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네요..

제3의 여인
나쓰키 시즈코 지음, 추지나 옮김 / 손안의책 / 2012년 4월

이거 재미있다.

로맨스를 기대하고(?) 추리물로 큰 기대는 안 했는데, 의외로 좋았음.

로맨틱하면서도 우울하고, 격정적이면서도 쓸쓸한 추리소설이라 할까..

프랑스의 한적한 교외.. 폭풍우로 정전이 된 한 호텔에서 이뤄진 

두 남녀의 우연한 조우와 어둠 속의 정사.. 그리고 은밀한 교감..

이 도입부에 감정 이입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정말 가슴을 졸이며 읽을 수 있다.

이후 일본에서 벌어지는 두 건의 살인 사건. 범인을 쫓는 형사와 

어둠 속의 여인을 찾으려는 주인공의 시각이 교차하며 스토리는 점점 파국을 향해 치닫고..

마지막 반전과 마침내 드러나는 여인의 정체.. 

음.. 너무 매의 눈을 하지 말고 분위기에 취해 읽으면, 이만한 감정의 울림을 전달하는

추리 소설도 별로 없을 듯하다.

주인공 다이고는 지극히 세속적이고 현실적인 인물이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어느 정도의 정의감과 영웅심을 지닌 인물이기도 하다. 

그기고 그 간극에서 고민하며 염세주의에 매혹된다..

사실 현대인들은 어느 정도는 다 그런 면이 있지 않을까..

그런 순간 그가 만난 암흑 속의 여인은 구원의 마리아였는지도 모르겠다..

다이고는 그녀가 맛보게해준 '도취와 광기의 신속하고 성스러운 감각..

신비하고 묘한 일체감'을 느끼며 폭발한다. 그리고 행동에 나서지만..

그는 결국 구원받지 못한다. 그가 느낀 감각은 그만의 착각이었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그게 현실일까.. 슬프다.

대단하다..

열대야
소네 케이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4년 8월

소네 케이스케의 이름은 '코'가 나왔을 때부터 알고 있었는데,

읽을까 말까 하다가 안 읽고..

'지푸라기'도 넘기고.. '침저어'도 제끼고..

그러다 이번에 나온 '열대야'를 읽었는데,

이야, 이 작가 대단하네..

상상력이 아주 끝내줘요. 

세 가지 단편으로 이뤄진 책인데,

첫 단편인 '열대야'는, 이런 종류의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인지 미리 수를 읽었지만,

그래도 잔혹한 블랙 코미디 한 편을 보듯 상당히 재미있었고,

두 번째 '결국에......'는 짧은 이야기 속에 기막힌 구성력을 보여주었으며,

세 번째 '마지막 변명'은 거의 울 뻔했다..ㅎㅎ

단편이 이 정도로 치밀하고, 밀도 있고, 흡입력이 있다니..

대단하다. 

스타일이 살아 있네..

앞서 나온 책들은 어쩌지..? 

비블리아.. 5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5 - 시오리코 씨와 인연이 이어질 때 ㅣ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5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7월

벌써 5권까지 오다니..

4권에 장편 형식으로 힘(?)을 줘서 그런지 5권은 좀 편하게 가는 인상..

그래도 이제 러브 라인이 확립되었으니,

그간 한편으론 연애 소설로 읽어온 나로선, 마음 뿌듯하다.. 부럽기도 하고..ㅋㅋ

그런데 과연 러브 라인은 아무 탈 없이 그대로 이뤄질까?

시오리코 모녀의 대결은 과연..?

늘 다음 권이 나오길 기다렸는데, 막상 막바지에 이른 듯하니 역시 아쉽고 조바심이 난다.

그래도 어쩌랴.. 빨리 나와라..

비블리아 고서당 4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4 - 시오리코 씨와 두 개의 얼굴 ㅣ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4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2월

3권까지는 연작 단편의 형식이었는데,

4권에 이르러 드디어 장편이 되었다.

에도가와 란포의 책들에 얽인 이야기니 그럴만도 하다.

의문에 휩싸인 시오리코의 엄마는 모습을 드러냈고,

다이스케는 마침내 시오리코와의 데이트에 성공!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부러운 녀석..

4권은 사놓고 한참만에 읽었는데,

그새 5권이 나와버렸네..

이제 얼마 안 남은 것 같은데, 끝까지 사게 될 듯.

내가 원래 이런 책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 이건 어쩔 수가 없다.

맥주별장..

맥주별장의 모험 ㅣ 닷쿠 & 다카치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5월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딱 하나, 맥주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러나, 일단 맥주라는 술 자체에 대한 얘기라든가

마실 때의 감흥에 대한 묘사 같은 게 별로 없어서 실망.. 

그리고, 닷쿠 & 다카치 시리즈는 이게 처음인데

앞서 나온 책을 안 봐서 그런지 몰라도

인물들에 대한 이입이 잘 안 돼서 아쉬웠음.

또 하나, 이건 말하자면 고전적인 안락의자 탐정의 대학생 MT 버전(?)인 듯한데

추리의 내용이나 전개가 짝 달라붙는 맛이 없음,

작가의 머릿속에선 매우 치밀하고 논리적으로 그려진 것 같은데,

독자 입장에선 '아하, 그렇구나!'하고 무릎을 치게 하는 힘이 약하단 얘기다.

역시 앉아서 말로만 풀어가는 추리는 장편으로는 무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