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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궤열차
윤후명 지음 / 책만드는집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100미터를 마라톤 달리듯 달리는 느낌이랄까.
우리 장편소설들을 보면 단편을 길게 주욱 늘어뜨린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마도 우리 문단이 단편을 중심으로 구축되어 오다보니 작가들도 단편의 호흡이 더욱 익숙한 탓이리라.
여하튼 이 작품도 그러한 맥락에 있는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다
윤후명 작가님의 정제된 문장과 절제된 감성(?)의 단편이 혀끝에 맴돌았단 얘기다.
협궤열차가 품고 있는 이야기들, 협궤열차를 통해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는 이야기들,
작가가 주인공을 통해 하는 이야기들, 독자들에게 배반이나 전복은 없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작가들은 새로움을 이야기 하기,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기가 더욱 고민스러워지는 모양이다.
설정된 40대 화자는 6,70대처럼 보이고, 화자가 풀어내는 감상들은 사춘기소년처럼 감상적이다
이야기는 과거에 묶여있다. 협궤열차는 과연 미래로 나아갈 수 없었을까.
그래도 중간중간에 튀어나와 날카롭게 본질을 짚으며 긴장시켜주는 주옥같은 문장들, 역시 윤후명 작가님의 필력이다.
우리는 지금 기다림의 본질 중의 하나인 무지몽매함 속에서 다만 암흑만을 볼 수 있을 뿐일 것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우리에게 더욱 구체적으로 다가올 것은 암흑뿐일 것이다 (p.64)
한번 간 사랑은 그것으로 완성된 것이다. 애틋함이나 그리움은 저세상에 가는 날까지
가슴에 묻어두어야 한다. 헤어진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거들랑 자기 혼자만의 풍경 속으로 가라.
진실로 그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은 그 풍경 속의 가장 쓸쓸한 곳에 가 있을
필요가 있다. 진실한 사랑을 위해서는 인간은 고독해질 필요가 있는 것과 같다.(p.93)
마지막 문장은 비약적이고 다분히 감상적이라 동감할 수 없지만,
매우 건조한 나조차 내 풍경 속 가장 쓸쓸한 곳을 되짚어보게 된다.
전체적으로 아쉬움이 많은 책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