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죽어도 등교
송헌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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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죽어도 등교>

 요즘 관심 있게 보는 책은 단편 모음 소설이다. 단편 영화를 만들고 시나리오를 쓰는 처지에서 단편소설은 나에게 영감을 주기도 한다. 김금희 작가의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최은영 작가의 '내게 무해한 사람'이 최근에 재밌게 읽은 단편소설이다. '곧 죽어도 등교'도 단편이라 끌렸고 장르 소설, 장르 영화를 좋아해서 읽기 시작했다. 주를 이루는 장르는 공포 쪽이고 로맨스와 추리 스릴러도 포함되어있다. 책 뒤편에 보면 학교가 지겨워? 학교가 지루해? NO! 라고 적혀있다. 이 문구가 책의 의미와 분위기를 함축해서 나타내고 있다. 내 학창시절 때 똑같은 시간표와 야자, 버스, 집, 반복되는 루트 속에서 꿈을 찾으라는 어른들의 압박감이 더해졌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른들의 말은 현실을 직시 하라는 말로 들었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좋았던 점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2년이 지난 시점에서 학창시절을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특히 지방에서도 시골에 속한 우리 동네는 (서울에 가기 전까지는 우리 동네가 시골인지 몰랐다) 고등학교에서 에어컨을 먼저 틀어주는 학교가 있다면 소문이 일주일 만에 돌곤 했었다. 그래서 책 중간에 에어컨 얘기도 공감이 많이 되었고, 여중 여고를 나와서 공감이 되지 못한 지점이라고 한다면 로맨스 장르의 소설이었다. 하지만 재미는 있었다. 제한적인 공간에서 짜임이 체계적인 스토리가 단편의 장점이다. 그만큼 결말을 보면서 생각해 봐야 하는 것도 나름 단편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다. 



[밀실 연애편지 사건]

 

 단편의 힘이라는 것은 이런게 아닌가 싶다. 술술 읽히는 이야기고 사물함을 통해 고백하는 아이의 순수한 마음 또한 보면서 흐뭇한 웃음이 나왔다. 순수함과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캐릭터의 심정도 보이는 장면이었다. 이름을 바꾸면서 부르는 부분도 좋았다. 초여름에서 한여름으로, 종범에서 정봄으로. 한 명은 눈치가 없고 한 명은 표현하기가 어려운 상극인 캐릭터 둘이 만났지만 성장하고 자신의 마음을 확인해보게 만들어 주기도 하다. 종범이는 남성미가 넘치는 아이인데 속으로는 여리고 감수성을 가지고 있으며 한 아이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편지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는 행동을 보면서 아련하고 상처 또한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사건이 조금씩 풀리면서 결말을 예상했다. 이런 식의 단편들은 결말이 극과 극으로 나뉜다. '밀실 연애편지 사건'은 좋은 결말을 가졌다. 정봄(종범)이의 웃는 모습은 따스한 햇볕이 드리우는 모습처럼 보인다.


[우리]

 

 9편의 단편 중에서 제일 좋았고 의미가 있었던 단편이었다. 이 단편의 강점은 문제의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영화 속에서 사회 문제들을 보여주듯. 우리는 공동체 속에서 살고 있고, 사회를 나가도 조직화 체계에서 살고 있다. 우리라는 단편 속에서 믿을 수 없다는 것 자체가 공포심을 유발한다고 보여주고 있다. 공동체 속에서는 누구 하나 잘난 사람 없고 착한 사람 나쁜 사람 가를 수가 없다는 것 또한 보인다. 한 반에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은 꼭 있다. 난 이 학생이 소설 속에서 자신의 이익만 얻은 채 학생들을 등을 돌린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자신의 업보는 다시 되돌아오는 법인데 말이다. 그로부터 공동체는 분열되고 독단적인 행동을 한다. 특히 리더가 없으면 더 심해진다. '우리'라는 단편 소설 속 상황 자체가 학생들에게는 견디지 못하는 상황이다. 누군가는 사라지고, 죽게 되는 상황 속에서 얼마나 정신이 강해질 수 있을까. 결말 또한 열린 결말 이여서 생각할만한 지점이 많은 단편이다.


[연기]

 

 제목만 봤을 때는 연기가 자욱한 학교 안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건가, 아니면 연기 (ACTING)을 하는 것인가 의문점이 들었다. 단편을 읽고 나서는 둘 다 포함되어있는 듯하다. 연기가 자욱하다는 것은 밤에 아무도 모르게 은신처를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닌가 싶다. 후자는 벌레들이 교장 선생님의 육체를 가장하는 것이다. 초반까지는 여름에 에어컨을 잘 틀어주는 학교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밤이 되고 에어컨을 끄고 오지 못했다고 인지한 순간 공포소설로 바뀌게 된다. 학교라는 장소를 잘 써서 스토리를 짠 듯하다. 이 단편이 좋았던 부분이 있는데 두 명의 학생들이 학교로 들어오게 된 순간 보게 되는 장면들을 서술한 부분이다. 이미지가 충격적이어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공포감이 더 조성되고 학생들이 공격을 당하고 잠시 숨을 고를 때 찾아가게 되는 장소들의 연관 점도 좋았다. 인희가 다쳤을 때 나가 보건실로 가게 되는 장면에서 볼 수 있다. 사람은 겉과 속이 다르다. 계란후라이의 흰자와 노른자가 섞이듯. 


