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
사사키 아타루 지음, 송태욱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종교가 외부의 비판에 자극을 받아 변화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미 종교는 역사적 경험속에서 외부의 압력에 대해 강한 면역력을 갖추고 있다.
종교의 변화는 그 안에서 종교의 근간을 이루는 원전과 전통을 다시 읽고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찾아온다.

사사키 아타루는 그의 책에서 '읽기'가 '혁명'을 가져온다고 말한다.

"읽고 만 이상, 거기에 그렇게 쓰여 있는 이상, 그 한 행 한 행이 아무래도 옳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이상, 그 문구가 하얀 표면에 반짝반짝 검게 빛나 보이고 만 이상, 그 말에 이끌려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36쪽)

저자는 '읽으면서 지금까지 자신이 옳다고 믿어왔던, 그리고 지금도 다른 이들은 옳다고 믿고 있는 세계관이 통째로 박살나는, 그래서 미칠 것만 같은 충격을 맛보는 치열하고 처절한 책읽기’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한 과정을 거칠 때 비로소 책은 사유의 근간이 되고, 그 사유가 바로 혁명의 길로 나아가게 하는 힘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사사키 아타루가 먼저 주목하는 것은 루터의 종교개혁이다. 
루터는 중세 가톨릭의 전통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직접 성경을 읽는 가운데 자신의 입장을 새롭게 세웠다.

"루터는 무엇을 했을까요? 성서를 읽었습니다. 그는 성서를 읽고, 성서를 번역하고, 그리고 수없이 많은 책을 썼습니다. 이렇게 하여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책을 읽는 것, 그것이 혁명이었던 것입니다."

무함마드의 혁명 또한 바로 읽기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무함마드에게 가브리엘은 ‘읽어라, 창조주이신 주의 이름으로’라고 말한다. 
문맹자인 무함마드는 그때부터 천사를 매개로 신의 말을 읽게 된다.
무함마드에게 내린 '읽어라, 붓을 들어라' 라는 명령은 이슬람권에서 화려한 문학과 학문을 꽃피우게 한다.

서방 교회의 태두라 할 수 있는 아우구스티누스(어거스틴)는 고민하며 뜰을 거닐다가 ‘들고 읽어라 들고 읽어라 들고 읽어라’라는 아이들의 노래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고 안으로 뛰어 들어가 성경을 읽었다.
그가 읽었고 읽어버렸기 때문에 그의 삶에 변혁이 일어났다

그들의 읽기는 교회를 새롭게 변화시켰고, 그 영향은 지금도 우리에게 미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읽었다'는 행위다.

"몇 번이나 반복합니다. 문학이야말로 혁명의 힘이고, 혁명은 문학으로부터만 일어납니다. 읽고 쓰고 노래하는 것. 혁명은 거기에서만 일어납니다."

혁명의 본질은 폭력이 아닙니다. 
경제적 이익도 아니고 권력의 탈취도 아닙니다. 
텍스트의 변혁이야말로 혁명의 본질입니다.
텍스트는 넓습니다. 그것은 좀 더 넓습니다. 
자신의 신체라는 종이에 신의 행위를 나타내는 춤으로 써도 됩니다. 
자신의 혀라는 종이에 신의 말이 스며든 꿀로 써도 됩니다.
읽어버렸다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된다면, 그렇게 살지 않으면 안됩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혁명을 불러들이는 것을 그만두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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