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남자는 없다 - 혐오사회에서 한국 남성성 질문하기 질문의 책 15
손희정 외 지음,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 엮음 / 오월의봄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남성’은 본질적/자연적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된 젠더의 형태이다. 권력이 사회적 관계와 구조 속에서 남성에게 부여한 존재/역할모델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이해해야 비로서 남성성의 사슬을 끊을 수 있다.

섹스=젠더는 각기 다른 역사적/문화적/사회적 맥락 속에서 늘 가변적이고 모순적으로 성립된다.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는 섹스의 본질성/자연성을 해체하고 섹스 또한 젠더임을 주장한다. 
버틀러는 보편적 체제로서 이상화되어 정체성의 본질화에 영향을 미치는 억압의 기제들이, 실은 제도 담론에 의한 것이라 하며 그것의 본질성이 허구임을 폭로한다.

‘여성’혹은 '남성'이라는 범주는 권력 체계의 생산물이므로, 우리는 그것에 관해 어떤 불변적 정체성도 규정할 수 없다.
젠더는 철저하게 역사적 맥락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어떤 단일 기원도 그리고 그로부터 산출되는 어떤 단일한 억압적 상황도 있을 수 없다. 
다양한 정치적, 문화적 접점에서 형성되는 버틀러의 젠더는 많은 차이들을 내재하고 있는 '여성' 혹은 '남성'의 범주를 이해할수 있게 한다.

'그런 남자는 없다' 는 역사적 맥락속에서 한국의 남성성이 성립되고 만들어지는 다양한 정치적 문화적 접점들을 읽고 주체화된 남성성과 비체화된 여성성을 이야기 한다.

사실상 ‘여성 혐오’는 ‘남성성’을 구축하는 핵심 전제인 동시에 필연적인 구성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은 ‘남성’이라는 경계 바깥에 머무르며 그 경계를 유지하고 지탱하는 ‘구성적 외부’로 기능한다. 
‘여성’을 매개하지 않은 채 ‘남성’은 젠더 정체성의 결여를 허구적으로나마 메워갈 방법이 없다. 
점점 심해지는 강박적 불안과 신경증을 견딜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여성 혐오’를 비롯해서 ‘여성’을 타자화하는 젠더화 전략은, 불안정하게나마 ‘남성’이라는 젠더 경계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다.(김영희 '남성'의 불안과 우울을 대리하는 '여성의 죄' 60쪽)

총4부 13편의 글들중 몇편은 다른 책에서 읽은 글이지만 잘 만들고 잘 쓴 책이다.

목차만 봐도 눈부신 책이다..^^

1부 대한민국 남자의 탄생
‘남성’의 불안과 우울을 대리하는 ‘여성의 죄’ : 구술 서사의 연행과 젠더 주체로서 ‘남성’의 형성
우익 청년단체와 백색테러의 남성성 : 2015년과 1945년의 접속
‘무기 없는 민족’의 여성이라는 거울 : 해방 전후 탈/식민 남성성과 여성 혐오

2부 근대국가와 ‘만들어진 남자’
‘남자다움’의 안과 밖 : 1950~1970년대 한국의 비규범적 성애· 성별 실천과 남성성의 위치
국가 남성성 훼손을 땜질하는 불/가능한 영웅 : 상이용사에서 패럴림픽 영웅까지
군인, 사나이, 그리고 여자들 : 젠더화된 군사주의의 문화적 재현
카키, 카무플라주, 하이브리드 남성성 : 포스트근대의 군사적 남성성

3부 IMF 이후 한국 남자의 초상
폐소공포증 시대의 남성성 : K-내셔널리즘, 파국, 그리고 여성 혐오
중년 남성의 육체라는 아카이브 : 2000년대 백윤식 캐릭터의 모호성과 포스트 IMF
브로맨스 vs ‘형제’ 로맨스 : 포스트 밀레니엄 남성은 친밀성을 꿈꾸는가
누가 민주주의를 노래하는가 : 신자유주의 시대 이후 한국 장편 남성서사의 문법과 정치적 임계

4부 디지털 시대의 남자 되기와 여성 혐오
웃음과 폭력 : 혐오 없는 웃음은 가능한가 
Digital Masculinity : 한국 남성청(소)년과 디지털여가

구술서사를 연구해온 김영희의 글이 인상적이다. 
아버지 살해를 기반으로하는 서구신화나 전설들과는 달리 한국의 서사는 '주몽과유리처럼 아버지를 찾아가는 이야기나 부모를 위해 자신 혹은 자식을 희생시키는 효행담이 주를 이룬다.
가부장문화의 연행과 전승을 통해 한국 사회 ‘남성’이 젠더 주체로서 사회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자신 혹은 자식을 희생시키는 이야기는 동시에 ‘아들(남성)을 죽이는 어머니(여자) 이야기’이며 한국 남성성에 잠재된 불안과 희생양 의식이 여성에게로 향하는 것을 보여주고 오늘날 여성 혐오와도 궤를 같이한다.

'국가 남성성 훼손을 땜질하는 불/가능한 영웅: 상이용사에서 패럴림픽' 에서 저자는 ‘정상성’을 중심으로 구성된 헤게모니 남성성에서 비가시화되는 존재인 장애인 문제를 다룬다. 
남성 신체의 강인함과 정상성에 기반을 둔 근대 민족국가가 손상된 남성의 신체를 어떻게 다루는가를 살펴본다
국가를 위해 싸우다 손상된 남성성을 영웅시하는 방식으로 혹은 신체의 훼손으로 부서진 남성성을 어떻게 극복하고 복구 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서 남성성 중심의 사회를 더 강화해 나가는 '정상사회'의 모습을 비판한다.

'브로맨스 vs ‘형제’ 로맨스’란 글은 최근 유행하는 브로맨스, '형제담론'을 소재로 한다.
저자에 따르면 남성들 사이에 ‘친구=형제’의 위계 관계를 설정하지 않고서는 친밀감을 표현하지 못하는 이 무능함, 기존과는 다른 관계를 상상하지 못하는 빈곤감은 동어반복을 맴돌다가 한때 소비되고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한편한편의 소논문들이 가지는 무게감이 남다르다.
모든 젠더에게 강요된 남성성의 사슬을 끓을 수 있는 무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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