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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너머 자유 - 분열의 시대, 합의는 가능한가 ㅣ 김영란 판결 시리즈
김영란 지음 / 창비 / 2024년 3월
평점 :
세상에는
정의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존재합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수많은 철학가와 사상가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주장했지만
정의에 대한 정의는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 판결 너머 자유 ]는
김영란 전 대법관이 존 롤스의 정의론을 바탕으로
오늘날 대한민국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담은 책입니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우리나라 최초 여성 대법관이자 '소수자의 대법관'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중에게는 '김영란법'으로 잘 알려져 있는 분입니다.
그러면 이 책을 읽으며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와 느낀 점을 나눠보겠습니다.
0. 다원주의 사회는 개별적인 연대(bond)도 중요하지만 집단과 집단 사이에서는 연결(bridge)이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사회다. (p. 14)
책을 관통하는 존 롤스의 메시지 중 하나는
< 합당한 다원주의 사회 >입니다.
합당한 다원주의 사회란 획일적인 하나의 신념체계만을 인정하는 사회가 아니라
상반되지만 합당한 신념체계들이 공존하는 사회를 의미합니다.
서로 다른 체계를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프롤로그에 나온 이 메시지를 이해해야
1부와 2부에 나오는 복잡한 문제들을 바라보는 핵심 원리를 알 수 있습니다.
1. 정의는 상대적이며 가변적이다.
[ 판결 너머 자유 ]는 크게
<상반되지만 합당한 신념들 간의 합의>와 <우선하는 기본적 자유>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존 롤스의 이론을 바탕으로 해당 개념을 정의한 후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 성 전환자 성별정정을 비롯한
여러 사건에 대한 전원 합의체 판결문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판결문을 보며 인상 깊었던 사실은
과거에 공공연하게 인정받았던 것이 오늘날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1부 1장의 <임야에 설치한 분묘에 대한 권한>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토지 소유에 대한 인식이 발전하며 오늘날 임야 주인은 분묘에 대한 대가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정의는 절대적이고 불변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사회가 변하고 있기 때문에 정의는 사회에 맞춰 변화하고 있습니다.
2. 새롭게 규정해야하는 정의가 있다.
현대 사회에는 '변한 것'도 있지만 '새로 생긴 것'도 있습니다.
2부 3장의 <소수자들의 기본권>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특히 성 전환자가 늘면서 나타난 사례들은 과거 판례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에 대해 저자는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입법을 통해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3. 사회는 발전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처음 든 생각은 '그래서 정의가 무엇일까?'였습니다.
존 롤스가 이야기하는 정의는 이해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주장하는 정의에 전적으로 공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전원 합의체 판결에서 대법관들이 같은 법안을 해석해도
찬반이 나뉘는 까닭도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사회는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성소수자 / 친생부인 / 미성년자 복리 등
오늘날 사회는 소수자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예전이었으면 음지에서 취급조차 받지 못하던 일들이
사회에서 조명받고 있는 것을 보며 우리가 진보하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성장통을 겪고 있지만
이는 롤스가 꿈꾸던 < 합당한 다원주의 사회 >로 가는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 판결 너머 자유 ]를 읽으며 느낀점을 나눠보았습니다.
이 책은 분량은 짧지만 법과 철학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상당히 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다면 존 롤스가 생각한 정의와 우리나라의 정의가 어떻게 평행을 이루며 발전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법과 정의에 대한 궁금증이 있는 분들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