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광채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노칼라 2
줌파 라히리 외 지음, 리차드 포드 엮음, 이재경.강경이 옮김 / 홍시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설터의 스타일리쉬~한 단편집을 정말 인상깊게 읽었는데, 그 외에도 눈이 번쩍 뜨이는 작가의 이름이
많이 보이는(브로크백 마운틴의 작가 애니 프루, 조이스 캐럴 오츠 등등) 단편집, <직업의 광채>
각종 직업을 소재로 삶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펼쳐내고자 기획된 책인만큼
이 한권에 대단한 작가들이 모였다니 읽지 않고는 그냥 지나갈 수 없는 일인지라.
15편의 단편들은 명불허전이라고 정말 하나같이 기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소설의 특성이 허구에 바탕을 둔 만큼 현실보다 더욱 현실적으로 묘사해서 리얼리티를 확보한다
또한 소설은 현실의 반영에 머물지 않고 사람들의 영혼으로 스며들어 현실을 전복시키고 삶을 이해하는 지점에서 예술로 승격된다.
그런 지점에서 이 소설은 매우 현실적인 책이다
소설 속에서
어떤 사람에게 있어 일은 그저 생계수단일 뿐이고
어떤 사람에게 있어 일은 삶을 지탱해주는 지팡이가 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 있어 일은 소명이다.
어떤 사람에게 있어 일은 빛이고
어떤 사람에게 있어 일은 위로이자 안식이며
어떤 사람에게 있어 일은 역사이고
어떤 사람에게 있어 일은 돈벌이를 위한 수단이다.

이 책을 읽노라면 우리가 꽤 가치를 부여하고 등급을 나누게 되는
블루칼라나 화이트칼라나 노칼라나, 참 의미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게 있어 일은, 아니 지금 내가 목매달고 하는 일은 신성한 노동인가, 되묻게 된다.
신성한 노동의 개념을 희노애락으로 표현해놓은 이 책은 당신이 읽어낸 것보다 더욱 큰 가치가 있는 책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야근에 지친 직장인들에게 광천수 같은 책이 분명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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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다 죽겠어요
이애경 지음 / 터치북스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기다림이라는 화두에 관해 이 시대 혼자 늙어가는 모든 크리스천 싱글녀들을 위한 동감상련 싱글녀의 조언이 담긴 책.

구구절절 공감되고 그래서 구구절절 슬쩍 은근한 미소 짓게 되는 글발 짱 언니의 조언은 결과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만큼 설득력도 높다.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싶게 너무 처절한 부분도 없지 않아 부정하고 있지만 사실 ‘기다리다 죽겠어요’라는 고백, 최소한 한번 쯤 안 해 본 사람은 없을 터. 교회 내에서 있을 수 있는, 또한 고민 가능한 모든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총동원됐다.

기다림에 관한 작가의 팁을 살펴보자.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는 분량만큼만 남을 사랑할 수 있다. 당신이 자신을 조금만 사랑한다면 다른 사람도 조금밖에 사랑할 수 없다. 왜냐면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과연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 걸까, 스스로 되묻게 되는 지점부터 시작해서 결혼이든 연애든 구하고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조언한다.

 

또한 결혼 문제에 집착하는 싱글녀들에게, 하나님께서「지금 이 시간에 내 인생에서 무엇을 하고 계신지, 무엇을 가르치고 계신지, 무엇을 주고 계신지」 지금 이 순간 하나님께서 주신 것들을 충분히 누리라고 말한다.

싱글녀의 일상이 유부녀에겐 그토록 기다리던 특별한 시간이 될 수 있으므로 갖지 못한 것에 집착 말고 가진 것을 즐기라는 것. 집착하느라 아무것도 누리거나 즐기지 못한 채 자신 안에 화와 분을 차곡차곡 쌓는다면 결국 주름살만 늘어날 뿐이니 말이다.

결혼에 관한한 나의 선호도가 앞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분명히 결혼에 관해서도 나의 계획보다 하나님을 향한 믿음은 중요하다. 그분은 우리를 인격적으로 만나주시는 분이라는 믿음이 있다면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께 맡길 필요가 있다. 우리의 삶이 하나님의 계획안에서 충실히 준비되어지고 진행되어지고 있는 것처럼 결혼도 믿고 준비하면서 하나님이 주신 현재를 바라보며 내 자신을 준비된 리브가로 만들어간다면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식으로 당신에게 good이나 better가 아닌 best를 주실 것이다. 우리를 너무 잘 아시는 하나님이니까.

웃긴데 슬픈 책, 크리스천 싱글녀들만 느끼는 페이소스가 가득한 책, 읽어들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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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궤열차
윤후명 지음 / 책만드는집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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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00미터를 마라톤 달리듯 달리는 느낌이랄까.
우리 장편소설들을 보면 단편을 길게 주욱 늘어뜨린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마도 우리 문단이 단편을 중심으로 구축되어 오다보니 작가들도 단편의 호흡이 더욱 익숙한 탓이리라.
여하튼 이 작품도 그러한 맥락에 있는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다
윤후명 작가님의 정제된 문장과 절제된 감성(?)의 단편이 혀끝에 맴돌았단 얘기다.
협궤열차가 품고 있는 이야기들, 협궤열차를 통해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는 이야기들,
작가가 주인공을 통해 하는 이야기들, 독자들에게 배반이나 전복은 없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작가들은 새로움을 이야기 하기,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기가 더욱 고민스러워지는 모양이다.
설정된 40대 화자는 6,70대처럼 보이고, 화자가 풀어내는 감상들은 사춘기소년처럼 감상적이다
이야기는 과거에 묶여있다. 협궤열차는 과연 미래로 나아갈 수 없었을까.
그래도 중간중간에 튀어나와 날카롭게 본질을 짚으며 긴장시켜주는 주옥같은 문장들, 역시 윤후명 작가님의 필력이다.

