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든든한 내 편이던
박애희 지음 / 걷는나무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하는 사람을 영원히 볼 수 없는 괴로움은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아픔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영원히 볼 수 없다면 얼마나 괴로울까.

나는 아직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경험하지 못해 이들의 상실감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영원과 이별, 이 두 단어의 무게로 짐작하건대 영원한 이별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거우리라.

여기에 후회까지 더해진다면 이보다 더 최악의 상황이 존재할까.

이것이 신이 인간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잔혹한 형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투병하던 어머니의 죽음. 어느 정도 준비된 죽음이었지만 저자에게 이는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이었다.

어머니와 이별한 후 어머니와 쌓은 추억들은 족쇄가 되어 저자를 끝없이 밑으로 끌어내렸다.

실제 본문에서 저자는 영원한 이별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한동안 슬럼프를 겪었다고 고백한다.

많이 사랑했고, 그렇기에 그만큼 후회했고 고통스러웠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는 어머니와의 추억을 후회 대신 아름다운 그리움으로 승화함으로써 끝없는 추락으로부터 탈출했다.

되돌릴 수 없는 사실 앞에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나마 남은 기억들을 아름다움으로 포장해서 밀려오는 후회를 최대한 막아 세우는 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으리라.

 

안락한 소파에 앉아 쉬는 듯한 편안함을 주는 글이다.

작문에 있어 역동적 표현 없이 이미지를 재현하기란 쉽지 않지만,

저자는 작가답게 소박하고 편안한 문장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문장 문장이 모두 하나같이 담백하고 부드러워 독자들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비유하자면 이는 이유식 같아서 평소에 책과 거리가 있던 사람들도 쉽게 소화할 수 있다.

괜히 작가가 아니다.

 

부드러움 속에 녹아든 이야기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다.

공감, 위로, 다툼, 아픔 등 서로 다른 온도를 지닌 이야기들이 한 책 아래 어우러져있다.

이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어머니 생전 추억에 대한 회상인데,

우리는 가족 간의 사랑이 이 모든 이야기들을 관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싸운 이야기에서조차 그 안에 숨겨 있는 가족들의 사랑을 드러내니 마음이 뭉클해질 수밖에.

이야기 속에 담겨있는 마음을 음미하다 보면 어느새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많은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소중함을 안다는 건 축복이다.

특히, 지금 그 사람과 마주하며 새로운 추억을 쌓을 수 있다면 이건 축복이요, 동시에 행운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사랑하지만 익숙함에 무뎌져 소홀히 하던 사람들이 생각났다.

나에게 이 사람들이 얼마나 귀중한 존재인지 생각했고,

동시에 내가 지금껏 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무심했는지 반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아직 내 곁에 있고, 나에게는 이들과 함께하며 내 잘못을 만회할 시간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사람을 잃지 말자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 말이 가슴으로 와닿는 순간이다.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은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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