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선생님 3 세미콜론 코믹스
다케토미 겐지 지음, 오주원 옮김 / 세미콜론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스즈키 선생님] 3권은 2권으로부터 연결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다케치라는 남학생이 교실에서 나카무라라는 여학생을 밀쳤고, 나카무라는 등에 컴퍼스가 꽂혀서 상처를 입는다. 단순한 실랑이인 줄 알았던 이 사건의 이면에 스즈키 선생 학급의 여신 오가와가 있었다. 오가와를 좋아하던 다케치는 오가와 앞에서 나카무라로부터 “똥을 길게 싼다.”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그토록 분개했던 것이다. 다케치 외에 오가와를 흠모하던 다른 네 명의 남학생은 다케치에게 사건이 더 커지게 만들지 말 것을 종용하고, 이를 어긴 다케치가 학급회의에서 자신을 포함해 오가와를 좋아하는 남학생들을 지목하면서 사건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스즈키 선생의 학급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학급 회의가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것이다. 학교 마다 학급 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 학급 회의는 그저 때우기 식으로 끝나기 일쑤였다. 스즈키 선생의 학급에서 이뤄지는 학급 회의를 통해서 학생들은 갈등을 조정하고 무엇이 옳은 것인지 고민한다. 스즈키 선생은 학급 회의의 방향만 잡아줄 뿐 간섭하지는 않는다. 물론 학급 회의에서 일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거나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어떻게든 학생들 스스로의 힘으로 상황은 그 이전보다 나아진다. 어떤 의미에서 진정한 민주주의가 스즈키 선생의 학급에서 실현되고 있다고 나는 느꼈다.

 

사건은 일단락 됐지만, 안타깝게도 오가와를 향한 스즈키 선생 마음의 들끓음은 진정되지 않는다. 스즈키 선생은 내면 깊숙이 오가와를 끊임없이 갈망하는 자신을 멈출 수 없다. 그저 오가와는 여신일 뿐이고 자신은 아사미 씨와 현실적인 사랑을 하고 있다며 진정시키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진 않는다. 오가와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 하고, 인기 많은 신임 교사를 은근히 질투하기도 한다. 더구나 이 신임 교사 쓰즈키는 오가와 소미를 옛날부터 알고 있다지 않은가. 심지어 스즈키 선생은 쓰즈키가 오가와의 첫사랑이 아닌지 의심한다. 스즈키 선생은 수영장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있는 오가와가 쓰즈키 선생과 함께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괴로워하는데, 이쯤 되면 이건 병이다.

 

사실 오가와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 하는 건 스즈키 선생만은 아니다. 학년의 거의 모든 학생들, 특히 여학생들 대부분이 오가와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 밝히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고 말해도 될 정도니 말이다. 여기서 아이들의 다양한 반응을 작가는 놓치지 않는다. 오가와의 감정이 어떠하든 자신의 호기심만 채우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오가와를 배려하자고 외치면서도 자신의 궁금증을 억누르지 못해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아이도 있다. 이 소동은 결국 다음과 같은 오가와의 절규로 막을 내린다. “연모하기만 해도 되잖아! 도저히 전하지 않고 못 버티겠다면 한번 몰래 전하고… 그걸로 충분한 거 아냐! 누구를 좋아하든 상관없잖아!!” 이 말은 동시에 스즈키 선생을 감동시킨 말이기도 하다.

 

[스즈키 선생님] 3권은 스즈키 선생이 특별히 무엇을 주도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스즈키 선생도 어찌 보면 한심한 한 남자일 뿐이고 오히려 아이들에게 배워가는 중이다. 그리고 그런 스즈키 선생을 통해, 학생들을 통해 나도 배워간다. 내 안의 추악한 모습을 보고, 스즈키 선생처럼 자신을 바꾸려고 결심하게 한다. [스즈키 선생님]은 좋은 교사나 학생이 되기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왜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이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좋은 사람이 되기를 힘쓰자고 서로를 격려하는 일이 왜 절실한지를 웅변하는 이 일본인 작가가, 나는 미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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