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국가의 탄생 - 베트남 전쟁부터 아프가니스탄 전쟁까지, 고삐 풀린 미국의 전쟁사
레이첼 매도 지음, 박중서 옮김 / 갈라파고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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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출판사는 신간 나올 때마다 챙겨 보는데 이번에는 특히 재밌어 보이는 책이 나왔네요!! 너무 기대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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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쉼표, 이분법 앞에서 청년이 짜는 판 룰디스 (Rule This)
정경직 외 지음, 바꿈청년네트워크 기획 / 들녘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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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민국 페미니스트들 사이의 논쟁을 조금은 쉬운 언어로 사람들에게 풀어서 전달해 주는 책이 필요하다고 항상 생각해 왔는데,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바로 지금-여기의 페미니즘을 접하는 하나의 유용한 안내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은 단지 지금의 논쟁에 대한 안내서에서 끝나지 않고, 그 이후를 생각하는 문제의식을 모두 공통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사건들과 논쟁들 속에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리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잠깐 거리를 두고 이후를 생각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이분법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거기에 포획되고, 그 안에서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의 저자들은 그 이분법에서 잠시나마 빠져나와서, 한 번 숨을 고르고 이분법의 앞에서, 이분법을 바라보며 차분한 논조로 논쟁이 벌어지는 지형 자체를 다시 생각하도록 만든다.

첫 글인 “속도와 페미니즘을 재사유하다”에서 등장한 ‘속도의 페미니즘’은 여러 면에서 빠른 지금의 페미니즘을 포착하기에 적절한 용어인 것 같다. 페미니스트들의 속도마저도 동질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논 페미니스트들의 속도를 동질적으로 규정하고 적으로 규정하는 건 한편으로 근대 국가가 국경을 긋고 적을 규정함으로써 나를 정의하는, 즉 네거티브한 방식의 정의일 것이다. 모두의 속도를 고려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수전 웬델의 <거부당한 몸>에서 등장하는 ‘삶의 속도’ 개념과, 박종주의 “혐오의 시간, 민주주의의 시간”에서 등장하는 시간 개념과도 이어질 수 있는 것 같다. 속도는 언제나 (누구의) 속도라는 걸 생각하며, 나는 너무나 빠르게 횡단보도를 건너서, 내 곁에 있을 수 있는 사람을 건너편에 두고 온 것은 아닐까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사실 다음 글인 “정치적 올바름을 생각하다”에도 이어진다. 이 글은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서, 정치적 올바름이 어떻게 도덕주의화되고 기존의 이분법을 강화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는지 차분하고 꼼꼼히 논증해 나간다. 사실 이 글을 읽으면서 스스로를 아주 많이 돌아보게 되었다. 때로 나는 단지 내가 어떤 말을 보고 싶지 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발화자를 악인으로 규정하고 처단하려 들지는 않았나. 물론 내가 정말 신경 써서 조심스럽게 설명했을 때에도 상대방이 똑같은 말만 반복한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나는 내 곁에 있던 사람조차 ‘혐오러’로 낙인 찍어 버리지는 않았을까. 특히 ‘무맥락적 PC’에 대한 내용과 그 이후 ‘속죄 페미니즘’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공격이 성찰보다 앞서곤 하는 나에게 가장 와닿았다.

“모두의 페미니즘을 위한 정치윤리학”은 저자가 격렬한 포함과 배제의 싸움 속에서 사람들과 직접 부딪치며 고민한 바를 풀어낸다. ‘생물학적 몸’과 몸의 경험은 어떠한 간극도 없이 이어진 연속체처럼 여겨지곤 하지만, 이 글은 그러한 직선적인 사고 방식에 질문을 던진다. 페미니즘 이론, 특히 (이 책에서는 포스트 페미니즘이라고 언급된)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은 학계에서만 통용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아니냐고 많이 비판을 받았다. 이 글은 그러한 이론적 이야기를 통해 지금-여기의 구체적인 논쟁들을 해석하고 비판하면서 ‘어려운 페미니즘’을 보다 간결하고 쉽게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타자가 주체에 선행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나’에서 ‘너’로의 전환을 통해 용서와 화해의 단초를 던지는 마지막 부분은 버틀러가 <윤리적 폭력 비판>에서 이야기하는 바를 아주 쉽고 명료하게 풀어주는 것 같았다. 그런 이론적인 이야기가 우리 삶에서 동떨어진 것이 아닌, 우리 삶 깊숙이 언제나 자리하고 있음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는 글이었다.

