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 최선을 다해 대충 살아가는 고양이의 철학
보경 지음, 권윤주 그림 / 불광출판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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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 최선을 다해 대충 살아가는 고양이의 철학'은 보경 스님과 노란줄무늬 고양이 냥이의 한철 겨우살이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그림은 유명한 스노우캣 작가 권윤주다..^^

산중에서 동물을 내 손으로 기르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데 정말 뜻밖에도 고양이 한 마리가 내 품으로 걸어 들어오는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24쪽)

고양이에게 선택 받아 '집사'가 되어버린 스님은 인연의 끈으로 고양이와 함께하는 순간순간에 집중한다.

불쑥 찾아들었으니 불청객이나 다름없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고양이를 택한 것이 아니고 고양이가 나를 택했다는 사실이다. (44쪽)

아침마다 "안녕, 잘 잤어? 배고프지 기다려봐" 하고 사료와 물을 챙겨주고 해 질 녘 산보를 나가거나 숨바꼭질을 한다. 
물티슈로 눈물을 닦아주고 눈부실까 봐 밤에 불도 제대로 못 켠다.

추운 계절이 다가오자 보일러실에 전기 매트를 깔고 열기가 직접 닿지 않도록 그 위에 헝겊을 덮어주고 종이 박스와 스티로폼 박스로 집을 만들어 준다. 
밥을 안 먹는 냥이가 걱정돼 들여다보기도 하고 영역 다툼으로 다친 냥이를 치료도 해준다.

만약 주인 없는 길고양이와 친구가 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는 언제나 운이 좋을 것이다. 
미국 속담이다. 
나는 고양이와 행복하게 겨울을 나고 싶다. 
고양이와 나, 누가 운이 좋은 거지? 너야, 나야? 
잠을 자나 싶어서 가만히 내다보면 여전히 두 눈을 말똥말똥 뜨고 올려본다. 
내가 잠을 깨우는 것인지, 아니면 아직은 맘 놓고 잠들만 한 사이가 아니라는 뜻인지 알 수 없다. 
다만 자리에 누워 생각하면 바람 세찬 오늘 밤은 나도 고양이도 서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52쪽)

종종 고양이와 함께하면서 생겨난 설렘, 걱정, 화, 슬픔, 불안, 기쁨 등의 감정을 통해 순간의 삶이 깊어지고 넓어지는 경험을 이야기 한다.

냥이와의 인연을 통해 스님은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보고 마주보며 새로운 깨달음에 닿기도 한다.

고양이의 눈동자를 보면 꼭 선승의 눈 같다. 
결코 먼저 말하지 않고 오히려 묻는 듯하다. 
내가 뭔가 물어보려 하면, 그렇게 생각하는 너는?, 하고 되묻는 것이다. 
그래서 고양이의 눈을 보고 있으면 내가 나를 보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자기관조 내지는 마음의 빛을 돌이키는 회광반조(廻光返照)의 법문이다. (66쪽)

고양이가 앉아 있는 것을 보면 
참선하는 선승 같은 분위기가 있어요. 
뭘 바라보고 있지만 정작 무언가를 보는 것은 아닌, 
고양이에겐 그런 시선이 있어요. 
우리는 그렇게까지 보진 못해요. 
무엇을 해도 의도적인 게 있고, 
마음속에 생각의 끈이 떨어지지 않고, 
개인의 욕망이랄지, 미련, 
여러 가지 마음이 끊임없이 움직이잖습니까. 
내가 명색이 참선을 한다지만 
고양이 마음의 경지에는 오르기 어려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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