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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보니 선진국 - 앞으로 나아갈 대한민국을 위한 제언
박태웅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8월
평점 :
GDP 세계 9위,
우리 나라는 진정한 선진국이 된 것일까?
제목부터 호기심을 이끄는 책이다. 경이로울 정도로 엄청난 발전을 이룬 우리나라, 그러나 보여지는 화려함 이면의 해결해야 할 산적한 문제들, 양이 질을 따라가지 못하는 곳곳의 문제들을 저자만의 시선으로 지적한다.
미친 속도로 선진국을 베낀 최고의 후발추격국은 수 십 년간 ‘어떻게’를 외쳐온 끝에 ‘왜’와 ‘무엇을’을 묻는 법을 잃어 버렸다. 학교에선 여전히 표준화, 규격화, 양산의 주입식 암기 교육으로 산업 사회를 대비하는데 세상은 이른바 4차 산업 혁명기로 접어들고 있는 중이다. (p.5)
1,2장에서는 이 질문을 다룬다. 눈 떠보니 선진국이 되어 있는 지금, 선진국의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신뢰자본을 제대로 쓰는 법, 공론을 만들어내는 정치가를 키우는 법, 경로의 저주 벗어나기 등을 다룬다. 마지막 3장에서는 IT쪽에서 오래 일한 저자가 인공지능, AI의 의미, AI가 안고 있는 위험과 기회 그리고 그에 대처하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정의가 필요하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후발 추격국이었다. 한국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미친 속도로 앞선 나라들을 따라잡았다.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를 물을 필요는 없었다. 언제나 베낄 것이 있었고, 선진국의 앞선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남은 질문은 단지 ‘어떻게’ 분이었다. 정답은 늘 ‘밖에서 주어지는’ 것이었다. ‘왜’라고 물어본 적 없이 수십 년을 ‘어떻게’를 풀며 여기까지 왔다. (p.15)
책 앞부분에서 저자는 독일의 사례를 든다. 그들은 <산업4.0>, <노동4.0>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 4년 전에 백서를 제안한다. 인공지능에게 인간의 일자리가 빼앗기는 앞으로의 미래의 노동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담아 백서를 발간한다. 그런데 부러웠던 것은 이들은 백서에 앞서 녹서라는 것을 먼저 했다는 것이다.
녹서는 백서를 발간하기 위한 앞선 작업이다. 녹서는 미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고 2년여에 걸친 사회적 토론을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수많은 질문과 토론을 통해서 사회 전체를 준비시킨다. 독일은 이에 2년의 시간을 들였지만, 우리나라보다 4년이나 앞서 백서를 발간한다.
저자는 이 사례를 들면서 말한다.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정의’를 내린다는 것이다. “앞보다 뒤에 훨씬 많은 나라가 있는 상태, 베낄 선례가 점점 줄어들 때 선진국이 된다”라고.
우리나라는 정치인의 토론 현장을 보면서 많이 답답해한다. 토론을 통해서 더 나은 합의의 지점을 찾아가기보다 상대의 허점을 공격하기에 앞선 모습들에 많은 이들이 질려한다. 어릴 때부터 일제 문화, 주입식 교육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 있는 모습은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고 있는 지금 시대에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
나 또한 독서와 토론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가정과 일터, 사회 곳곳에서 이런 문화가 시급히 필요함을 본다. 자신의 주장을 분명히 하는 것 또한 약하고 그것이 선명히 서 있더라도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타협과 협의를 해 가는 것 또한 지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어려워한다. 이제 양적인 성장 뿐 아니라 질적인 성장을 위해서 따라가기에 급급한 것이 아니라 저자의 주장대로 ‘정의를 내리는 것’에 좀 더 시간을 투자하며 우리만의 기준을 분명히 세워가야 할 때이다.
이 책은 이외에도 여러 시사적인 문제들에게 대해서 저자의 관점아래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하고 있다. 더 나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교육 뿐 아니라 정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부와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 등 다양한 사례들을 가져와서 주장하기에 새로운 통찰을 가져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