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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공무원의 우울 - 오늘도 나는 상처받은 어린 나를 위로한다
정유라 지음 / 크루 / 2021년 11월
평점 :
누군가의 내밀한 가정사를 이렇게 과감 없이 알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가정폭력, 폭언, 자살 시도, 정신과 치료 등의 부정적인 이야기를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의 작가보다 더한, 또는 덜하지만 상처 입은 기억 조각들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혼자 킁킁 대며 간직한 상처는 안에서 곪고 곯아 온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한다.
특히 자신의 부모와 얽힌 고통은 쉽게 끊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때론 그것을 끊어내기 위해 세상을 떠나려고도 했고, 자해를 시도하기도 하고, 부모와 절연하기도 하면서 어릴 때의 결핍을 해결하려고 한다.
누구는 그것이 그렇게 어렵냐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상처가 클수록 어릴 때 부모로부터 내면화된 그 수많은 감정과 메시지들은 쉽게 분리할 수 없다. 그럼에도 심리치료로 때론 글을 쓰면서 그 기억 조각들을 모아보고 분해하면서 새로운 길의 여정을 떠나려는 작가를 응원하고 싶다. 이 책 또한 이제는 끊어내고 새로운 연결을 원하는 작가의 용기이지 싶다.
그리고 세상에 나온 이 책 속의 고백들이 글을 쓴 작가에게도 억압된 채 미처 말하지 못한 수많은 익명의 고통 받는 사람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