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
카르마 브라운 지음, 김현수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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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집에서 살아가는 두 여인이 있다. 한 여인은 1950년대를 살아가고 있고, 또 한 여인은 2018년을 살고 있다. 두 여인 모두 자신은 완벽한 남자와 결혼했다고 믿었다. 그들의 젠틀하고 다정한 모습, 자신을 향해 모든 것을 다 내어줄듯 한 모습에 반했고 결혼 후 핑크빛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마주치게 되는 현실은 두 여인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둘은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현실에 순응하지 않는다. 각자의 시간, 각자의 방법으로 자신이 원하는 방향의 삶을 찾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며 결국 그것을 이루어내고 만다.

 


결혼을 한다는 건 인생에 어떤 의미일까?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겠지만 책을 통해서 본 남성들은 결혼에 안정이라는 굉장히 큰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950년대와 2018년의 사회문화적 차이가 굉장히 크고 두 남편이 아내를 대하는 태도도 분명 다르지만 그들에게 결혼이 주는 의미는 비슷하다.

 


네이트는 늘 집 밖에, 앨리스는 늘 집에만 있는 지금의 삶.

마치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은 것 같은 삶.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앨리스에게 집에만 있는 삶은 억지스럽다. 하지만 네이트는 그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다. 1950년대를 살아가는 리처드는 자신의 부인 넬리가 집에 있으면서 자신을 위한 모든 것을 항상 완벽히 준비해 놓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비해 네이트는 훨씬 유연하다. 출근 전 아침을 차리라며 아내를 일찍부터 깨우지도 않고, 앨리스에 대한 일이라면 모든걸 제치고 뛰어올 만한 마음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이트가 이 결혼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안정적인 가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승진 시험에 매진하고, 앨리스에게 계속해서 임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앨리스가 사회적 위치에 대한 열망이 있고, 빨리 아이를 갖기 원하지 않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둘의 문제는 다른 곳에 있지 않았나 싶다.

 


사실 누군가에게는 아이를 가지는 것이, 혹은 자신의 커리어를 쌓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일 수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사람들은 모두 다른 생각을 한다. 그리고 살아가다 보면 내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이 더 큰 욕망으로 자리 잡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모든 관계에서 그렇듯이 결국 소통이 아닐까.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 함께 살기 위해 필요한 필수 요소이다. 그렇기에 관계에서는 끊임없고 유의미한 대화들이 필요하다. 이전 세대와는 다르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는 이것을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나와 비슷한 시간을 살아가는 앨리스의 여러 선택들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졌다. 1950년을 살아가던 넬리에게는 사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넬리는 자신의 시대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며 정말 살기 위해 내가 사는 삶을 개척했다. 하지만 앨리스는 좀 더 적극적이었을 수도, 좀 더 솔직할 수도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갈수록 감정에 치우친 선택들을 하는 것 같아 좀 안타까웠고 그랬기에 사실 앨리스 부부에 대한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는 무척 잘 읽히고 재미있는 책이다. 시대를 오가며 레시피로 연결되는 두 여인의 일상들에 대한 설정이 좋고, 시대와 내용은 다르지만 결혼이라는 것이 여성들에게 가져오는 시련과 갈등이라는 공통점이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가며 다음 내용을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결국 삶을 살아가는 주체인 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것이 혼자하는 삶이든 함께하는 삶이든 결국은 내가 사는 삶임을 기억하며 살아가야 함에 대한 이야기이다.

 


샐리,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스스로에게 해야 할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란다. 우리가 그 질문에 스스로 대답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자꾸만 대신 답을 하려고 난리들을 칠 거야. 절대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해!

 


책 속 이 짧은 문장에 모두 담겨 있다.

스스로 사는 삶을 살라고 말하는 강력한 작가의 메시지가.


※ 본 포스팅은 창비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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