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이야기 - 2015년 제3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숨 외 지음 / 문학사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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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이야기..김숨

일본군성노예였던 고모할머니, 입양아인 미술가,그리고 철거민처럼 강제로 뿌리뽑힌 사람들의 이야기

"태어나 수십 년을 서 있던 자리에서 뿌리 뽑힐 때 나무가 감당해야 하는 감정이나 공포가 있을 것 같거든요. 나무는 그런데 자신의 공포가 얼마나 큰지 말을 못 하잖아요?”(작가의 인터뷰 중에서)

〈뿌리 이야기〉에는 나무뿌리를 오브제로 작업하는 미술가 그리고 그와 진전 없는 연인관계를 이어가는 여자가 이야기를 이루어간다. 
입양아인 미술가는 ‘하루아침에 제자리에서 들려 내쫓긴 뿌리’를 가지고 작업을 한다.

“뿌리가 들릴 나무가 감당해야 하는 공포에 대해서는 어째서 생각 못하는걸까 ..
뿌리 뽑힐 듯 흔들리는 메타스퀘어들보다 그는 더 격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날아가지 못하도록 나는 그의 발등에 못이라도 박아 넣고 싶었다. 
그를 붙잡아둘 수 있다면 발가락마다에라도 발가락 마디마디에라도
·
얼마나 공포를 느꼈을까? 
뿌리 뽑힐 때 메타세퀘어들이 얼마나 공포를 느꼈을까?"
.
땅에서 들린 뿌리에게 허공은 죽은 어머니의 자궁 속과 같을 거야.
허공을 향해 절규하고 있었어. 
저 사철나무 뿌리가……잔뿌리 한 가닥 한 가닥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어
신경증적으로 구볼거리는 잔뿌리들 이 마치 내 머리카락 같아서였을 거야 
내 머리카락 한올한올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니까. ”.

여자는 서서히 굳어가는 뿌리를 보며 일본군성노예였던 고모할머니를 떠올린다. 
‘온종일 방 안에 틀어박혀 박제새처럼 기척조차 내지 않던’ 고모할머니. 
"한방을 쓰던 고모할머니의 손이 바닥을 더듬어 여자의 손에 깍지를 껴올 때 뿌리가 감겨오는 것 같았다."

"미술가가 뿌리를 패널에 고정시키고 한 방울 한 방울 촛농을 떨어뜨릴 때 여자는 그와 돌아가신 고모할머니의 만남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하루아침에 뿌리 뽑힌 나무와 하루아침에 뿌리 뽑힌 사람들의 삶은 이렇게 연결된다. 
.
실뿌리에 대고 전지가위의 날을 벌릴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정말로 그럴까? 
태어난 자리에서 뿌리가 들릴 때 니무들은 공포를 느낄까? 
뿌리를 단딘단히 내리고 있는 땅이 삽이나 곡괭이질에 파헤쳐질 때 나무들은 가위에 눌린 것처럼 공포에 떨까? 
이식한 나무가 어쩌다 말라 죽는 것은 뿌리 내리고 있던 자리에서 들리던 순간의 공포를 극복하지 못해서일까?"

작가 김숨은 
"콘크리트 벽애 박힌 못 같은 사람들에게 더 관심이 많아요
과감하게 떠나는 사람보다 한곳에 꼼짝없이 박힌 채 살아가는사람들에게 시선이 가고 그틀의 인생이 제게는 더 흥미홉게 읽혀요 
한곳에 박혀 있는 못이 시간이 지나면 부식되고 헐거워지는 것과 같이, 천천히 미미하게 변화하는 일상을 반복하듯이 살아기는 사람들.... . "

뿌리의 깊음과 애달픔을 알기에 강제로 뿌리가 뽑히는 사람들의 고통과 절규를 예민하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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