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시즈카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다시마 세이조 글.그림, 고향옥 옮김 / 보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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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 중3때,

우리 가족은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를 하였다.

부모님께서 운영하시는 사업장 옆에 집이 있었고

시골이라 너른 밭과 공터가 있었다.

갑작스레 친구들과 이별을 한 것도.

중학교 졸업을 한 학기만 남겨두고 새로운 학교 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것도.

불편한 것 투성인 시골생활도 나는 다 싫었다.

예민한 사춘기 여중생에게 '이사'는.

그것도 도시에서 시골로의 이사는 큰 충격이었다.

그런데,

이내 난 그 시골 생활을 사랑하게 되었으니.......

도시에서 할 수 없던 경험을 시작하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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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서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하였다.

그것을 시작으로

시골 생활에 나름의 낭만을 품고 있던 부모님께서는

병아리, 오리, 염소를 오일 장에서 사오셨다.

그리고는 너른 마당에 각자의 보금자리를 만들어주셨다.

아침마다 가축들을 돌보고 인사하는 재미는 쏠쏠하였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가는 병아리들.

"매에에에" "매에에에" 거리는 검은 아기 염소들.

그리고 나의 발 뒷굼치를 쫓아 다니는 강아지며.

그들과 함께 하면 웃음이 절로 나왔다.

                                

염소 시즈카. 다시마 세이조 지음. 고향옥 옮김. 보림

보림에서 개정판으로 나온 '염소 시즈카'를 본 순간,

난 그때가 새록새록 떠올라 미소가득인채 책장 한장, 한장을 넘겼다.

이 책은 기존의 '염소 시즈카' 개정판이다.

 

다시마 세이조

다시마 세이조(田島征三)는 1940년 일본 오사카에서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났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집이 불타 버리는 바람에 아버지의 고향인 산골 마을로 이사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쌍둥이 형 유키히코와 함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뛰놀았던 경험은 그림 에세이집 《그림 속 나의 마을》에 잔잔하게 담겨 있다. 이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을 비롯한 많은 상을 받았다. 다시마 세이조는 다마 미술대학 도안과를 졸업한 뒤 도쿄 변두리에서 손수 밭을 일구고 염소와 닭을 기르면서 생명력 넘치는 빼어난 그림책을 꾸준히 발표했다. 한편으로는 베트남 어린이를 위한 모임과 반전 운동에 참여하는 등 평화를 지키기 위한 활동에도 힘을 쏟았다. 이처럼 삶과 예술이 일치하는 작가로 잘 알려진 그는 지금까지도 그림책 작가와 평화 운동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에혼니폰 상을 받은 《뛰어라 메뚜기》, 《채소밭 잔치》, 《엄청나고 신기하게 생긴 풀숲》, ‘염소 시즈카’ 시리즈 들이 있으며, 세계그림책원화전 황금사과상, 고단샤 출판문화상,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그래픽상 들의 많은 상을 받았다.

- 보림 홈페이지 중 -

내 기억속의 나의 염소는 '시커먼' 염소였는데,

시즈카는 '새하얀' 염소이다.

'염소 시즈카'는 총 7개의 이야기로 나뉘어져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아기' 상태일 때

정말 사랑스럽다. 시즈카도 천방지축이긴 하나 귀여운 아기 염소이다.

세월이 흐름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으랴.

시즈카는 성장하고 결혼을 한다.

숫염소는 옆마을에 있었습니다. 송아지만 한 늠름한 숫염소가 굵직한 쇠줄에 묶여 있고, 쇠사슬의 길이는 50센티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시즈카를 가까이 데리고 가야 짝짓기를 할 수가 있었지요. 시즈카는 겁을 냈어요. 태어난 뒤로 한번도 자신과 똑같은 동물을 만나지 못했으니까요. 더구나 숫염소는 이성이고, 크잖아요. 그런 시즈카를 숫염소가 무척이나 다정하게 대했어요. 귀 뒤를 간질이면서 아주 소중하게 자신의 우리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지요. 속셈은 뻔하지만, 그 모습이 얼마나 다정해 보이던지 눈물이 날 정도로 기특했다니까요. 어쩌면 나는 이 장면을 그리고 싶어서 이 그림책을 그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이었지요. 다정한 두 염소의 모습은 그야말로 아름다웠어요.

-작가의 말 중-

작가의 추억 속에

'시즈카의 결혼'이 참으로 인상적으로 남아있었던 듯 하다.

결혼을 한 시즈카는 '엄마'가 된다.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한 시즈카의 모습과 출산의 과정은 웃기면서도 슬픈.

사람이나 동물이나 임신의 과정과 출산의 고통은 녹록지 않구나.

의젓한 엄마 '시즈카'와 시즈카의 2세 '뽀로'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인간이 아닌,

가축들의 숙명. 마음이 아프지만 엄마 젖을 뗀 뽀로는 엄마품을 떠나야만 한다.

인간들도 자식의 독립을 시켜야 하는 숙명이지만,

인간에 비하여 가축들은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너무나 일찍 자식과 이별을 해야하니 안쓰러웠다.

뽀로가 떠난 후, 시즈카의 우유는 가족의 차지가 된다.

아빠의 젖짜는 장면은 '낄낄낄, 깔깔깔'

어쩜 이리도 익살스럽게 그렸단 말인가!!!

(책을 통하여 확인해주세염^^)

여전히 사고뭉치, 천방지축의 시즈카.

저렇게 배가 볼록한 이유는 책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마지막 부분에는 작가의 이야기가 있다.

실제의 '시즈카' 사진도 함께 말이다.

어릴 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리도 유쾌하고 즐거운 그림책이 탄생하였다니,

역시, 유년기의 경험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큰 힘을 발휘하는구나 싶었다.

나는 그나마,

시골에 살았던 경험 덕분에

자연속에서 자연과 함께 한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있지만,

우리 아이들은 어쩌나.

이 아이들이 성장하였을 때

어떤 추억을 가지고 살아갈 지 잠깐 생각을 해보았다.

인위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순리를 내 아이들이 경험하며 자랐음 좋겠는데 말이다.

내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성장하지 못하는 아쉬운 마음을 '염소 시즈카'를 함께 보며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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