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와 죽음, 추리 소설의 전형적인 클리셰다.
그래서 제목만 봤을
때, 다소 뻔하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충분히
그럴만하다. 나도 그랬으니까.
한때 도서관에서 셜록 홈스와 괴도
뤼팽에 빠져 살던 前
추리 마니아로서,
제목만 봤을
때,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한 건 사실이다.
지금까지 같은 장르에서 비슷한
소재가 사용된 경우가 너무 많았다.
독자들에게 신선한 소재는 재미있는
이야기만큼이나 중요하다.
아무리 다른 작가가
썼고, 작품성이 높다 한들 소재가 식상하다면 독자들에게 페널티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역설적이게 같은 이유로
인해 호기심이 생겼다. 은근한 기대일 수도 있겠다.
왠지 모르게 작가가 아무 생각
없이 뻔한 소재를 들고 나왔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분명 소재로부터 발생하는 페널티를
뒤집을만한 무언가를 준비해 왔으리라.
과연 작가에게 반전을
불러일으킬만한 조커 카드가 있을까.
의심 반, 기대 반으로 책을 읽어 나갔다.
예상대로, 작가에게는 숨겨진 카드가 있었다.
독자의 시선을 빼앗을
카드, 그것은 바로 한 공간 두 시간, 그리고 이를
관통하는 인물들이다.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는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다.
작가는 이곳의 시간을 두 개로
분리해 사건을 전개한다.
하나는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가
갑자기 문을 닫은 1978년이고,
다른 하나는 기습 폐쇄된 이후
20년째 방치되고 있는 1998년이다.
각각의 시간에는
베아트리스, 아이리스가 독립적인 주인공이 되어 사건을 풀어나간다.
두 사건은 독립적이고
평행적이지만, 큰 틀에서 보면 모두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의 기습 폐쇄와 방치된 대여금고에 대한 의문 속에서
이뤄진다.
두 사건의 간극은
20년.
긴 시간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일생에 빗대어 봤을 때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다.
D.M.
풀리 역시 이 점을 인지하고 적극 활용한다.
작가는 두 사건 모두에 등장하는
조연들을 등장시킨다.
이들은 각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며 때로는 사건 전개에 있어 주연 이상의 역할을 한다.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이들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겠다.)
이들의 활약을 바탕으로 독자는
클리브랜드 퍼스트뱅크의 파산과 대여금고에 쌓인 베일을 벗겨나갈 수 있다.
조연 위치에
있지만,이야말로 주연 같은 조연이다.
작가의 카드가 조커라 생각하진
않지만, 못해도 에이스는 된다고 생각한다.
다소 고전적인 소재를
가져왔지만, 이를 상쇄하는 신선한 설정으로 독자의 흥미를 유발한다.
시간을 오가는 인물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건 전개에 핵심 삼는다.
650페이지가 길다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알차다.
추리, 스릴러를 좋아한다면 좋은 선택이 될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