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변명
김도언 지음 / 가쎄(GASSE)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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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변명(김도언)

 

내가 김도언의 소설을 만난 건 군대에서이다. 그의 처녀작 <철제 계단이 있는 천변 풍경>을 읽고는 그 강렬함에 소설을 단숨에 읽어버렸다. 현재 그 소설을 읽는 다면 다시 그때의 느낌으로 돌아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때 군대에 있던,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단계에 있던 나에게는 그 소설이 깊게 다가왔었다. 과연 객관적으로 훌륭한 이야기도 존재하겠지만 당시의 읽는 이의 입장에 따라 새롭게 경험되는 소설도 존재하겠다. 누구에게나 기억을 되살려주는 노래가 있듯이 김도언의 소설은 나의 군대의 기억을 되살려준다. 객관적이라는 것은 분명 주관적이라는 것 다음에 존재한다. 누군가가 주관적으로 한 작품에 영향을 받는다면 그것은 곧 객관적으로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는 첫 단계에 진입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 동안 김도언의 글들은 내 눈에 잘 띄었고 그때마다 읽게 되었다. 그리고 <소설가의 변명>.

과연 이 소설가는 불안한 지금을 변명하며 일상적인 삶을 글로 옮겨 적는다. 현재를 살고 있는 육체가 겪은 불안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것은 곧 나의 이야기와도 맞닿아있다. 나의 주관적인 입장도 맞닿아 있다면 곧 어느 정도는 객관적인 입장으로 가는 단계로 갈 수 있겠다.

 

책을 읽다보면 더 많은 책을 읽고 싶고 더 많은 책을 읽으면 내가 책을 읽는 건지 책이 나를 읽는 건지 모를 때가 종종 있다. 머리는 다른 생각은 하는데 그저 눈으로만 글자 기호의 나열을 점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이런 일이 있어서 재미있고 가벼운 산문집을 읽는다.

(2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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