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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리터의 피 - 피에 얽힌 의학, 신화, 역사 그리고 돈
로즈 조지 지음, 김정아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빌게이츠가 극찬한 도서
피에 대한 이야기라니!! 어떤 책일까 기대감이 있으면서도 처음에는 약간 섬뜩해서 읽기를 망설했다. 그러나 빌게이츠로부터 극찬을 받았으며 여러 저명한 인사들이 추천한 책이라 호기심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우선 400여 페이지가 넘는 책이라 방대한 분량에 압도될 수 있지만, 내용은 술술 읽히는 편이다. 로즈 조지는 영국 저널리스트이자 저명한 논픽션 작가로 이미 여러 책을 낸 바 있다. 이 책은 여러 자료 조사에 충실하며 ‘피’와 얽힌 역사와 신화,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폭로하고 있었다.
작가 메리 로지가 추천했듯이 이 책은 ‘살벌하게 멋진 책’이다. 피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거머리, 혈액형, 혈소판, 헌혈, 생리, 혈우병 등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었다.
다른 무엇보다 전쟁이야말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헌혈이라는 개념을 깊이 새겨 넣었다. 사실은 아니었지만 헌혈한 피가 다친 병사들의 혈관으로 거의 곧장 들어간다는 선전보다 더 강력한 것은 없었다. (p.141)
우리가 쉽게 접하는 ‘헌혈’이 시작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으며, 그 연구의 중심 ‘재닛’이란 성실하고도 치열한 싸움을 했던 여성이 있었다. 당시 여성은 대학을 가기도 힘들었고, 대학을 가더라도 졸업을 시켜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었다. 편견이 가득한 시대에 여성이 중심이 되어 헌혈의 선구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또한 헌혈의 연구를 발전시켜 준 것은 전쟁이라는 상황이었다. 전쟁으로 피가 부족한 시대이기에 연구에 박차가 가해졌다. 전쟁 통에 피를 유통시키는 사람들은 주로 여성이었다는 사실 또한 새롭다.
지금은 헌혈이 무상으로 이루어지지만 그 전에는 피를 사고 파는 ‘매혈’이 성행되었고,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이것을 이용하다보니 오염되거나 검증되지 않은 수혈로 인한 여러 사고가 있었다. 예전에 봤던 하정우가 찍은 ‘허삼관’이라는 영화가 떠올랐고 이해가 되었다. 이런 역사 속에 무상으로 이루어지는 헌혈이라는 것이 정착되어지는 역사를 다룬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편리함을 누리고 있는 지금 시대를 거슬러 조금만 올라가도, 그것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싸우고 희생했는지 나의 무지를 깨는 시간이었다.
저자는 그 외에도 여러 주제에 대해서 피와 관련된 의료 역사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부정을 충실한 자료 조사속에서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만만치 않은 분량의 책이었지만 미처 몰랐던 역사와 세계의 한 이면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