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에 8월에 있었던 미주리주 퍼거슨시 사건은 백인 경찰이 쏜 총에 흑인 소년 브라운이 죽으며 촉발되었다. 흑인들은 이에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백인들 또한 이에 반대한 시위로 응수하였더랬다. 그래도 조금 지나면 잠잠해지겠지 했으나, 이 일은 주변 도시까지 퍼졌고, 추수감사절 방학 기간 동안 내가 있던 곳 까지 확대된다는 소식에 한국계 미국인인 지인은 내게 '흑인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감이 유색인종에게까지 퍼졌으니, 방학 기간 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혹시나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지면 어떡하나, 아파트 세탁실로 가는 것 마저도 주저하며 보냈던 일주일의 시간을 아직 기억한다.
전공 특성 상, 발표할 일이 많아 하루가 멀다 하고 프레젠테이션 인생을 살았던 학부 시절, 하루는 비즈니스 상황에서 바이어들을 설득해야하는 가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유일한 동양인이었던 나는 두 명의 백인 학생과 한 명의 흑인 학생의 뒤를 이에 발표에 임했고, 내 발표에 대한 교수님의 평가는 매우 간단했다. "제일 신뢰가 가고 신빙성이 있는 프레젠테이션은 키가 180cm정도 되는 중 저음의 백인 남성이 진행하는 것 뿐"이라고. 나는 그후에 그렇다면 이러한 조건이 되지 않는 나와 같은 사람 (작은 키, 높은 음역대의 목소리, 그리고 동양인인 여성)이 어떻게 바이어들로 하여금 신뢰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지 추가적인 강의를 기대했으나, 수업은 그대로 끝났고, 나는 발표수업 사상 제일 낮은 점수(B-)를 받았다. (그럼 흑인학생의 점수는 어땠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상황이 이렇더라도 동양인인 내가 인종과 관련된 어떠한 이야기를 하는것은 허락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나의 백인 동료들과 이야기 할 때 사용한 colored races (people of color, 유색인) 라는 단어에 포함된 'colored'라는 말이 흑인이 아닌 나는 절대 사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역정을 놓았기 때문이다. 그럼, 동양인들은 백인들과 같은 지위를 가지는 것인가? 백인들이 쓴 모호하고도 명확하지 않은 인종에 대한 소설들과 그들이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은 묘사들을 듣는 것만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주류 사회에서 숨죽여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들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