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 대하여 오늘의 젊은 작가 17
김혜진 지음 / 민음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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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닌 누군가를 향해 가는, 포기하지 않는 어떤 마음들에 관한 이야기

누구보다 딸을 이해하고 싶고 딸의 평범한 행복을 바라지만 뛰어넘지 못하는 이해의 벽 앞에서 절망하고 분노하고 체념하는 엄마..

어쩌면 딸애는 공부를 지나치게 많이 했는지도 모른다. 
배우고 배우다가 배울 필요가 없는 것, 배우지 말아야 할 것까지 배워 버린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세계를 거부하는 법. 세계와 불화하는 법.(32쪽)

자신의 살아가는 방식은 이해해주지 않는 엄마에게 섭섭함을 넘어 단절의 길을 선택했지만 아쉽고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엄마를 찾는 딸..

이건 이해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에요. 
이해해 달라고 사정해야 할 문제도 아니고요. 
이건 그냥 권리잖아요.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갖는 거요.(156쪽)

표면적으로는 레즈비언 딸과 그의 나이든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같지만 삶과 사람이 버겁고 힘든 모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손발이 묶인 채 어디로 보내질지도 모르고 누워 있는 저 여자가 왜 나로 여겨지는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너무나도 분명한 그런 예감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기댈 데도 의지할 데도 없는 게 저 여자의 탓일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나는 이제 딸애에게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고 단념해 버린 걸까. 
어쩌면 나도, 딸애도 저 여자처럼 길고 긴 삶의 끝에 처박히다시피 하며 죽음을 기다리는 벌을 받게 될까. 
어떻게든 그것만은 피하고 싶은 걸까.'(129쪽)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받아들임에 대한 아픔과 훼손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아프게 깨달았다. 
이대로 딸애를 계속 당기기만 하면 결국 이 팽팽하고 위태로운 끈이 끊어지고 말겠구나. 
이대로 딸을 잃고 말겠구나. 
그러나 그게 이해를 뜻하는 건 아니다. 
동의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다만 내가 쥐고 있던 끈을 느슨하게 푼 것뿐이다. 
딸애가 조금 더 멀리까지 움직일 수 있도록 양보한 것뿐이다. 
기대를 버리고, 욕심을 버리고, 또 무언가를 버리고 계속 버리면서 물러선 것뿐이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 
딸애는 정말 모르는 걸까. 모른 척하는 걸까. 모르고 싶은 걸까.” (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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