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일
조성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면서 수많은 영역의 예술을 접한다. 음악을 들으며 마음의 평온을 찾기도 하고, 미술 작품을 보며 가슴 벅차기도 하며, 영화나 어떤 무대를 보고 눈물 흘리기도 한다. 예술은 이렇게 우리의 내면을 만진다는 점에서 삶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려서부터 우리는 예술보다는 예술가를 배우기 시작한다. 피카소, 고흐, 베토벤, 모차르트 등등 그들이 예술의 영역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잘 몰라도 우리는 이미 그들의 이름을 들으며 자라왔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아는 사람들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 책 예술가의 일을 읽고 나는 내가 알던 사람들을 정말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구나를 깨닫게 되었다. 구스타프 말러의 음악을 즐겨 들어 왔으면서도, 가우디의 건축물에 경이로움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시립미술관을 갈 때마다 천경자 화백의 전시장을 들락날락 했으면서도, <고독한 미식가>를 시즌별로 몇 번이나 돌려봤으면서도, 좀비 영화를 그렇게 여러편 봤으면서도 이 작품들을 만들어낸 사람들, 그 예술가들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한 사람의 어떤 결과물들은 그 사람의 인생을 반영한다. 예술가들에게 그 결과물은 예술 작품들일텐데 그들의 작품들을 끊임없이 감상하는 삶을 살면서 왜 그들의 삶에 대해서는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책을 읽으며 뭔가 뒤늦게 밀려오는 안타까움과 같은 감정이 들기도 했다. 물론 책은 무려 33명의 예술가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 삶의 세세한 부분까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각각의 예술가들의 작품 속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짚어준다.

 

무엇보다 책을 읽으며 좋았던 것은 수많은 예술가들 중에서도 소수자성을 가진 이들의 삶이 기록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책의 저자가 의도한 것일까. 시대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여성 예술가들의 이야기, 각각의 이유들로 인해 자신의 나라를 떠나서 활동해야만 했던 예술가들의 이야기, 화려한 무대 속에서 빛나는 이들 보다는 작품은 빛나도 자신은 빛 뒤에서 묵묵히 스스로의 일을 했던 이들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책의 제목이 예술가의 이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예술가들 역시 제각각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을 한 사람들 이라고 말한다. 전에 오정세 배우가 동백꽃 필 무렵으로 상을 받게 되었을 때 했던 말이 떠오른다.

 

세상에는 참 열심히 사는 보통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걸 보면,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꿋꿋이, 그리고 또 열심히 자기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똑같은 결과가 주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하거나 지치지 마시고 포기하지 마시고 여러분들에게 무엇을 하든 간에 그 일을 계속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책 속의 예술가들도 참 열심히 그들의 일을 하며 살아간 사람들이다. 지금 우리는 이 예술가들을 아주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그들도 그들이 살아간 그 시대에 모두 특별했던 건 아니다. 그들도 끊임없이 실패했고, 무시당했고, 시대와 맞서 싸워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의 삶을 기억하며 나는 나의 일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 것인가, 나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책을 읽고 책에 소개된 예술가 중 한 명인 글렌 굴드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1955년 연주를 들었다. 책에 실려있는 해맑고 순수한 기쁨의 표정을 지닌 굴드와 철저하게 고독을 선택한 삶을 살다간 그의 이야기를 동시에 떠올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삶을 지탱해 주었던 예술, 그 일이 주는 의미를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 본 포스팅은 작가정신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