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자의 딸
카리나 사인스 보르고 지음, 구유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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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되어야만 생존할 수 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저자의 #첫데뷔작임에도 출간 전 원고만으로도 #국제도서전에서 주목받았다는 것이 더욱 호기심이 일었다. 


소설이기에 모든 설정은 허구이지만, 이 책의 배경은 1980년대 중반 국제 유가 폭락으로 인한 경제 공황 이후 현재 베네수엘라의 참상을 그려내고 있다. 경제가 완전히 무너진 #베네수엘라는 전 세계 살인율 1위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2019년까지 파탄난 경제와 함께 민주주의도 말살해도 정치 사회적 상황을 피해 500만 명이 베네수엘라를 탈출했다고 한다. 


이런 정치적 언급은 전혀 없지만, 국가가 무너질 때, 그 속에 있는 사람들 또한 어디까지 변할 수 있을지를 상상해 볼 수 있다. 나라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얼마 전, 우리나라 5.18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 책은 심각한 경제, 정치적 위기 속에 잔혹한 폭력이 일상이 되어버린 베네수엘라에서, 글을 쓰던 주인공 아델라이다 팔콘은 엄마도 떠나보내고 혼자가 된다. 혁명의 아이들이라는 조직은 법과 경제가 무너진 그곳에서 온 나라를 헤집고 다니며 약탈을 일삼는다. 팔콘 또한 이제 위험에 처해진다. 


그러는 중, 주인공 팔콘은 ‘스페인의 딸’이라 부르던 옆집 여자가 죽어있는 것과 그녀의 여권을 발견하는데, 그녀가 살 수 있는 길은 스펜인의 딸 행사를 하며, 이 나라를 떠나는 길이다.


작가 자신의 경험인지 그가 만들어낸 허구인지 모르겠지만, 모든 것이 무너졌을 때에 사람과 사회의 가장 밑바닥을 그녀만의 문학적 필치로 보여준다. 비유와 은유가 탁월하다. 당연시해왔던 국가의 질서와 보호, 자유가 새삼 기적처럼 느껴진다. 지금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많은 선조들이 떠오른다. 지금도 나라 없이 떠돌고 있을 여러 난민들에게 미안해진다. 자신의 존재감 없이 자신의 땅이 아닌 곳에서 다른 이름으로 살 수밖에 없는 그들의 고통이 어떠할지 조용히 생각해 본다. 




우리는 모두 수상한 사람, 경계하는 사람이 되었고, 연대를 약탈로 둔갑시켰다. (p.24)


산다는 건 사냥에 나섰다가 살아 돌아오는 일이 되어버렸다. (p.24) 


우리는 서로에게 남이 되는 형을 선고받았다. 나라를 떠난 사람들이 겪었을 것과 비슷한 감정, 그러니까 수치심과 부끄러움은 생존자들의 죄책감으로 남았다.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는 행위 또한 배신의 다른 형태였으니까. (p.65) 


우리 엄마처럼, 나 역시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엄마는 땅 아래에. 나는 땅 위에. (p.262)


아우로라 페랄타가 된다는 것은 나 자신을 애도해야 함을 의미했다.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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