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사이언스 걸스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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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우리와 달라요. 
저는 수십 년 동안 식물을 연구한 뒤 깨달았어요. 
식물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공통점이 있긴 합니다. 
빛을 향해 자란다는 거죠.

다양한 식물 일러스트와 나무이야기로 가득차 있을거라는 기대 속에 펼친 책....이었는데 그런 책이 아니다.

자서전이나 위인전 혹은 1인칭 관점의 글을 읽는데 취약한 편파적인 독서(편)력 탓에 그만둘까 하다가 나무이야기를 워낙 좋아해서 결국 끝까지 읽은 책

나무와 삶, 식물과 자신의 이야기를 엮어서 이야기 하는 식물과학자의 수필집이다.

시간은 나, 내 나무에 대한 나의 눈, 그리고 내 나무가 자신을 보는 눈에 대한 나의 눈을 변화시켰다. 
과학은 나에게 모든 것이 처음 추측하는 것보다 복잡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을 발견 하는 데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인생을 위한 레시피라는 것을 가르쳐줬다. (48쪽)

과학자들의 글이 자신들의 연구 분야에 따라 다른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글에서 살아있는 나무냄새가 난다.

연구실을 닫아야 할 최악의 상황에서도 저자는 식물로 자신을 비유한다. 
선인장은 사막이 좋아서 사막에 사는 것이 아니라 사막이 선인장을 아직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사는 것이라며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 한다.

남성/자본/이익 중심의 과학계에서 살아남기위한 저자의 분투는 눈물겹지만 좋아하는 일을 향하는 그 여정은 정말 아름답다.

스스로 표현하길 ‘우주가 나만을 위해 정해놓은 작은 비밀을 잠깐이나마 손에 쥐고 있었다는, 그 온몸을 압도하는 달콤함은 아무도 앗아갈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내 은청가문비는 생존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내 나무는 삶을 살고 있었다. 
내 삶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나무의 삶이 거치는 중요한 고비를 모두 넘겼고, 최고의 시간을 누렸고, 시간에 따라 변화했다.(49쪽)

과학은 일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또 하루가 밝고, 이번 주가 다음 주가 되고, 이번 달이 다음 달이 되는 동안 내내 일을 할 것이다. 
나는 숲과 푸르른 세상 위에 빛나는 어제와 같은 밝은 태양의 따사로움을 느끼지만 마음속 깊이에서는 내가 식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개미에 가깝다. 
단 한 개의 죽은 침엽수 이파리를 하나하나 찾아서 등에 지고 숲을 건너 거대한 더미에 보태는 개미 말이다. 
그 더미는 너무도 커서 내가 상상력을 아무리 펼쳐도 작은 한구석 밖에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거대하다. 
과학자로서 나는 정말 개미에 불과하다. 
다른 개미들과 전혀 다르지 않고, 미흡하지만 보기보다 강하고, 나보다 훨씬 큰 무엇인가의 일부라는 점에서 말이다.(397쪽)

저자는 자신의 책을 어머니에게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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