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라의 비밀 - 3단계 문지아이들 82
오진원 지음, 박해남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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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화를 아이들에게 권할 때마다 아이들은 짜증을 낸다. 재미없다는 것이다. 안 읽어봐도 뻔하다는 것이다. 왜 이런 걸 읽어야 해요. 아이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두 아이를 둔 엄마로서, 동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답답할 때가 많았다. 그 무엇보다 한국동화의 문제점은 예날식이라는데 있다. 아이들이 읽고 공감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대부분 생활동화이거나 어정쩡한 판타지라는데 있다. 재미없는 이야기로 아이들을 가르치려든다는 데 있다. 더 큰 문제는 상상력이 빈약하다는 데 있다.

 이번에 읽은 오진원씨의 "플라라의 비밀"은 한국동화의 가능성을 가늠케하는 놀라운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무엇보다 스케일이 크다. 좀체 한국동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대목이다. 이야기를 끝까지 상상력으로 밀고나간 힘이 경의롭다. 이 작품은 한번 읽기 시작하면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도록 짜여진 미로와도 같다. 손에 땀을 쥐게하고 조마조마해서 견딜 수 없게 한다. 나는 이 동화를 읽으면서 주인공 '마로'가 되었다. 이 책을 읽는 두 시간 남짓, 나는 주인공 '마로'가 산 13년이라는 시간을 살았다.
 
 나는 이 동화를 읽고 아파트 베란다로 나가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플로라는 영원하다는 뜻이었다. 우리가 사랑한다고 말할 때마다 플로라가 하나씩 탄생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사랑한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을까. 나는 한동안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얼굴을 하나씩 떠올려보았다. 우리가 사랑한다고 말할 때마다 저 광활한 우주에 플로라가 하나씩 탄생한다고 상상해보는 일, 참 멋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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