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법이 될 때 - 법이 되어 곁에 남은 사람들을 위한 변론
정혜진 지음 / 동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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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을 검색해본 적이 있는가? 나는 몇 번인가 내 이름을 검색해본 경험이 있다. 조금은 특이한 성과 이름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나를 제외하고 세 명 정도의 이름만 검색되었는데 한 명은 공무원, 한 명은 사진가, 한 명은 수상스키 선수였다. 놀라운 사실은 이 중 한 명이 나와 같은 지역에 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이지만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그 사람의 소식을 보며 마음속으로 응원도 하고 좋은 소식에는 괜시리 기쁘기도 했다.

 


이렇게 이름이라는 것이 꽤 자랑스러울 때가 있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김연아나 손흥민과 같은 이름을 들을 때 비록 내 이름이 아닐지라도 기분이 좋고 어깨가 으쓱해진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화가 나고 이 땅에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 부끄러워지는 이름들도 있다. 단지 이름 석 자일 뿐이지만 그것이 그들의 삶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름이 법이 될 때에 등장하는 이름들은 안타까움과 슬픔이 떠오르게 한다. 그래서인가. 책을 읽으며 정말 오랜만에 울었다. 그 이름을 가진 이들의 삶에 일어났던 아니 사실 일어나지 말아야 했던 그 사건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기억하면 기억할수록 가슴 아프고 눈물이 날 그 이름으로 다른 이름의 사람들이 똑같은 일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서 법을 만들려 고군분투한 가족들과 주변인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너무나도 절실히 다가왔기 때문이다.

 


책은 언론을 통해서 우리가 이미 많이 알고 있는 그 이름들이 왜, 어떻게 해서 법이 되어 세상에 나와야 했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 말해준다. 김용균, 태완이, 구하라, 민식이, 임세원, 사랑이, 김관홍. 이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세상에. 어떻게 저런 일이!’라며 분노하기도 하고, 어이없어 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은 너무 빠르고 긴박하게 돌아간다. 그러다 보니 한달 두달 그 이름들이 오르고 나면 어느새 불리지 않는 이름이 되고 우리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진다. 하지만 절대 그 이름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사람들이 그 이름을 잊지 않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다시는 같은 사건으로 같은 피해가, 같은 슬픔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을 법으로 만드는 힘든 과정을 선택했다.

 


나는 진심으로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다. 집에 한 권씩 꼭 소장해 놓아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이름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건이 나에게 혹은 내 주변에 발생했을 때 어떻게 그것을 함께 풀어나가야 할지 알려주는 가이드와 같은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책 추천의 글에 이런 문장이 있다.

 


이 책은 이름과 법이 만나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죽은 자와 산 자가 만나고 현재와 미래가 만나고 슬픔이 변화와 만나고 자신의 이름을 가졌던 한 구체적인 개인에게 일어난 일이 우리 모두의 운명과 만나는 이야기다.

 


유가족들의 슬픔이 사회적 에너지로 분출되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말한다. 그들에게 그것이 얼마나 큰 각오였고, 다짐이었으며, 용기였을까. 한 권의 책 안에 그들의 행적과 마음을 담아낸 저자는 우리에게 어려운 사건이 나쁜 법으로 이어지는 걸 막기 위한 공동 입법자로서의 역할을 제안한다.



그사세라는 말이 있다. 그들만이 사는 세상의 줄임말이다. 그런데 세상이라는 것이 과연 그렇게 소수의 몇몇 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곳일까. 나와는 관계없다고 생각했던 사람, 사건들이 언제 나에게 다가올지 모른다. 사회를 살아가면서 너와 나를 구분하고, 우리와 너희를 구분하는 생각을 이제는 바꾸어 봤으면 좋겠다. 나의 어떤 이익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우리는 함께 살아야 더 잘 살 수 있는 존재들이다. 책에서 나온 이름들은 이제 과거가 된 이름들이지만 이들의 아픈 과거를 디딤돌 삼아 앞으로는 이런 아픔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이들을 더욱 기억하며 한 발 한 발 나아가야 할 것이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 동녘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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