마지막 “지배하는 말들에 지지 않는 법”은 자신의 삶에서 시작해서 ‘아주 친밀한 폭력’을 사유하고, 폭력이 발생하는 관계의 구조를 파악한다. 아주 가까운 관계에서, ‘사생활’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섬세하게 밝혀내는 이 작업은 정말 모든 유형의 가까운 관계에서 다 필요하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하는 극단적이고 일방적인 책임 전가의 강황은 폭력이 상처로, 상처가 폭력으로 오해되는 것과 상당히 유사하다. 가해자는 자신의 위치를 선택적으로 지움으로써 폭력을 흐린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폭력은 다툼이나 갈등으로 오인되고, 어떤 이들은 이를 악용하여 폭력을 지속하고 책임을 회피하기도 한다. 이 글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가정 안에서의 이야기를 통해 이 고통 속에서 어떻게 피해자의 곁에 가서 설 수 있는지 고민한다. 저자가 어머니에게 말을 건네는 그 순간(책을 읽은 이는 어딘지 알 것이다)은 곁에 서는 아주 구체적인 장면이 아닐까. 그런 구체적인 장면들에서 나는 내 삶의 또 다른 구체적인 장면을 만들어나갈 수 있게 될지 모른다.

나는 얇고 가벼운 책을 들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이 책의 크기와 무게가 나에게는 딱 적당하다. 그리고 지금-여기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페미니즘 논쟁들을 좀 더 많은 사람들과 고민할 수 있도록, 더 나은 논쟁을 할 수 있도록 풀어서 설명하는 책이라서 정말 좋았다. 뿐만 아니라 열심히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잠깐 잊고 있던 것들을 다시 상기시켜 줄 수 있을 것 같다. 제목처럼, 쉼표다.

공통의 문제의식과 더 나은 논쟁, 더 넓은 연대를 위한 살아 있는 이야기들로 연결된 책.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지금-여기의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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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의 정치학 도란스 기획 총서 4
정희진 외 지음 / 교양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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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폭력은 이미 체제를 이루는 일부이며, 동시에 그것은 특정한 젠더 규범을 (자신이) 체화하는 동시에 (당신에게) 강요하는 행위다. 모든 사람은 자기 삶의 모양을 주체적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어야 하지만, 어떤 이들은 이러한 권리를 존중받지 못한다. 자신의 섹슈얼리티가 자기 통제 바깥에 있는 경험, 그리고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한 바로 그 권력에 인정을 호소하는 경험. 왜 누군가의 삶은 통제와 저항과 좌절로 채워져 있는가?
이 책은 안희정 재판을 중심으로 가부장제 사회로, 그리고 그 속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이 갖는 의미로 나아간다. 그리고 이 안에서 반복된 “주인의 도구로는 주인의 집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오드리 로드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젠더 폭력’을 젠더 규범의 강요라는 권력의 작동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주인의 도구를 버리고 우리만의 도구를 만들려는 마지막 장의 시도를 암시하는 일종의 복선이 아니었을까.
핵심은 ‘성욕’이 아니라는 내용은 평소에 내가 갖고 있던 생각과도 맞아떨어졌다. 캐롤 페이트먼의 논문 “What’s Wrong with Prostitution?”를 읽은 뒤에 나는 “왜 남성은 여성의 신체에 대한 접근권을 획득하려고 그렇게 애쓰는가?”를 끊임없이 물을 수밖에 없었다. 성차별적 사회에서 남성은 성욕이 아닌 여성의 몸을 추구하게 된다. ‘성욕’은 단지 그 접근권의 추구를 자연적인 질서인 것처럼 본질화하기 위한 수사일 뿐이다. 그리고 이 접근권은 자신을 특정 젠더 혹은 위치에 기입하기 위한 도구다.
안희정 재판이 이 책의 가장 핵심 줄기로 위치한 건 단지 그 재판이 언론에서 많이 다루어져서도 아니고, 안희정이 ‘잠룡’이었기 때문도 아니다. 이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 이성애-이원 젠더 규범을 기반으로 굴러가는 이 사회에서 어떻게 지배 권력이 섹슈얼리티를 통제하고 수많은 삶을 압도하는지 가장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일 것이다.
미투 운동의 배경, 역사, 전개, 지금의 현실과 변화, 그 속에서의 절망과 현실의 재해석, 그리고 우리의 새로운 무기로서의 인식론까지. 지금의 한국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고 폭력을 더 정확하게 인식하기 위해 모두가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책이 아닐까.

#도란스기획총서
#도란스총서
#미투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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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의 정치학 도란스 기획 총서 4
정희진 외 지음 / 교양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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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현장감 있고 치밀하게 고민한 흔적이 보입니다. 지금 이 시점에, 한국의 모든 공동체에 필요한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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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아닌 여성이 결정해야 합니다 - 시몬 베유, 낙태죄를 폐지하다
시몬 베유 지음, 이민경 옮김 / 갈라파고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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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한국에서도 낙태죄 폐지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고, 임신중절을 통제하는 것은 국가가 구성원(특히 여성)의 몸을 통제하여 개인의 몸에 대한 주권을 빼앗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이겨내고 자신의 몸의 주권을 되찾은 투쟁의 과정을 꼭 읽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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