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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적 마음 - 김응교 인문여행에세이, 2018 세종도서 교앙부분 타산지석S 시리즈
김응교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17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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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클립 한주한책 서평단 빛입니다.

 

제목에 충실한 책이다.

이 책은 일본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흥미 있게 조리해서 우리에게 제공한다.

작가는 흩어져 있던 이야기 조각들을 모아 일본의 민낯을 드러낸다.

독서 포인트는 일본의 민낯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작가의 감정 변화다.

기승전결을 보는 듯한 작가의 필력은 한 편의 소설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각 단원들은 일관된 방향성을 지닌다.

작가는 예술, 독서, 사무라이, 야스쿠니로 책의 대단원을 꾸몄다.

각 장의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전체적인 서술 방식에는 일관된 모습을 보인다.

작가는 서술함에 있어 인문학적 요소, 특히 역사적 요소를 강조한다.

비유하자면 한 주제가 메인 요리라면 요리의 주된 양념이 역사라 할 수 있다.

역사를 깊게 다루기보단 독자의 이해를 위해 최소한의 선으로 기술했으니

역사를 싫어한다는 이유로 책을 거부하진 않기를 바란다.

다만 페이지가 넘어가면서 그 정도가 깊고 어두워질 뿐이다.

 

모든 단원은 일본적 마음-집단주의- 아래서 움직인다.

예술도 독서(작가)도 사무라이도 야스쿠니도 정도만 다를 뿐 모두 집단주의를 가리키고 있다.

키워드 중심으로 책 전개가 이뤄지기 때문에 개별 단원만 보면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와비사비', '하루키', '사쿠라', '정로환' 등의 단어만으로 작가의 큰 그림을 보는 것은

숙련된 독자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를 대단원의 틀에서, 한 층 더 넓혀 일본적 마음의 틀에서 본다면

이들은 퍼즐 조각으로써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퍼즐의 완성은 모든 조각의 조화로부터 나온다.

이 책 역시 단원 단원이 조각으로써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책 전반부까진 이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작가가 만들어 놓은 퍼즐을 맞추는 재미를 느낄 것이다.

 

한편으로는 편히 읽어도 충분히 좋은 책이다.

굳이 책의 구조와 작가의 전반적인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사활을 걸지 않아도 독서에 아무 지장이 없다.

에세이 특성상 글의 구조를 파악하는 과정이 그리 중요하지 않고,

단편적인 이야기만 봐도 충분히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작가는 일본에서 13년가량 체류했는데, 그 내공이 책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래서 때때로 이 책의 장르가 인문학 에세인지 여행서적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남녀노소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니, '인문학' 세 글자에 겁먹고 피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이 책은 일본인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돕는다.

에세이 특성상 글이 객관성을 지녔다곤 할 수 없다.

때문에 본문에서 작가는 일본인에 대해 몇 날카로운 비판을 몇 차례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대한민국인으로서 작가의 주장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이 책은 일본의 만행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비판을 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

대신 오늘날 일본 문화 전체를 아우르며, 그 뿌리를 파고듦으로써 이들의 근원적 문제를 지적한다.

감성적인 비판보다는 아직까지 남아있는, 그리고 앞으로도 개선 의지가 없는 '잘못된 것'들에 대한 비판이다.

집단주의가 오늘날까지 일본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4장에 거쳐 보여준다.

이 과정을 통해 작가는 우리가 완전하진 않아도 이전보다 더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읽을 때는 쏠쏠한 재미를 느끼고, 읽고 나서는 일본을 대하는 태도가 한 층 성숙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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