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One 1
이빈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8년 8월
평점 :
절판


정말로 별 생각없이 골라들었던 만화이다. 원음파라는 음악 천재가 상업주의에 물든 가요계와 어떻게 싸우며 어떻게 자신을 지켜가며 끝내 자신의 음악을 하는 모습이 장황하거나 비장하지 않게, 잔잔한 미소를 짓게 그려진 것도 감동이었지만,

나이 먹어서 음파와 영주의 사랑 이야기가 나를 멍하게 만들었다. 까페의 소파에서 음파가 영주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는 장면이나, 둘이 손을 잡고 거리를 걷는 장면이나, 마지막에 다시 만나는 장면이나... 정말 별 것 아닌 거 같은데 기억이 난다. 키스신도 나오긴 하지만, 사랑한다, 사귄다 라는 말로 딱 자르긴 좀 아쉬운, 서로 아끼고 소중해 하는 그런 관계이다. 나이를 따져보면 둘이 두 살 차이가 나는데 그런 것에 관한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도 좋다.

그리고 맘에 드는 캐릭터가 많이 등장했다. 예쁘고 섹시하고 립싱크를 하는 유제니. 하지만 자신에게 당당한 소녀이다. 기획사에서 제작하는 가수에 맞지 않아 팀에서 나온 뒤 거리에서 춤을 선보이는 정아. 서로 음파를 좋아하면서도 서로 소중한 친구라는 사실에 조금도 금이 가지 않는 제니와 영주의 '여자들의 우정'도 기억이 난다. '너보다 영주가 훨씬 더 예뻐'라고 말하는 음파. 그리구 하우재라는 인물은 극의 흐름을 좌우하고 있기는 하지만, 분명하지 않는 캐릭터라 좀 아쉽다.

11권짜리 만화인 관계로 각각의 상황이 좀더 세세하게 묘사되진 못 했고, 또 너무 많은 캐릭터를 흩뿌리기만 했고, 군데군데 조잡한 대사도 있었지만 그건 내가 유리가면을 읽은 후라 비교가 되는 거고, 참 오랜만에 재밌고 기분 좋은 만화책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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