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나라다 - 세월호 세대를 위한 정치철학
김상봉 지음 / 길(도서출판)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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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을 강요하는 모든 것은 악이다. 
대의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타율적 강제는 파시즘의 전형적인 폭력이다.

남은 것은 ‘일상의 파시즘’을 극복하는 것이다.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상에서 남을 권력으로 억압하려 하지 않는 평등한 시민 의식과 부당한 억압에 대해 분명한 의사 표시를 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148쪽)

저자 김상봉은 사랑의 나라를 꿈꾼다.
사랑이 단순히 가족이나 사사로운 인간관계의 원리가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원리가 되는 세상이다.

그리고 그 길은 기성세대의 몫이 아니다

기성세대는 고갈됐어요. 
기성세대가 정말 해야 할 일은 젊은 세대를 위해 물러나주고 길을 비켜주는 겁니다. 
아무런 새로운 것도 잉태할 수 없는 사람들이 여전히 자기들이 세상의 주인이라고 착각하면서 모든 일을 스스로 다 처리하고 해결하겠다고 버티고 있는 것이야말로 심각한 비극입니다.
이건 여야가 따로 없고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는 문제에요
이쪽저쪽 가릴것 없이 고갈되었어요
사람들이 '가스통 할배들'이나 '박사모'만 늙었다고 타박하는데 예전에 이른바 386이라 불리던 세대로 마찬가지예요(174쪽)

소수자에 대한 폭력과 대의의 강요는 그들의 결핍과 착각에서 비롯된것이며 다수가 자신들만의 정의를 소수에게 강제하는 것은 그들을 노예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책 제목 "네가 나라다"는 "이게 나라냐"에 대한 동문서답이다. 
가상 대담으로 엮어진 이야기 속에서 저자는 국가가 우리를 호명하고 지배하는 주체가 아니라 개개인의 주체적, 능동적 사유와 행위를 통해 같이 만들어가는 객체라고 말한다.

국가는 기성품으로 만들어져 주어지는 물건이 아니다. 
이것도 저것도 국가가 아니고, 바로 네가 국가다. 
네 속에 나라가 있다. 
국가가 무엇이냐고 묻지 말고, 내가 누구인지 물어라.(36쪽)

더이상 국가가 무엇이냐고 묻지 말고 대상으로서의 국가에서 주체로서의 자기에게로 물음의 방향을 돌릴 때 비로소 우리에게 새로운 나라로 통하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역설한다.

저자가 주장했던 '서로주체성의 이념'을 현실적 실천으로 이행하는 방법에 관한 고민이 담긴 책이다.

자유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단순히 압제에 저항하는 용기 뿐만 아니라, 자기의 세계를 스스로 형성할 수 있는 생각의 힘이 요구된다.
그러나 인간의 자유는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자기정립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자유는 자기를 정립하는 것만큼 세계를 능동적으로 형성하는 데 존립하는 것이며, 사유의 주체성 또한 단순히 추상적 자아의 정립이 아니라 현실의 능동적 형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즉 자아는 자기정립의 주체일 뿐만 아니라 객관적 현실의 법칙의 입법자일 때 비로소 온전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자아가 타율적 법칙의 지배 아래 있는 한 그는 타율적 강제 아래 있는 것이요, 노예 상태에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도덕법칙이나 인륜적 법칙뿐만 아니라 자연 법칙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자아는 오직 자기가 모든 객관적 법칙들의 입법자가 될 때 비로소 온전히 자유로운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이다.(김상봉 서로주체성의 이념 117쪽)

자신들만의 정의를 세우기전에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응답하는 세상이 '사랑의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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