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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생각하며 살 것인가 ㅣ 판미동 영성 클래식 시리즈
제임스 앨런 지음, 장순용 옮김 / 판미동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어렸을 땐 나이를 먹으면 살아가는 일이 좀 쉬워질 줄 알았다. 그런데 살면 살수록 사는 일이 버겁게 느껴진다. 계속 달리고 있는 건 같은데, 삶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아 허전하다. 잠시 멈춰 서서 도대체 내 삶에서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지 듣고 싶었고, 문제를 교정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주위를 둘러봐도 그저 그런 인생지침서만 가득하다. ‘심리학’으로 둔갑한 자기계발서적들이 난무한다. 이번에 손에 잡은 [무엇을 생각하며 살 것인가]은 ‘백 년의 고전’이라는 카피를 단 인생지침서다. 이 책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기에 산더미처럼 쌓인 자기계발서들을 제치고 백 년이란 세월을 이겨낼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제임스 앨런은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그는 마치 구약성경의 선지자가 죄인들을 향해 외치는 것처럼 말한다. 처음에는 이런 확신에 찬 어조가 부담스러웠다. 그렇지만 책장을 넘긴지 얼마 되지 않아 그의 문장을 읽으며 자꾸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특히 이런 대목. “만약 우리를 축복하기도 하고 고통스럽게도 하는 파워가 환경에 있다면 그 환경은 우리 모두를 똑같이 축복하거나 고통스럽게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겐 고통을 주는 환경이 다른 사람에겐 축복의 손길을 내밀 수도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선이나 악이 환경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맞닥뜨리는 인간의 마음속에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p. 47) 똑같이 고되고 어려운 환경에서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실패한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좋은 환경이 갖춰져야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고. 악조건에서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되냐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역사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사실은 분명 시궁창에서도 성공한 이들은 존재한다는 거다. 왜 그 성공의 가능성이 내게 와서 실현되리라 믿지 않고 지레 낙담했는가. 이것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저자는 나중이란 결코 없다고 말한다.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하라는 것이다. 제임스 앨런은 좁아터진 아파트에 살고 있을지 모르는 이들에게 말한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금 사는 좁은 아파트를 가능한 한 작은 낙원으로 변모시켜 당신 스스로 훌륭한 저택에 살 수 있게 맞추는 것”(p. 74)이다. 이 구절을 읽는데, 쑥대밭처럼 어지러운 내 방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지금 현재 내가 처해 있는 환경에 나 자신을 맞추지 못한다면 내게 행복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번뜩 든다. “진정으로 선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돈이 모일 때까지 선행을 연기하는 일 따위는 절대 하지 않는다.”(p. 87) 이 말은 금전적 차원을 넘어 시간의 차원으로도 확장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남들을 돕는 일을 유예한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생각해본다.
결국 관건은 마음이다. 모든 선과 악이 마음에서 시작되고 마음에서 끝난다. 마음을 다스리느냐의 문제가 그래서 중요하다. 저자는 일이란 본질적으로 고통이 아니라 생산적이고 유익한 것이며 건강에 공헌하기까지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노동하며 고통 받고 괴로워하는가. 에너지를 어리석게 낭비하기 때문이다. “만약 건강을 굳게 지키고 싶다면 당신은 ‘마찰’ 없이 일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p. 143) 그러고 보니 흔히들 일을 하다가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하는데, 이 스트레스는 일의 고됨 때문이 아니라 동료나 상사와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저자가 말한 대로 마음을 지킬 수만 있다면 ‘스트레스’라는 낱말도 잊고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책을 읽는 내 마음을 따갑게 찔렀던 대목이 있다. “당신이 베풀고 난 뒤 상대가 감사를 표하지 않거나 기뻐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치자. 만약 그것을 불만스럽게 생각한다면, 당신의 준다는 행위는 사랑이 아니라 허영심에 불과하다. 당신은 단순히 얻기 위해 주었을 뿐이다. 따라서 그런 행위는 실제로는 준 것이 아니라 빼앗는 행위나 다름없다.”(p. 190) 누군가를 호의적으로 대하고는 그 사람이 내게 그만큼의 호의를 보여주지 않을 때마다 나는 얼마나 마음 상해했는지. 이제 보니 그건 결코 호의가 아니었다. 그저 내 만족을 위해 애써 호의를 베푸는 척한 것이었다. 손해 보지 않으려는 내 지긋지긋한 셈법을 내다버리고 싶다. 그런 내게 저자는 말한다. “‘경쟁’이라는 낱말이 ‘지고한 정의’에 대한 당신의 신념을 흔들도록 내버려 두지 말라.”(p. 197)
이 책은 천천히 꼭꼭 씹어가며 읽어야 하는 책이다. 처음에는 한 챕터를 읽고 잠시 머뭇거렸는데, 점차 한 문단, 한 문장 앞에서 멈추게 된다. 이 책은 무엇보다 인생을 살아가며 놓치고 있던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내게 소중하다. 그동안 나는 늘 생각하며 산다고 나름 자부했는데, 이 책에 비추어보니 그것은 대개 하지 않아도 되는 생각이거나 하지 말아야 할 생각이었다. 무언가 안 풀린다고 실망하고, 자괴감에 빠져 시간을 허비했던 날들이 떠오른다. 현명한 저자의 말을 되뇌고 그 기운을 내 발걸음 하나하나에 불어넣는 수밖에는 이 어리석은 자에겐 다른 길이 없을 것 같다. “어리석은 자는 소원이나 불평을 말한다. 그러나 현명한 자는 활동하면서 기다린다.”(p. 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