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시 일신서적 세계명작100선 9
콘스탄틴 버질 게오르규 지음, 김양순 엮음 / 일신서적 / 199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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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책 없냐는 말에 후배가 추천해 준 책이다. 정말 별 생각없이 읽기 시작했다. 세계 문학전집 속에 들어있는 내용이라서 두꺼운 양장본 책을 들고 다니면서 읽느라 고생도 꽤냐 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단행본으로 나온 책을 사서 친구에게 선물하기로 맘 먹고 전쟁에 드러난 국가의 폭력에 관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2차 대전당시를 산 루마니아 사람으로서 유대인으로 몰려서 수용소를 간 것을 시작으로 13년 동안 각국의 105개의 수용소를 돌아다닌 요한이라는 순박한 청년이 주인공이다. 요한, 야콥, 등으로 이름이 변화해 간 것이 그의 이력을 잘 말해 준다. 그러나 요한을 통해 보여주려는 것은 전쟁의 참혹함은 아니다. 눈에 보이는 폭력보다 더 무서운 것. 전쟁을 통해 기술관료지배 체제가 얼마나 소름끼지도록 무서운 것인지 여실히 느끼게 한다.

요한이 잡혀온 이유는 자기 아내를 탐내는(?) 한 헌병의 조작 때문이다. 요한은 억울한 사정을 이곳저곳에 탄원하지만 관료들은 요한의 사정을 생각하기 보다는 '원칙적으로'일을 처리할 뿐이다. 천신만고 끝에 가족과 아이를 만났을 때 부인 말고 요한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모두 전쟁통에, 또 수용소에서 죽어간 것이다. 그런 가족들이 이번에는 미국인 수용소에 들어가야 한다. 너무 어이없어서 눈물이 다 나는 요한에게 군인은 사진을 찍겠다며 웃으라고 명령한다.

사족 - 중간에 노자의 시를 인용한 구절이 나온다. 작가는 25시까지 가 있는 서양문명의 해답을 동양에서 찾아보려 한 것일까? 또, 말미에 나오는 관료지배체제를 역이용한 탄원서는 정말 블랙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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