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실리콘밸리의 자유로운 업무 방식 - 구글 애플 페이스북 어떻게 자유로운 업무 스타일로 운영하는가
아마노 마사하루 지음, 홍성민 옮김 / 이지북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상사와 술을 마시러 가는 일은 거의 없다. 업무의 연장이라 하는 퇴근 후의 ‘접대’는 아예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만큼 개인 생활을 즐길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주말에 욕심을 부려서 쉬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내키지 않아도 직장 사람들과 밤까지 어울리고, 상사가 퇴근하기 전까지는 자리를 뜨지 못하는 스트레스도 실리콘밸리에는 없다.” 저자 아마노 마사하루가 말하는 실리콘밸리의 모습이다. 아득하고 꿈같은 이야기다. 한국에서 거론되는 ‘신의 직장’도 이 정도의 업무 환경을 제공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도대체 이런 업무 방식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이 책의 저자 아마노 마사하루는 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기업인이다. 저자는 실리콘밸리에서 자신이 경험한 것을 토대로 실리콘밸리의 업무 방식을 알려주고,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려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일본인을 겨냥한 책이기는 하지만, 저자의 조언은 한국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우선 저자는 그 원동력이 대학에서부터 나온다고 말한다. 스탠퍼드와 UC버클리를 비롯한 실리콘밸리 10여개 대학은 ‘벤처를 키운다’는 생각을 교육 이념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우수한 학생일수록 창업을 하고, 창업하지 못한 인간이 대기업에 가는 구도라는 것이다. 창업한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진 않지만, 실패해도 다음을 생각하면 된다는 게 실리콘밸리의 가르침이다. 실패가 크게 부담되지 않는 것은 평소 벤처를 후원하는 ‘멘토’의 존재 덕분이다. 실패한 기술일지라도 멘토가 중계하면 다른 벤처로 쉽게 매각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실리콘밸리에는 실패가 오히려 ‘좋은 경험’으로 인식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으면, 이것이 가능한 이유에 대해 저자는 실리콘밸리가 정답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해진 답이 없으니까 설령 실패로 끝났다 해도 도전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새로운 정답’에 다가간 사람을 보다 신뢰”하는 것이다.

 

저자는 실리콘밸리의 시스템에 대해 ‘조건 없는 개인의 열의 또는 선의’라고 설명한다. 한 벤처사업가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낼 가능성과 그것을 실현시키려는 열의를 가진 ‘개인의 능력’”이 있다고 인정받기만 하면, 여러 기업가들이 벤처 선배로서 열의와 선의를 지니고 도와주려 한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는 일본이나 한국처럼 종적사회가 아니라 횡적사회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상대를 ‘존중’하는 데서 비롯한다. 여기서 존중은 ‘서로 같은 단계에서 서로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밝힌다.

 

저자는 책 후반부에서 실리콘밸리에 입성할 수 있는 여러 경로를 소개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변화하라고 말한다. 익숙함은 편안함을 줄 수 있지만, 행복까지 담보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우발적인 일에 적극적으로 반응해서 그것을 계기로 미지의 세계로 나”갈 것을 강조한다. 실제로 저자가 취재한 실리콘밸리의 일본인들은 모두 자신이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익숙함에 저항한 사람들이었다.

 

사실 저자가 서로에게 열린 마음이나 존중 같은 개념은 우리도 익히 아는 것들이다. 익숙함에서 벗어나라는 조언도 낯설지 않다. 중요한 것은 우리는 ‘알고만’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런 개념이 좋고 바르다고는 알고는 있지만, 단지 이상에 머무를 뿐이라고만 치부한다. 그런데 실리콘밸리에서는 그런 개념을 실제로 실천함으로써 단지 이상에 지나지 않는 것임을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는 안 돼”라는 사고방식을 버리고 실리콘밸리가 보여준 것들에 실천하고 익숙해지는 것이다. 덩치가 큰 조직에는 실리콘밸리의 업무 방식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 큰 조직도 들여다보면 실리콘밸리의 업무 방식을 적용할 만한 틈이 분명 존재하기 마련일 테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나 자신부터가 부끄러워진다. 그저 이 책을 살펴보며 나 자신에게 먼저 적용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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