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캠벨의 저서를 처음 만나건 잠시 같이 살았던 친구의 책상에서였다. <신화와 인생>이라는 캠벨의 강의 중 중요한 부분을 발췌하여 수록해 놓은 책이었다. 당시에는 신화라는 것을 단순히 옛날이야기로만 받아들였고 이야기를 내 삶으로 해석할 수 있는 상상력이 없었다. 당시에는 이 책이 지루하고 당연한 말만 늘어놓은 것만 같았다.

 

그리고 다시 조지프 캠벨을 만난 건 팟캐스트 벙커에서 있었던 고헤경박사의 강의를 듣고 나서였다. 당시에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첫 일자리를 얻고 나와 내면과 현실 사이에서의 괴리감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때 고혜경박사의 꿈과 신화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나를 찾아가는 방법에 흥미를 느끼고 신화의 이야기가 단지 이야기로 그치지 않고 더 커다란 어떤 의미와 상징들로 가득 차 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를 위로할 수 있었고 나의 본성과 현실을 메울 수 있었다.

 

그리고 조지프 캠벨의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신화의 힘>, <신화와 인생>, <신화와 함께하는 삶>. 작년에는 캠벨의 산문과 인터뷰모음을 읽었다. 이 책들은 캠벨이 다소 일반인들에게 신화를 쉽게 소개하는 교양서이다. 캠벨의 비교종교학을 비롯한 비교신화학을 다룬 조금 더 전문적으로 다룬 책이 이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이다. 이것을 시작으로 더 깊이 있는 모음집이 <신의 가면> 시리즈이다. 현재 <신의 가면 - 원시 신화>를 읽고 있는데 신화의 원형을 다루는 범위가 상당히 방대하다.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이란 책은 교양서에 속하겠지만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캠벨 특유의 할아버지가 어린 아이에게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같은 신화이야기의 문체는 변함이 없다.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할아버지에게 큰 칭찬을 받은 것 같이 뭔가 우쭐해지기도 한다.

(2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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