[비공개 안건]

 

 비공개 안건으로 시작된 귀신 찾기는 성공인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다. 승아와 수연만 알고 있는 진실이 밝혀질 가능성이 높을 거 같은 두려움도 생기게 된다. 그 진실이 밝혀지게 되면 웃게 되는 사람이 누구일까. 이 단편은 귀신을 보는 학생들의 순수함과 믿음 때문인지 결말을 보고 나서 슬픈 감정이 먼저 왔다. 이 단편은 두 개의 이야기가 서술되고 있고 나중에 한 개의 이야기로 합쳐지는 구조이다. 한 개는 학생들의 시점이고 또 다른 한 개는 승아의 시점으로 보인다. 선생님 몰래 비공개 안건을 얘기하는 학생들에게는 탐정이 된 듯 조사하는 시도들이 속되고 세속적인 것 없는 모습으로 보인다. 그에 반해 승아의 이야기는 이상과는 거리가 먼 현실에 부딪힌 이야기다. 폭행을 일삼는 코치의 행동은 현실에서도 볼 수 있고 말을 하지 못하고 방관하는 사람들 또한 존재하는 현실이다. 두 개의 이야기가 만나게 되지만 그 끝은 갈라서게 되는 지점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 않을까.


[신나는 나라 이야기]

 

 단편이지만 더 세분화된 이야기들이 모여있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 몇 장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뷰티인사이드 느낌이 많이 들었고 영화 속에서 많이 본 소재였다. 하지만 스토리가 재미있고 잘 짜여 있는 단편이었다. 나라 아빠에 대한 죄를 갚기 위해 시작된 학교생활은 고단하고 힘들어 보였다. 시작부터 끝나기까지 나라 몸속에 들어가 있는 생명체가 나라의 과거를 인지한 순간 더욱 자신의 목표가 확고해지게 되고 그때부터 일이 잘 풀리게 되는 것도 보인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러브라인도 웃음이 나왔고 학교라는 공간에서 나올만한 소재는 다 나왔다고 생각이 들 만큼 읽다 보면 익숙해서 쉽게 읽을 수 있는 단편이다. 결말 부분을 보면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 나가 듯 이제 생명체는 우울하고 부정적인 사람들의 몸에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인 듯하다. 특히 나라 몸속에서 빠져나가면서 이제 나라는 웃으면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 거다. 


[신의 사탕]


 신이 주신 선물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 단편이다. 어쩌면 프랑과 봉봉의 단면이 이 마을을 덮어버린 것인지 라는 생각도 든다. 이 마을의 사람들은 진실 된 사람일까. 겉보기에는 정상적일지 모르나 후반부로 갈수록 겉모습이 밝혀지듯 속으로는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친절을 가장한 위선이 잘 보이는 단편이었다. 문제점을 잘 보여주기도 하지만 안타깝고 안쓰러웠다. 사람은 누구나 욕망하고 원하는 것이 있다. 케이 또한 허약한 자신의 몸을 가지고 있고 예전에 왕따를 당해서 이번에는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이 마을에 오게 되면서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지만 방관하게 되고 동조되는 장면들은 수긍 되기도 하다. 그럴수록 꿈에서조차 프랑과 봉봉과 같은 상황을 겪게 되고 파국을 맞게 되는 결말로 이어진다. 어쩌면 그 욕망에 의해 부풀어진 마음은 자신의 껍데기에 불과하고 껍데기보다 약한 마음은 속으로 숨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공포 소설 중에서 제일 소름 끼치는 단편이었다.


[고딩 연애 수사 전선]


 이 단편은 재밌었지만 조금 오글거렸다. 하이틴 영화들이 줄지어 생각이 났다. 특히 내용은 다르지만, 분위기가 퀸카로 살아남는 법하고 비슷하다. 남사친이 좋아하고 있는 여자의 썸남 찾아주려다 졸지에 자신의 썸남 고백을 받게 된다니. 그래도 이 이야기를 학교에서 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로맨스, 추리, 스릴러가 한데 어우러진 단편이라 정말 재밌게 봤다. 여중 여고를 나와서 하이틴 로맨스 영화, 책을 보면 공감도 안 가고 잘 모르지만, 또 학교에서 하는 로맨스는 색다른 느낌이 있다. 뭔가 풋풋하고 아직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들에서 웃음을 유발한다. 마지막 결말을 보면서 2편이 너무 기대되고(나올진 모르겠다) 지아와 현석이가 같이 공부하는 모습도 상상된다. 또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거지만 잘생긴 남자가 전교 1등을 좋아한다는 설정은 참 재미있었다. 공부 잘하는 여자가 좋다니!


[11월의 마지막 경기]


 11월의 마지막 경기를 읽는 동안 마음이 답답하고 안쓰럽고 슬펐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서일까. 그 경기는 연습할 때보다 활기차 보였고 슬퍼 보였고 제일 열정이 넘치는 순간이었다. 장을 위해서 복수를 하는 장면은 친절한 금자씨도 생각이 났다. 현실적인 문제들이 많이 담겨 있어서 한편으로는 잔혹하다. 위선에 가득 찬 어른들은 순수한(장) 아이들을 파괴하고 있다. 모범이 될 모습들은 보여주지 않고 본보기의 그릇이 못 되는 행동만 보여주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뉴스에서도 많이 보도되고 있고 폭력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 자체가 현실이다. 나이, 경력이 많다고 밀어붙이는 행동은 옳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약자의 소리가 더 중요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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