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의 냄새가 난다 The Collection 17
미로코 마치코 지음, 엄혜숙 옮김 / 보림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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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을 처음 보았을 때

머리를 한대 세개 얻어맞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림을 처음 시작했을 때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어떠한 수준에 다다르고 싶다는

그런 야망이 누구에게나 있는 법인데

그 수준을 목도할 때의 충격, 좌절감이랄까

그런 것을 또다시,

안겨준 그림책입니다.

 

미로코 마치코의

『짐승의 냄새가 난다』

보림 출판사에서는

소장가치가 있다고 할까요

그림책의 예술성이 뛰어나다,

, 그림 자체가 뛰어나다, 작가의 개성이 강하다

그런 말로 치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작품을 『더 콜렉션』이라는 시리즈로

출간합니다.

미로코 미치코 작가는 이 작품으로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 영예 중의 하나인

2017년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 (BIB)에서

금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그림을 보면 당연한 수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담하고 거침없는 그림...


분명 교육 기관에 들어가기 전의

내 모습이 여기 그림에 있는데...

나는 나를 어디에서 잃어버린 것인가...

하는 생각에 제 작업을 수일간 하지 못할 정도의

충격에 빠져버릴 정도였어요.


충격을 수습하고저

『그림책의 힘』 (마고북스, 2003)이라는 책을 꺼내 읽었습니다.

가와이 하야오, 마츠이 다다시, 야나기다 구니오

이 세분은 각각 임상심리학자, 어린이 문학가, 논픽션 작가인데요

이 세 사람의 대담을 엮은 책입니다.


그림책에 처음 입문할 때 교과서처럼 여겨지는 책 중 하나인데

참으로 묘하게도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넉넉해집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발견한 '그림책에서 들려오는 소리'라는 주제에

『짐승의 냄새가 난다』가 참으로 부합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림책은 어린이 어린이에게 읽어 주는 책이다."(56)

"드넓은 그림책의 세계는 눈으로 그림을 보면서 귀로 문장을 들을 때의 신비로운 작용에 의해 만들어집니다."(57)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것 같은 때에도 사실은 소리가 나고 있거든요." (37)

"하지만 인간은 지나치게 말만 추구한 탓에, 여기 있는 그림책들의 세계처럼 먼 옛날 소리의 세계, 노래의 세계, 직접적으로 전해지는 어떤 것, 또는 자기 마음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많은 것들을 잊고 사는 건 아닐까요? (중략) 말은 소리에서 탄생되었다는 점도 꼭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31)


짐승의 냄새가 난다의 첫페이지를 펴면

"이러쿵 저러쿵 풀꽃들이 떠들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의성어의 향연

굼실굼실 굼실굼실 꿈틀꿈틀 꿈틀꿈틀

톡톡톡톡 투둑 투둑

쏴아 쏴아 쏴아 쏴아

푸드덕

으르렁 으르렁 크르렁 크르렁

콰앙 콰앙 콰앙 콰앙

덜커덩덜커덩 덜커덕덜커덕

털썩 털썩 털썩

철퍼덕 철퍼덕

부르르 부르르 부들부들

와들 와들 덜덜 덜덜

물렁물렁 울렁울렁

굼실 굼실 쏴아 쏴아 콰앙 콰앙

털썩 털썩 와들 와들 물렁물렁

거침없는 그림과 함께

리듬감 있는 텍스트를 함께 읽어보니

아이들도 즐겁고 저도 즐겁습니다.

처음 받았던 충격과 분노에 가까운 질투심은

이렇게 하여 사그라들 수 있었습니다.

4D 영화관이 나오는 시대에도 불구하고

책이 그보다 더 많은 감각을 일깨우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나는 짐승의 냄새와 짐승의 길에서 나는 소리에

마음을 기울여듣다보면

책의 마지막 장에 다다라

짐승의 길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을 모두 한번에 자극하는

놀라운 그림책의 세계

모두 경험해보셨으면 합니다.

미로코 마치코 지음

보림 출판사 더 콜렉션 시리즈

『짐승의 냄새가 난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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