민폐를 끼치더라도 그들을 그들 나름으로 마음 가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으리라 p.218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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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발명 - 사후 세계, 영생, 유토피아에 대한 과학적 접근
마이클 셔머 지음, 김성훈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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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죽은 뒤에 사후세계는 어떤 곳이며, 유토피아라는 곳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이며, 영생으로 삶을 살 것인가 (공리주의)에 관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충분한 자료조사와 근거 있는 설문 조사, 독자들에게 질문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책을 읽다 보면 한 단락과 문단 안에 주제와 관련된 저자와 책들을 나열하는가 하면 사형수들, 시민들 다수의 사람들에게 설문 한다. 이건 객관적인 정보를 주는 셈이다. 제목에서 나와 있듯이 '천국의 발명'은 천국이라는 것이 어떻게 생겨나고 인지하는지 종교적, 과학적으로는 물론 고대 중세의 내용까지 담은 책이다. 저자 마이클 셔머는 이 책을 집필하면서 열정과 인내를 깊이 보여주는 듯하다. 책을 읽다 보면 장마다 다른 작가들의 이름과 책의 이름들이 수십 개 아니 수백 개가 나온다. (뒤에 주석이 15p 정도) 얼마나 철저한 조사를 했을까. 철학자들, 심리학자들, 물리학자 등 학자들의 이름이 나오면서 자칫 책에, 과한 정보가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전혀 없었다. 오히려 주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중간 부분에 물리학에 대한 용어들이 나오면 그 용어의 뜻을 설명해준다. 이러면 읽는 사람들에게 내용이해를 더 쉽게 해주는 것이다. 책의 편집 부분도 좋았다. 장으로 나뉘어 있지만, 그 장 속 안에 또 다른 속 주제들이 다수 들어가 있다. 분류를 잘해놓을수록 보기 좋다는 것이 이런 의미인 거 같다. 



1부 죽음체험과 영생 추구의 다양성


1장. 고귀한 생각 - 죽을 운명에 대한 상상

2장. 이뤄질지도 모를 꿈 - 영생을 상상하다

3장. 하늘 위의 천국들 - 일신교의 사후 세계


<1장>

-실존이 곧 본질이다

영화 <소스코드>를 예시로 들어서 설명했다. 유산의 원동력은 공포이다. 

운명은 야망의 산물이 아니라 두려움의 산물이다.

1. 사람들은 타인과 관계를 맺고 소속되고 싶은 욕구가 크다

2. 자신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느낌을 받고 싶은 욕구가 좌절됐을때 죽음을 욕망한다


이 장에서 제일 흥미로웠던 지점은 자살하는 사람보다 사형수들이 사랑과 종교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형수들은 관계를 맺었고 죽음의 공포를 덮을 수 있었다

그에 반해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그런 감정이 일절 없었다는 것

(이 부분도 철저한 설문 조사가 이루어졌다)


<2장>

-명확한 자료조사가 이루어진 본문이다

1. 처음에는 아이에 대한 얘기를 던진다
아이의 나이를 만2-4세, 만4-7세, 만 7-10으로 나누었다.  
만2세-10세까지 주제를 가지고 실험을 했을 때 결과가 다양하다는 지점이 흥미로웠다.
본문에서 아빠가 죽었고 엄마와 네 살짜리 아들과 일곱 살짜리 딸과 함께 한 달 정도 나갔다가 다시 오게 된다. 차가 진입로에 들어섰을 때 네 살짜리 아들이 차고에 있는 아빠의 차를 보고 "아빠가 집에 있어! 아빠가 돌아왔어" 일곱 살짜리 딸은 잠시 흥분하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눈물을 흘린다. 아빠는 집에 없기 때문이다.

2.  두 번째로 포유류에 대한 얘기를 던진다

제일 흥미로웠던 지점은 코끼리는 길을 걷다가 

오래전 죽은 코끼리의 뼈나 상아를 보고 잠시 멈추어서 깊이 고민을 하는 장면이다.