 

우리는 지금 기다림의 본질 중의 하나인 무지몽매함 속에서 다만 암흑만을 볼 수 있을 뿐일 것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우리에게 더욱 구체적으로 다가올 것은 암흑뿐일 것이다 (p.64)

 

한번 간 사랑은 그것으로 완성된 것이다. 애틋함이나  그리움은 저세상에 가는 날까지
가슴에 묻어두어야 한다. 헤어진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거들랑 자기 혼자만의 풍경 속으로 가라.
진실로 그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은 그 풍경 속의 가장 쓸쓸한 곳에 가 있을
필요가 있다. 진실한 사랑을 위해서는 인간은 고독해질 필요가 있는 것과 같다.(p.93)

 

마지막 문장은 비약적이고 다분히 감상적이라 동감할 수 없지만,
매우 건조한 나조차 내 풍경 속 가장 쓸쓸한 곳을 되짚어보게 된다.
전체적으로 아쉬움이 많은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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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의 여행 - 사진가 14인의 매혹의 세계여행
정진국 지음 / 포토넷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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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목적도 종류도 방법도 다양한데,
이 책은 우리에게 색다른 종류의 여행을 안내한다.
저마다 나름의 성취를 이루어낸 14명의 사진가들의 발자취를 좇는 여행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여행사진의 선구자를 만나기도 하고
최초로 항공 사진을 시도했던 다재다능한 발명가를 만나기도 하고
여러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모습만을 카메라에 담은 작가를 만나기도 한다.
자신의 꿈을 좇아 포기하지 않고 꿈을 향해 달렸던 많은 사진가들의 발자취에
내가 걸어온 길을 포개보는 건 분명히 의미있는 작업 같다.
이 책의 저자인 정진국 평론가는 이 책을  사진가들의 삶을 반추하는
예술적 영감으로 가득한 사진들과 더불어 상상력이 풍부한 글을 읽는 즐거움도 배가시킨다.

처음 카메라가 등장했을 때, 이제 그림은 죽었다(폴 들라로슈) 라는 선언이 있었다.
물론 지금에와서야 사진예술이라는 새로운 예술형식으로 자리잡았지만
그만큼 카메라는 당대 회화를 위협하며 획기적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사진을 단순히 스킬에 국한시키지 않고
끊임없이 진화시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얼마나 새롭게 보일 수 있는지
우리가 쉽게 놓치는 순간을  아름다움과 의미로 포착한
'가장 소중한 이미지를 간직'하고자 열정을 품고 정진했던 사진가들
한명 한명의 즐거운 땀방울이 사진을 새로운 예술의 경지에 다다르게끔 한 것이리라.

이 책을 읽고나니 낡은 카메라라도 하나 집어들고 무작정 밖으로 쏘다니고픈
충동이 든다.  예술이 뭐 별건가. 내 진정성이 또다른 진정성을 만난다면, 그게,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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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위안 - 불안한 존재들을 위하여
알랭 드 보통 지음, 정명진 옮김 / 청미래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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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이 지난 번 한국에 내한했을 때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의 발음에 달콤함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무슨 얘기인지 하나도 모르면서
그냥 목소리와 발음의 울림이 좋아 넉없이 바라보고 있던 기억.
알랭 드 보통의 <철학의 위안>은 철학과 삶을 밀착시켜
존재의 불안에 희망이 되어줄 만한 이야기를 전한다.
총 6개의 파트로 나누어 인기없는 존재들을 위하여, 가난한 존재들을 위하여,
좌절한 존재들을 위하여, 부적절한 존재들을 위하여, 상심한 존재들을 위하여,
어려움에 처한 존재들을 위하여,의

각각 파트에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세네카, 몽테뉴, 쇼펜하우어, 니체를 선정하여
이 대표적인 철학자들의 삶과 가치를 아주 친밀하게 소개하고
철학이 우리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철학이 어떻게 인간들에게 위안이 되어주는지 보여준다.
낙담하거나 절망할 때 각각의 철학자들은 그들이 믿었던 가치(이쯤에서 철학은 일종의 신념, 종교로 자리잡는다)

를 통해 상황을 어떻게 맞닥뜨리고 수용하고 타개해나갔는지 독자들에게 혹은 각각의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다정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보통이 말했 듯,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들이라고 해서 다 나쁜 것은 아니다'
( 이 책의 마지막 문장)

은 그래서 더욱 비루한 우리의 삶에 위안이 되고 풍성함이 되며 의미심장하게 와닿지 않는가 싶다.

 

사람은 누구나 정원사처럼 자신의 심리적 동인들을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분노와 동정, 호기심,허무감이라는 어린 싹들을 생산적으로 유익하게 잘 경작하여 과일을 맺는

아름다운 나무로 키워 울타리로 삼을 수 있다 -<서광>, 니체

 


인물평전을 써도 좋겠다 싶을만큼, 철학보다는 대표적인 철학자의 삶을 통해 철학을 제시하고
철학은 어려워 라는 일종의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깨는 이 책은 읽기가 수월하고 재미밌어
(철학자들 이름과 학파 외우기 바쁜 )특히 고등학생들에겐 필독서가 되어도 괜찮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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