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전쟁 - 슈퍼 달러의 대반격
레이쓰하이 지음, 허유영 옮김 / 부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금융의 무기화’란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다. 특히 외환위기의 고통을 전 국민이 온몸으로 감당해야 했던 한국으로서는 국제 금융의 동향에 특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올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겪은 어닝쇼크는 경쟁력 저하라는 측면도 있지만, 환율 변동의 부정적 요인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 더구나 경기 안정을 되찾은 미국이 내년 금리 인상을 준비 중이라는 뉴스는 당장 우리 마음을 무겁게 한다.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 나온 [G2 전쟁]은 달러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에 대항하자는 중국 경제정책 전문가의 혜안이 담긴 책이다.

 

저자 레이쓰하이는 금융 전쟁의 역사를 더듬으며 미국이 금융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게 된 사정에 관해 말한다. 미국이 최근 양적완화를 통해 경제가 회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 경제에는 불안요소가 많다. 현재의 정책은 금융 자산의 가격 상승에 의존한 경기 부양에 지나지 않으며 실물 경제는 회복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책으로 내세운 제조업 부흥 정책에 대해서도 저자는 비관적이다. 이미 공장들은 해외로 이전한 지 오래고, 고임금 하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거기다 신성장 동력으로 기대되는 신재생 에너지 산업은 달러 패권의 기반인 오일 달러를 무력화시킬 수 있고, 설령 크게 성공해 널리 보급된다 하더라도 오히려 중국의 자원 안보 문제를 해결해주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미국은 아직은 단단한 달러 패권을 이용해 최강국의 지위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저자가 미국이 화폐전쟁을 일으키리라고 예측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과 유로존의 위상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이 세계 최대 무역 대국으로 성장했고, 유로화의 위상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달러는 이전만큼의 지위를 누릴 수 없다. 달러 자본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자 달러의 일부는 미국 내에 쌓이게 되었고 이것은 서브프라임 사태로 이어졌다. 미국은 유로존이 붕괴되기를 원하지만, 이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달러 가치를 높여 여러 국가들이 유로화를 버리게 만들고 달러 자산에 투자하게 만들면 된다. 저자는 만약 유로화 퇴출이 실현된다고 해도 달러 패권을 유지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근 몇 년간 유로화의 비중이 감소했지만, 그렇다고 달러화 비중이 그만큼 증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칼끝의 향방은? 당연히 중국을 겨냥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지니고 있는 중국 공격에 대비한 무기는 금리 인상이다. 금리 인상을 통해 국제 자본을 달러로 손쉽게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달러가 강세로 반전된다면 신흥성장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미국의 양적완화 기간 동안 자산 가격에 낀 거품이, 달러 강세로 붕괴될 것이며 무역 수지 적자로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중국도 이런 폭풍을 피할 수 없다. 중국이 보유하는 유로화, 엔화의 비중이 적지 않은 만큼 해당 통화 가치 하락으로 외환보유고가 줄어들 것이며, 결국 주식, 채권, 부동산 자산 가격도 하락할 것이다. 한국은 어떨까? 경기가 여전히 안정되지 못한 한국이 받게 될 고통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어떤 분들은 미국을 든든한 우방이라고 아직도 굳게 믿고 있는 것 같다. 과연 그럴까? 이 책에서 저자가 논증하듯이 미국의 달러 패권주의는 동맹국과 적대국을 가리지 않고 진행되었다. 한국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이 책이 전적으로 중국의 입장에서 쓰인 만큼 비판적으로 읽어야 할 대목도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달러만이 득세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고, 위안화와 유로화가 달러의 패권을 저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상황이 달러 패권주의 시대보다는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더 멀리 보아서 만약에 슈퍼 위안화의 시대가 도래한다면 어쩔 것인가. 위안화가 달러와 같은 패권을 행사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저자가 이 책에서 제기하는 달러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은 합당하며 수긍할 만하지만, 저자의 논조에는 중국 경제 성장에 대한 자부심과 중국 금융 산업의 잠재력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인다. 달러 패권주의를 비판한다면 위안화 패권주의에 관해서도 스스로 경계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이 책이 우리가 곧 맞이하게 될 국제금융의 지형도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물론 위안화와 유로화가 달러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지, 아니면 거의 대등한 위상을 점유하게 될는지 장담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저자의 주장대로 위안화 국제화는 가까운 미래에 가속화될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원화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더 초라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외환위기와 글로벌금융위기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인지는 몰라도 원화 국제화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원화 국제화를 미루면 미룰수록 우리는 미국과 중국, 유로존, 일본의 통화정책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저자가 보여주듯 중국은 무서울 정도로 세밀하게 시나리오를 짜나가며 위안화 국제화를 준비하고 있다. 답답할 정도로 신중한 우리 정부 당국자들 손에 이 책을 한 권씩 쥐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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