(가족의 뼈 인지 확인하는 모습, 살아남은 동물과 죽은 동물은 관계가 두텁기 때문에 죽은 동물이 살아남은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


<3장>

3. 사후세계를 인식하는 종교적인 차이

무교인지라 어떤 종교를 배타하고 하는 건 없다. 

이해하려고 하는 편이고 종교마다 천국을 지칭하는 단어들이 다양한 점이 흥미로웠다. 

고대인들에게 천국이란 천상 우주론 모형을 의미한다. 그리고 천국은 신이 머무는 장소라고 생각하지 않고 법정이라는 것

유한한 존재가 무한을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영생이란 개념조차 죽을 운명인 우리에게 결코 이해 불가능하지 않을까?


2부 죽음체험과 영생 추구의 다양성


4장. 내면의 천국 - 영적 구도자들의 사후 세계

5장. 영생의 증명 - 임사체험과 환생

6장. 사후 세계의 증거 - 기이한 심리적 체험과 사자와의 대화

7장. 영혼의 요소 - 정체성, 복제, 부활

8장. 무신론자를 위한 사후 세계 - 과학이 죽음을 이길 수 있을까?


<4장>

이원론과 일원론에 관해 얘기하고 있는 장이다.

어느 하나 잘못 됐다고 얘기하기에는 그렇지만 이런 논쟁을 두고 얘기하는 지점은 좋았다.


<5장>

5장은 영생의 증명을 임사체험으로 보여준다.

다양한 임사체험들이 나오게 되는데 천국의 계단, 환각, 뇌 이상 등이다

저자는 다양한 체험들을 통해 허구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맞는 말이다. 임사체험을 이미지로써 보여줄 수 없는 노릇이고 오직 증거는 사람들에게서 오가는 말뿐이다. 환각으로 인한 것은 임사체험이 바르다고 할 수 있을까. 일시적으로 분열된 세계와 현실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허구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임상적 사망은 뇌에 공급되는 혈액이 부족할 때 발생하는 무의식 구간이다. 거의 죽은 것을 죽은 것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환생에 관해서는 지리적, 인구, 개인 정체성의 문제가 크다고 한다. 환생하는 데 있어서 영혼이 다 못다 한 것들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환생하기 전 본체의 영혼은 어떠한 감각적인 자료로 자신의 전생을 인지하게 된다. 

그러면 그 영혼은 감각적인 자료에 나온 한 인물의 영혼인 걸까. (이 기억들이 환생을 조작하는 듯하다)


<6장> 

예지력 또한 사후세계의 일환이다.

영매는 자신에게 신령이 있다고 믿으면서, 그 믿음을 사람들에게 쓴다

(거짓된 믿음을 유지하는 부조화, 책에서는 진실을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란한 입싸움이라고 말한다.)

또한 자신이 하는 일에 익숙해지고 경력이 쌓이면 뇌의 활동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즉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인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고생하는 것을 좀 더는 것)


'제일 이상한 것을 찾아서 탐구하자' '미지의 것에 귀를 기울이자'


<7장>

정체성과 복제 부활에 관한 내용을 담은 장이다

복제라는 것이 가능할까. 어찌 보면 지금에 와서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먼저 다루어졌고 지금 세대는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하지만 영생을 위해서 큰돈을 들여서 자신과 똑같은 복제를 만들면 무슨 느낌일까

복제를 만들면 자신과 똑같은 모습에 놀랄 것이다. 하지만 진짜 본체는 잠시 눈을 감게 되고 복제가 대신 본체가 된다 하면 이 둘이 똑같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람은 주위의 환경에 대해 성장하게 된다. 복제가 존재한다고 해서 이건 내가 아니다.

그저 내가 깨어나기 전의 기억들을 모아둔 저장소 역할이다. 본체의 기억들은 기본으로 존재하고 복제는 또 다른 경험을 하니깐 말이다. 


