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장 바니에의 시보다 아름다운 예수전
장 바니에 지음, 이현주 옮김 / 나무생각 / 2013년 2월
평점 :
복음서가 있는 것은 오늘 이 부서진 세상에서 어떻게 살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가르치고자 거기 있는 것이다.
한글판 제목이 좋다. '시보다 아름다운' 예수전
예수는 무조건적인 신앙의 대상이 아니다.
그가 가르쳐준 진리로 살아가면서 저절로 믿어지거나 아니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서 포기하고 돌아서야 하는 그런 존재이다.
장 바니에는 몸으로, 삶으로 예수의 가르침이 진실임을 보여주는 삶을 선택한 사람이다.
1964년에 프랑스의 트로즐리 브로이에서 정신지체 장애인 두 사람과 함께 노아의 방주라는 뜻의 ‘라르슈’ 공동체를 만들고 25년 간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아온 그의 신앙 고백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그의 예수전은 성서학자의 논문이나 역사가의 글이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예수의 추종자로 살고자 한 바니에의 성숙과 미숙에 의하여 그의 삶에 의하여 잉태된 것이다.
여러 해 동안 나는 예수의 추종자로 살아보려고 노력했다.
그만큼 기쁨을 맛보기도 했고 자유로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힘든 일이기도 했다.
자신의 속물근성과 이중성에 낙심하였고
남을 지배하려는 욕망과 남에게 거절당하고 명예가 더럽혀지고 죄인으로 비난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의 깊은 수렁에 스스로 빠져들었고,
내 가슴의 상처 입기 쉬운 나약함과 허무와 분노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도 했다.
나는 여러 방어기제와 분노와 그 밖의 도피방법으로 상처 입기 쉬운 자신의 나약함을 감싸주려 하였다.
예수의 크신 선(Goodness)을 드러내려고 나는 이 책을 쓴다.
그분은 누구에게도 엄격하거나 가혹하지 않고 남을 지배하거나 남에게 당신 뜻을 강요하지도 않으신다.
사람들에게 죄의식을 심어주거나 그들을 심판하려고 거기 계시는 분이 아니다.
그분을 움직이는 것은 당신의 사명감이다.
그분은 강하시고 그분 안에는 진리의 빛과 깊은 겸손과 어린아이의 천진한 사랑과 세상에 생명을 주려는 소명과 기다림이 있다.
온유한 연인이자 치유자인 예수께서는 충만한 생명으로 우리를 부르시고,
우리 각자에게 빛을 비추고자 교만, 두려움, 봉쇄로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는 세상 안팎의 어둠을 조용히 파고드신다.(8쪽)
장 바니에 고통과 경쟁, 증오와 폭력, 불공평과 억압이 있는 이 세상에서 생명과 구원의 근원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은 약하고 소외 당하고 무가치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복음서 안에서 가장 작고 가난하며 연약한 이들을 통해 예수님의 현존을 만난다.
강하고 넉넉한 자에게는 남들이 필요 없다.
그는 자기만으로 충분하다.
가난하고 약한 자에게는 남들이 있어야 한다.
그들의 도움을 받아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으로 우리에게 힘을 넣어주려고 우리의 굳어진 가슴을 녹이고, 자신의 약함을 보호하고 외로움과 두려움을 감추려고 쌓아놓았던 장벽들과 방어기제들을 무너뜨리려고, 말씀이 몸이 되고 나약함이 되셨다.
존재의 중심에서 우리를 만져주고, 우리 안에 깊숙이 잠재된 힘을 일깨워 사랑과 자비로 살아나게 하시려고, 그분이 오셨다.(230쪽)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공동체를 이루어 간다.
예수가 그들을 부르신 것은, 당신을 중심하여 다른 많은 남녀 제자들을 핏줄보다 깊은 신앙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것은 서로 보살펴주는 법을 배우고,
각자 자기 자리를 차지하여 받은바 은사를 실현하고,
자기들이 얼마나 깨어져 있고 남을 질투하고 힘을 추구하는 존재인지를 배우고,
서로 용서받고 용서하고 치료하고 치료해줄 필요가 있음을 깨달아 알고,
가난한 이와 불편한 이, 눈 먼 이들에게 자신을 끊임없이 열어주는 법을 배우는 그런 공동체였다.
안전을 위해 폐쇄된 공동체가 아니라,
모두가 자유와 사랑 안에서 성장을 돕고 서로 치유해주는 공동체,
서로를 버텨주고,
존재 자체로 복음을 선포하고,
하느님 사랑의 복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을 배출하는 공동체였다.(82쪽)
불가능의 가능성을 꿈꾸는 예수의 삶은 결국 우리에게 선택을 요구한다.
예수에 걸려 넘어진 자들은 그분이 너무나 급진적인 이상주의자요
비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 자들이었다.
어떻게 사람이 자기 재물을 가난한 자들과 나눈단 말인가?
어떻게 사람이 폭력을 쓰지 않는단 말인가?
어떻게 사람이 원수를 사랑한단 말인가?
어떻게 사람이 용서하고 또 용서한단 말인가?
어떻게 사람이 어린아이처럼 된단 말인가?
어떻게 사람이 그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신단 말인가?
묻고 또 묻고,
머리로 이해하고자 한 자들은 기다리기를 거절하였다.
그분의 가르침과 방식에 동의할 수 없는 자들은 믿고 따르기를 거절하고 돌아서서 떠나갔다.(142쪽)
시보다 아름다운 예수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