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강의>를 읽으며 비로소 내가 가다가고 싶은 삶의 형태를 찾는다. 그리고 과거의 사건들에서 위안을 얻으며 미래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분명 저자 또한 감옥에서 고전을 읽으며 느껴던 것과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느껴던 부분은 통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너무도 잘 배운 책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앎이 더 늘어나기보다 나는 모른다라는 앎이 한 겹 더 쌓인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도 즐겁다.

 

나는 한자를 활용하는 환경에서 자라지 않았지 때문에 한자, 특히 동양고전은 너무나도 멀리 있는, 갈 수 없는 장소라 느껴진다. 얼마 전 <논어>를 공부해지만 역시 혼자하기에는 너무도 어렵고 더 이상 공부를 지속할 힘이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동양의 사고에 대해, 동양적 삶의 형태를 닮아가고 싶었다. 아이러니하게 나는 동양에 있으면서도 동양에서 너무 멀리 있다.

 

우연히 헌 책방에서 이 책을 발견했고 바로 집어 들었다.

사실 예전에 저자의 다른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조금 읽어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의 나로서는 그 내용이 이질적이게 다가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은 이유는 내가 예전보다 많은 관계를 경험해서 일 것이다. 이 책은 줄곧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보다 생산적이고 전체적이며, 보다 가치있는 관계에 대하여. 비단 인간과 인간의 관계뿐만이 아니라 자연과 우주와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동양적 사고는 우리가 기존에 알지 못하고 지나쳤던 부분을 일깨워주기도 하고 우리가 생각했던 부분을 180도 다른 관점으로 해석한다.

 

책에서 내가 배운 것은 다양한 관점의 나열이 아니다. 저자의 삶에서 나오는 검소함과 수수함과 앎에 대한 욕구와 그에 따른 행동에서 감동을 받고 고개가 숙여진다. 나는 과연 이런 삶을 살 수 있을까? 다시 닮아가고 싶은 인생이 생겼다. 책만 읽을 때 마다 닮아가고 싶은 사람들이 생긴다.

(2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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