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주도학습법
임현서 지음 / 스튜디오오드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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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졸업 논문을 준비하면서 현지 조사를 떠날 때만 해도 나는 6월에 있을 본심은 무사히 끝날 것이고 8월 즈음에는 빛나는 졸업장을 품에 안고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예심 기간 동안 작업한 분량은 약 46장. 120장 정도면 충분 하겠지, 인터뷰를 따고 나면 70장 정도는 무리없이 나오려나, 다디단 꿈에 젖어 있었다. 자그마치 4개월의 슬럼프를 만나기 전 까지는.


슬럼프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냥 2년 동안 직장과 학교를 병행하느라 많이 힘들어서, 학교를 안 나가는 논문학기를 마치 휴식기간처럼 누리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아니, 그냥 완벽주의자도 아니면서 완벽주의자를 표방하는 나의 성격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것도 아니라면, 고작 서론과 방법론 하나를 썼을 뿐이면서 본문을 쓰는 것이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문장 두 개를 쓰기 위해서 3일이 걸리는 날이 지속됐고, 한 문단을 쓰기 위해서는 10개 이상의 논문이 필요했다. 점차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논문을 작업하는 일수가 줄었고, 그렇게 본심은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나는 그제야 체감했다. '망했음'을. 


그로부터 한 달 후, 나는 약 120장의 논문을 들고 심사위원 앞에 섰다. 네 달 동안 쓰지 못했던 80여장을 불과 한 달여 만에 써낸 것이다. 어떻게 가능했냐고? '지금 하지 않으면 개고생 6개월과 한 학기 등록금 561만원 추가 납부'를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중얼거린 것이다. 만약 본심에서 떨어지면 예심 통과 후 뭐라도 된 것마냥 기고만장했던 나의 별것도 아닌 '사회적 위신'이 깎이고, 졸업 후 12월에 박사 지원서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며, 1년 사이클을 더 기다리게 됨으로 '시간'을 낭비하게 되며, 무엇보다 '561만 원'이라는 거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었다. 


그 때부터 나는 논문을 쓰지 못하게 방해하는 모든 요소들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를 해지하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무음보드를 기본으로 장착했다. 친구들과의 약속을 모두 취소하고 퇴근 후 저녁에는 무조건 컴퓨터 앞에 앉았다. 바로 이 책의 저자 '임현서'가 말하는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공부법을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이미 하고 있었던 셈이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공부법 관련 서적들이 있다. 나 또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자격 시험을 준비하면서, 이렇게 저렇게 알게 된 공부법 관련 책들을 많이도 찾아 읽었더랬다. 어떤 사람이 파란펜으로 노트 필기를 하면 잘 외워진대, A4용지 하나에 내가 오늘 공부한 것들을 정리하면 도움이 된대, 이 사람은 의대생인데 이 사람은 이렇게 했어, 저렇게 했어, 등등. 하지만 그런 방법들이 본인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었던가. 나의 대답은 '아니'였다. 


저자 또한 바로 이 점을 꼬집는다. 그러면서 엄친아의 정석이자 외고(무려 대원외고다)-서울대-서울대 로스쿨을 나온 전혀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 '우리 모두 할 수 있는 공부법'이라고 감히 우리 모두에게 외치고 있다. 이건 인터넷에서 떠도는 필기법이나 공부법과는 다르니까 모두 할 수 있는 거라고. 지금 해내지 않으면 구조적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내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게끔 만들고, 주변의 방해 요소를 단호하게 차단하라고. 그게 아마도 열흘만에 공인중개사 시험을 통과할 수 있게 만들고, 여러 상황 속에서도 그에게 변호사 자격증을 품에 안겨준 비책이 아니었을까 싶다. 

평균인은 그 정도의 의지를 발휘하지 못해서 평균인이다. 우리가 숱하게 읽어왔던 위인전, 합격 수기, 성공기에 등장하는 이들의 정신력과 의지를 본받고 싶어 한, 그 심정을 다시금 떠올려보라. 그리고 이렇게 질문해보라. ‘나는 그와 같은 의지가 있는가?‘ - P48

예컨데 스스로 영어 회화 실력이 부족하다면 내일부터 영어 회화를 공부하겠다고 의지를 다지는 것보다 영어로 소통하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에 나 자신을 내던지는 것이 구조적 개선의 방법이다. - P81

그러니 필자처럼 글씨를 쓰는 것이 너무 싫은데 여태 손글씨로 꾸역꾸역 필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단지 남들이 다 한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보지도 않을 요약본이나 오답 노트를 정리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되돌아 볼 일이다. - P103

결국 위기주도학습법의 논지는 돌고 돌아 ‘공부를 안 하면 너무 큰 손해를 입을 만한‘상황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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