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리고 나면 아이들은 더 이상 놀이를 하지 않는다.
...
어느날 문득 놀이를 할 줄 모르게 되는 것이다.
비밀을 잊어버린다.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그걸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온갖 삶들을 마음 속으로 지어내고 그것을 굳게 믿는다. 그러다가 어느날, 그게 끝나버린다. 그냥 그렇게 갑자기 딱 멈춰버린 것이다.
놀이의 상실, 놀이의 망각, 나는 그게 바로 일생중 최악의 날이 아닌가 한다.
누구나 그런 날을 거치게 마련이다.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 中
단 한 장의 흑백사진이 그 안에 담긴 사람의 일생 혹은 수십 년 세월을 모두 말해주는 경우가 있다. 누렇게 색이 바래고 귀퉁이는 떨어져 나가고 군데군데 얼룩진 흑백사진.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은 그런 흑백사진 같은 소설이다. 책을 번역한 김화영 교수가 “여행 중 우연히 발견한 이 소설을 읽다가 수십 년 동안 참았던 눈물을 ‘퍽’ 하고 터뜨릴 뻔했다”고 말한 탓일까. 제목에서 오는 여운이 나의 가슴을 움켜주며 한없이 울고 싶어진다 .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누이의 이른 죽음을 통해 ‘삶은 이별의 연속’임을 말하는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 ‘왜 어린 시절부터 사랑하는 모든 것과 작별을 해야 하는 것일까? 왜 모든 것들은 허물어지고 마는 것일까? 왜 모든 것이 사라져버리는 것일까?’를 묻는 이 책은 다시한번 인생의 반환점에 있는 나에게 긴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