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민주주의와 아나키즘 - 삶의 정치 그리고 살림살이의 재구성을 향해
하승우 지음 / 이매진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나키즘의 주체는 자기에 눈 뜨며 자기 삶을 만들어가는 존재,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 관계를 변화시키는 존재다.

아나키즘은 아나키스트의 숫자만큼 다양한 색채를 지닌 사상이다. 
'자유'와 '사람'이 중심에 있는 아나키즘은 현실속에서 다양한 실천으로 그 혁명적 가치를 드러낸다.

다른 어떤 사회 이론보다도 아나키즘은 인간 생명을 그 무엇보다 귀중히 여긴다.

모든 아나키스트들은 근본적으로 톨스토이의 정신에 동의한다. 
톨스토이는 이렇게 주장했다. 
어떤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인간 생명을 희생하게 된다면 그 상품 없이 사회가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생명이 없는 사회는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아나키즘이 순종을 가르치는 건 절대 아니다. 
모든 고통과 비참함과 병폐가 순종이라는 악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알고 있는데 어떻게 순종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260쪽)

책은 아나키즘의 관점에서 풀뿌리민주주의의 이론적 기반을 다지려 한다.

저자는 아나키즘을 '반강권주의(反强權主義)'로 이해한다.

사실 아나키즘의 주장은 '무질서'나 '무정부'로 끝나지 않는다. 
그 이면에는 빼앗긴 자기 결정권을 되찾으려는 욕구, 자율적 질서를 향한 욕구가 도사리고 있다. 
아나키즘은 모든 권력에 맞선 반대, 모든 조직에 맞선 반대, 모든 질서에 맞선 반대가 아니라, 제어할 수 없고 집중화된 권력을 향한 비판이다. 
따라서 '반강권주의(反强權主義)'가 적절한 번역이다. (157쪽)

책에서 '반강권주의'로서의 아나키즘은 거대화한 권력을 해체하는 사상적 무기가 되고 권력을 작고 자율적인 공동체 단위로 분할하고 각자의 자유를 위해 지원하고 연대하는 연방주의를 만드는 이론적 기반이 된다.

아나키즘은 중앙 집중화된 혁명 조직이 아니라 각자의 살림살이를 지지할 수 있는 다양한 조직들 간의 연계와 단단한 삶의 그물망이 아직 오지 않은 사회를 도래하게 만들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도래할 사회는 그 사회를 도래하게 만드는 방법에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강하게 믿었다.
손을 잡으려면 서로 마주보며 서로의 존재에 눈을 떠야 한다. 
그런 마주봄의 계기는 바로 교육이다. (235쪽)

연방주의의 과제는 단순히 국가기구를 해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분권을 통해 지역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그런 지역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며, 궁극적으로 국제적인 규모의 네트워크를 건설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아나키즘의 권력관과 연방주의의 관점에서 풀뿌리민주주의의 이론적 기반을 다지려 한다.

공간적 의미에서 벗어나면 풀뿌리 운동은 단지 지역운동을 뜻하지 않고 ˝권력을 갖지 못한 일반 대중이 스스로의 삶의 공간에서 집단적 활동을 통해 자신의 삶과 삶의 공간을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와 세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가려는 의식적인 활동˝으로 이야기될 수 있다. (53쪽)

서로 돕고 보살피는 인간 본성에 대한 믿음을 가진 아나키즘의 정신에 바탕을 둔 연방주의와 협동운동, 분권과 연방주의, 사적 소유와 노예 노동에서 벗어난 살림살이는 현실의 막연한 꿈이 아닌 인간다운 존재로 살아가겠다는 직접행동이다.

나는 내 삶의 주인인가, 나는 내가 믿는 것을 실천하며 존엄하게 살고 있는가를 실천하며 묻는 과정이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