<8장>

과학이 죽음을 이길 수 있을까? 라는 물음으로 시작되는 이 장은 다양한 집단과 운동들을 나열한다

'인체 냉동 보존주의자' '생명 무한확장론자' '트랜스 휴머니스트' '오메가포인트 이론가' '특이점 주의자' '마인드 업로더'

어렵게 나열되어 있지만, 이 책의 장점이 쉽게 풀이를 해준다는 것이다

위에 있는 것들은 다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이다. 당연히 과거보단 현재, 현재보단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기에 과학과 도덕성도 발전하는 것이지 않을까. 

유토피아적인 삶을 바라보는 사람보다는 점진적으로 나아가려는 것이 좋다


3부 우리의 모든 어제와 내일


9장. 우리의 모든 어제 - 진보, 쇠퇴, 그리고 비관주의의 인력

10장. 우리의 모든 내일  - 허구와 현실 속의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9장>

우리는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좋다고 말할 수가 없다. 

과거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현재가 불확실해서 그럴까

그래서 유토피아적인 삶을 더 원할 수도 있다

상대적 불편 등과 제로섬 사고가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긍정적인 사고와 부정적인 사고를 비교해볼 때 부정적인 것이 뇌리에 박히는 것은 당연하다. 

칭찬을 들을 때는 그 감정의 지속시간은 몇 분 되지 않는다. 그저 그 순간은 단지 나의 감정을 좋게 만들어 주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꾸중과 함께 혼이 많이 나는 상황 부정적인 말이 오갈 때 그 감정의 지속시간은 계속 이어진다

(과거 회상을 하다 보면 좋은 추억보다 안 좋은 추억들이 더 기억 속에 남겨지기 마련. 굳이 안 좋은 추억이 아니더라도 슬펐거나 아팠거나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사건들이 이미지화되어 뇌 속에 깊숙이 박혀있다)


<10장>

유토피아-완벽한 사회의 이상적인 비전을 말한다

세대를 넘어서 사람들은 유토피아를 건설하려고 하였다 (이상향)

서구에서 시작된 유토피아는 지속성 있지 못했다. 아틀란티스라고 불리는 전설 속의 유토피아조차도 없어지고 말았다.

아틀란티스는 존재했을지도 의문이다. 허구성이 크다. 유토피아 자체가 허구성이 크고 실존하지 않는 이상향인데 구축해나가려는 사람들은 디스토피아에 부딪히게 된다.

유토피아를 꿈꾸던 사람들은 인종의 혼혈과 변화하는 것 없이 오직 순수한 혈통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 세대를 보자. 서구의 나라는 예전만큼의 명성을 이어가지 못한다. 이민자들의 개척지인 미국이 큰 강대국이 되었고, 서구 사람들은 이런 미국을 부정한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발견이 되고 나서 다양한 인종들이 모이게 되는데, 이 때문인지 지금 미국은 다민족 국가가 된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서구문물의 기초가 되는 셈이다.


4부 죽을 운명과 의미


11장. 우리가 죽는 이유 - 개체는 죽지만 종은 영원하다

12장. 천국이 없다는 상상 - 무의미한 우주에서 의미 찾기


<11장>

우리 몸 안에 내재하여있는 세포들이 좋은 역할 즉 외부로부터 해로운 물질들을 지켜 준다면 해로운 물질로도 될 수 있다. (암)

그래서 과학적으로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들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우리는 다른 행성에서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존재한다

책을 읽으면서 이 믿음은 돈과 연결되어있고 경제적인 수단이라는 것에 의문을 가졌다

먼 훗날 다른 행성에 살 수 있는 사람들은 몇 명일까. 


<12장>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천국이라는 것은 죽는 것에 대한 두려움의 도피처라고 생각한다. 

천국은 죽고 난 다음의 의미일까. 사실 천국이라는 것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죽고 나서 천국에 가지 못하면 무슨 소용인가

사후의 세계보다 지금 현실의 세계에서 삶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 좋다

삶의 의미가 커지려면 무언가를 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즐거워하자고 하는 일과 목표를 두고 일을 하는 것은 큰 차이가 느껴진다

그 목표가 추상적, 구체적인 구분은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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