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신
오승민 지음 / 만만한책방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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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끝에 하얀 배가 있다네. 병들고 아픈 동물을 기다리네. 거기에 생명을 살리는 신이 있다네. 죽음에서 삶으로 돌려보내 주는 붉은신이 있다네.”


가장 약한 쥐라는 뜻의 ‘꼬리끝’이라는 이름을 가진 쥐는 할아비 쥐가 말한 생명의 붉은신을 만나기 위해 하얀 배로 들어가게 된다. 그 곳에서 마주한 것은 두 발이 가둬놓은 검은 눈물을 흘리는 토끼, 모습이 변한 개구리, 일어서지 못하는 아픈 개들이었다.


할아비 쥐의 말은 틀렸던 것일까? 붉은신은 정말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그러던 중 꼬리끝이 붉은신을 발견한 것은 생명이 다해갈 때 쯤이었다. 꼬리끝은 다시 한 번 생명의 의지를 가지고 오랑우탄 559와 함께 붉은신을 눈앞에 마주한다. 실패한 동물 559로 불렸던 오랑우탄은 자신의 원래 이름을 기억해내고 저 밑에 아직 남아있는 친구들을 구하기 위한 여정을 다시 한 번 떠난다.


붉은신은 동물 실험이라는 무거운, 그치만 반드시 마주해야하는 문제에 관해 다룬 그림책이었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끔찍한 폭력성과 그로 인한 두려움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하얗게 변한 할아비 쥐도 붉은신을 만나 그 끔찍한 곳에서 살아돌아왔던거겠지? 그렇기에 아직 그 안에 갇혀있는 다른 동물들을 구하기 위한 노래를 만들어 불렀던게 아닐까싶다.


오랑우탄이 굴뚝에 닿기 위해 한 개, 두 개씩 철창을 열심히 쌓아올리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결국 할아비 쥐, 오랑우탄, 꼬리끝이 모두 힘을 합쳤기에 생명을 살릴 수 있게된 것 같아서이다. 그들처럼 우리 사회도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쳐야 모든 생명이 ‘제 생명대로’ 살 수 있는 곳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건 결국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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